-
-
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평점 :
김보영이라는 세계를 만나다,
김보영 소설집 『고래눈이 내리다』 출간 기념 무크지 (래빗홀)
전에도 언급했지만, 래빗홀에서 작품을 내기 전에 독자들에게 나올 작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출간 기념 무크지’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건 의미 있고, 정식으로 작품이 나오면 작품을 보다 더 잘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나 다름없다.
출간 기념 무크지를 통해 ‘김보영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고래눈이 내리다』 제목이 끌렸을 뿐인데, 작가님이 더 좋아질 줄 이야. 작가님의 인터뷰는 이번 신작 소설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어줄 거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표현 없이 이해하기 쉽게, 뭔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인터뷰 했을 작가님을 떠올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인터뷰를 통해 김보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작가인지 얕게나마 알 수 있어서 무크지 구성에서 인터뷰를 앞에 둔 건 읽는 입장에서 아주 좋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고 간단하게 문장으로 말해준 작가님 덕분에 사이다 한 잔을 마시고 답답했던 속을 뻥! 뚫었다.
<에세이>에서는 ‘어린 날의 파편들’이라고 해서 김보영 작가님의 어린 날의 순간들을 엿볼 수 있고, 작가님의 기반이 된 작가님들은 물론, 작가님이 본 작품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정말 어린 날의 파편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작가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읽었던 걸 반복적으로 읽어서 모조리 외우는 건 물론(외우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렸던 작가님의 상상은 여전히 작가님 머리 한구석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세상에 낸 책들 사이에 넣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작가님이 결국, 작가가 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점에서 내 일처럼 마음이 두근대고 설렜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라고 늘 꿈을 말하고 다녔고, 작가가 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무지했다.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대학교에 가서 직접 부딪치고나서야 깨달았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말 꿈을 이뤘다고 할 정도로 작가라는 꿈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15년 넘는 시간동안 작가가 꿈이었는데, 꿈을 잃고 나니 어떤 꿈을 꿔야 할지 꿈을 꿔도 될지 두려움부터 앞섰다. 책을 자주 읽어도 결국 남의 글이기에 가슴 한구석에서 텅 빈- 공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공간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펜을 잡는 순간부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글만 쓰고 살 수 없다.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내 능력 밖이다. 내 능력을 인정하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좀 슬프다. 능력은 반복과 들이는 시간과 열정으로 비례할 것이지만 능력을 늘릴 시간도 없으니. 현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으니, 글 쓰는 행위가 부수적인 일로 전락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적인 배려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님의 인터뷰, 에세이를 통해 절감했다. 아직 세상의 빛을, 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좋은 작품들이 어둡고 추운 어딘가에서 굳어가고 있다. 부디 자신에게 어울리는 차림(시기, 표지, 구성 등등)을 하고, 하루빨리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
상상과 이야기를 가까이에 뒀던 어린날의 작가님을 통해 상상과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깊고 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미영, 허윤님의 리뷰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작품을 읽기 전인데 <인터뷰>와 <에세이>를 통해 SF장르를 보편적인 장르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SF장르가 어떤 방향성으로 변화할지,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려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 공간에서 신선하게,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지 않게 스토리를 그려낼 김보영 작가님의 세계를 기대한다(‘난해함’이 축복이라던 작가님이 글이라는 세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축복을 나도 느끼고 싶었다.).
「너럭바위를 바라보다」를 엿본 느낌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닥칠 것 같은 멀지 않은 미래를 훔쳐본 기분이다. 너럭바위를 지키기 위해, 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바위가 아닌 ‘무언가(중요한 것들)’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너럭바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필요 없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 그게 효율적이라는 세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것을 빼앗는 것 같다. 비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오랫동안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상의 효율성 추구랄까. 본문을 앞부분만 살짝 읽었는데도 마음이 찌릿-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언젠간 사라질 너럭바위처럼 사라질 것들은 무엇인지 머릿속에 번호를 붙여 목록을 만들어보니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필요와 사용의 진도가 낮다고 해서 사라져야 하는 건 왜일까? 언젠간 ‘사람’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많다는 것은 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사람의 필요와 쓸모에 대한 생각이 불편하기보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럭바위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너럭바위를 찾는 둘이 있으니 바위가 존재하는 시간은 연장될 테지만 사는데 물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바위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바위가 소리없이 사라지더라도 둘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꽈아악- 붙들었으면 좋겠다. 계속 기억하고 찾고, 쓰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게 발버둥쳤으면 좋겠다. 사라지기보다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거니까, 우리의 역할이니까.
★ 이 무크지는 ‘서평단 활동’을 위해 @래빗홀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래빗홀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래눈이 내리다』 잘 읽겠습니다!
#고래눈이내리다 #김보영소설집 #출간기념무크지 #래빗홀 #인터뷰 #에세이 #리뷰 #너럭바위를바라보다 #본문엿보기 #SF #소설추천 #서평 #책로그 #2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