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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 매운맛 - 사람 마음이 약으로만 치료되나요? ㅣ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팔호광장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7월
평점 :
주문할게요, ‘심리툰 매운맛’이요!
팔호광장,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 매운맛』(넥서스)
매운맛이라고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기서 매운맛은 부드러움의 반대 즉, 듣기 좋은 말로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위로와 공감의 말과는 다른 결을 의미했다. 매운맛 덕분에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부분 부분을 들여다보며, 차분히 내 마음과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었다.
(1권을 만나보지 않았지만) 1권은 순한맛으로 의학 용어, 따스한 내용이 가득했다면, 2권 매운맛은 ‘조금 더 따끔하게 혼내면서 걱정과 위로’를 담았다. 심리를 다룬 책이 다양한 장르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걸 보면 우리가 마음을 많이 다치고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마음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음과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것일 뿐. 마음에서 자유로운 순간을 꿈꾼 적은 많다. 꿈일 뿐 현실에서는 마음에 쫓겼고 쫓고, 학대하고 무시하고 꽁꽁- 숨기기 바빴다. 마음이 삐걱거리기 시작할 때, 들여다보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한발 늦게 알아채거나 알면서도 금방 지나갈 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바쁘다는 핑계로 못 본 척 지나친다. 그렇게 우리의 중심인 ‘마음’은 서서히 흘러내리면서 결국 무너지고 만다. 한번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과 도움 등이 얼마나 필요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중심이 무너진 후에 겪는 무력함과 공허함, 외로움에서 방황하다가 숨기를 택한다. 햇빛보다 그림자를 찾아 자신을 숨긴 채 끝을 알 수 없는 혼자만의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여러 번 마음이 무너졌고, 요즘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틈으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다. 내 마음인데도 조절이 안 되고, 멋대로 구는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마음이 건강했을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내 마음은 늘 병을 달고 사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가장 자주, 심하게 다치는 건 마음이라는 걸 심리툰 매운맛을 먹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채고 마주하고, 돌보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도.
매운맛이 그렇게 맵지는 않았는데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고, 습-하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으니까. 알은체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내 마음을 다 안다고 담담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울면 우는 대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는 기분이다. 이 책을 붙잡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너무 맵다는 핑계로 울려고 했지만, 울기 시작하면 쉽게 울음이 그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했다. 어쩌면 마음에 더 쌓아두고 난 후,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내리는 장마처럼 한꺼번 쏟아내기 위한 내 안의 나의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심리를 다룬 책들은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있다. 감기에 걸리면 약을 처방받는 것처럼 마음을 낫게 해주는 약 같은 걸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품은 다른 문장들뿐이었다. 이 책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달랐다. 내가 왜 아픈지, 마음에 어떻게 창문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등 설명보다 ‘내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다룬 모든 에피소드에서 나를 대입하여(굳이 대입하지 않아도 내 이야기였지만) 상황을 바라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이 맞고 틀림을 가리는 대신, ‘그냥’ 받아들였다. 마음에는 정답이 없는데 집요하게 정답을 찾으려고 좇고, 정답이 아닌 것은 무조건 오답으로 처리하고 스스로 오답 노트를 쓰며 괴롭히기만 했다. 마음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니 마음에 여유는 당연히 있을 수 없고, 늘 그림자만 떠돌아다닌 게 아닐까. 솔직히 따뜻한 말만 듣기 위해 심리를 다룬 책들을 찾아다녔다. 따뜻한 말을 듣고 나면, 그 순간은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마음이 소란스럽기 시작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말만큼 ‘따뜻하게 혼내면서도 놓지 않는 걱정과 위로’였다. 따끔함은 내가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을 잡아주는 ‘나침반’이고 걱정은 세상에 혼자라고만 생각하는 나에게 그렇지 않다고 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려주는 ‘토닥임’이고, 위로는 나의 온기로 부족하여 감기를 달고 사는 마음에 다른 이의 온기가 더해지면서 나의 괴로움과 슬픔의 무게를 녹여주는 ‘든든한 친구’다.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과 같은 책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다치고 덧나면서 고통으로 울부짖는 마음을 치료하고 다시 일어나 살아야 하는 이유다(삶의 끝을 생각하면서도 삶을 놓지 못하는). 매운맛으로 나를 걱정하는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곳에 두고, 따끔한 야단과 걱정 그리고 위로가 필요할 때면 이불로 숨기보다 창을 활짝, 열고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이 덜 아픈 날들을 보내길 바란다, 진심으로.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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