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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옆 오래된 집 - 안네 프랑크 하우스
토머스 하딩 지음,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남은주 옮김 / 북뱅크 / 2024년 7월
평점 :
‘운하 옆 오래된 집’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어.
토머스 하딩 글 ‧ 브리타 테큰트럽 그림, 『운하 옆 오래된 집 – 안네 프랑크 하우스』(북뱅크)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낭만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낭만도 있었지만, 깊은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사 안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으로 든 생각도 있었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을 방문하고 싶었다. 그 집에 방문하게 된다면 안네가 되어, 그 집에 머물다 간 그들이 되어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그들의 삶을, 그 집을.
‘운하 옆 오래된 집’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집의 입장’을 생각했다. 집이 생명이 깃든 존재처럼 느껴졌다. 항상 사람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 생활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사물에 불과하다고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부끄러울 만큼 집은 우리와 아주 가까웠고, 시작과 끝을 모두 나누고 있었다.
운하 옆 오래된 집에는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만큼 이야기, 냄새, 소리 등이 깃들어 있다. 평화로운 시절 누군가의 보금자리, 새로운 시작, 끊기지 않던 웃음소리, 숨어야 했던 그들의 방패 등 집은 수많은 역할을 했고, 그렇게 하나씩- 쌓인 이야기는 깊은 역사를 가진 집이 되었다.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한 집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무 조건 없이 누군가를 맞이하기 바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열고 닫혔을 초록색 대문을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초록색 대문을 잡고 밀거나 당겼을 수많은 손 그리고 수많은 옷가지. 집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4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그들을 잊었을지도 모르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을 말이다.
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찾는 사람의 발길도 끊기고, 나무 바닥이 썩고 창문이 깨지는 등 점점 부서지고 무너진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보듬고 배웅하느라 집은 자신이 삐걱대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거나 알면서도 그들이 잘 지내다 갈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버텼는지도 모른다. ‘집은 모든 걸 내주기만 했는데, 행복했을까? 머물다 떠나버리는 그들이 밉지는 않았을까? 수많은 이의 이야기가 깃들면서 버겁지는 않았을까?’ 등 집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지만 집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보여줄 뿐이다. 자신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듯이, 그거면 된다는 듯이. 초록색 대문 뒤로 오갔던 이야기와 감정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운하 옆 오래된 집에 머물다 그들에게는 선명할 것이다. 새 단장을 한 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집에게도.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게 집이라도 말이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은 일흔 넘는 계절을 보내며, 사람들의 기쁨과 아픔을 모두 지켜봤다. 집에 깃든 이야기는 깊은 역사가 되고, 그렇게 현재 우리에게 닿았다. 4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 책 한 권으로 담아내기에 턱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집에 머물다 간 그들의 삶이 닮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들의 삶을 지켜봐야만 했던 집이 가져야 할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감히 상상한다. 힘들었겠지만 그들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봤던 집이 부럽기도 했다.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니까. 운하 옆 오래된 집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새 단장을 마치고 우리를 만나는 집은 마음이 어떨까? 조금은 가볍길 바란다. 우리의 발길로 집이 가진 무게가 덜어졌으면 좋겠다. 혼자만 품고 있던 이야기, 역사를 우리가 나눠 가졌으니까. 그 집도 우리도 앞으로 계속 ‘운하 옆 오래된 집’ 이야기를 기억하고, 말할 것이다. 모두가 그 집을 잊지 않도록. 그 집을 찾는 발길이 끊기지 않는 한 더 많은 이야기가 깃들 것이고, 전해질 역사가 깊어질 것이다.
『운하 옆 오래된 집 – 안네 프랑크 하우스』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 집에 깃든 이야기에서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꼈다. 단순한 감정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이라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운하 앞 오래된 집만 생각한다. 그 집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이의 발, 닿았던 손, 머물렀던 삶만 생각한다. 먼 과거의 냄새가 운하를 따라 헤엄쳐 내게 닿은 것 같다. 내 삶의 숨결을 덧붙여 여름 공기에 태워 다시 ‘운하 옆 오래된 집’으로 보낸다, 꼭 한 번은 찾아가겠다는 말로 배웅하며.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북뱅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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