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름‘을 찾아 떠난 여정, 곱씹어 보니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없는)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쉬웠겠냐고.

설재인 장편소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시공사)

 

설재인 작가의 책은 세 번째 만남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이 너무 좋았던 터라 신작 나온다는 소식이 당연히 반가웠다. 제목이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라니. 얼마나 독특하고 호기심을 끄는가. 돈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턱- 하고 나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계란프라이자판기라니. 책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긴 처음이다.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설재인 작가의 작품을 더 애정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책에 미친(?)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같은 문장을 계속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생각했다. 솔직히 어른이 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으면서 아이였던 때를 잊고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시야를 좁히고 있는 나를.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생각보다 지루했고, 그 과정 안에서 만난 어른들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나와 지택, 은청, 휴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곳 없는 축제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정신없고 숨이 턱, 막히고 벗어나고 싶은 그런.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복잡한 감정과 상황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정말 있지도 않은, 솔직히 계란프라이를 먹기 위해 누가 돈을 들고 슬리퍼를 찍찍, 끌고 거리를 나오겠냐는 말이다. 집에서 2분이면 금방 해먹는 간단한 계란프라이를. 계란프라이 자판기가 있다는 말은 애초에 믿지 않았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봤고 사용한 적 있다는 말로 우쭐함과 관심을 얻을 거라는 내 생각과 지나의 생각은 같았다. 타인의 관심이 고픈 지나의 모습에서 나의 학창 시절의 짧은 순간을 봤다. 지나의 그런 모습이 싫고 의미 없다는 것을 어른이 된 나는 알지만, 지나의 나이와 같은 그때의 나는 그 모습마저 꽤나 멋있게 느꼈을지도 모른다(지나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보고 나니 지나와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지나와 지택, 은청이 함께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고 여정을 카메라에 담고, 훗날 지나는 최연소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아주 잠깐이지만 달콤한 시간을 맛보고.

지택은 정말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으러 떠난 것일까? 카메라를 빌려 그 여정을 남기고 싶을 만큼 간절했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지택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택의 영정사진 앞에서 텅 빈 눈으로 건조하게 지택 아니면 답하지 못할, 어쩌면 지택도 모를 답을 원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기분이다. 지택은 자신을 가두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걸까. 아니면 계란프라이 자판기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무엇이 지택을, 지택의 엄마를 사람들 속에 조용히 섞이게 했는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지택의 마지막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국적과 나이를 향해 겨눈 날카롭고 잔인한 총구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했다. 총구를 겨눈 그들은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국적 없는 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감정, 상황 등 그 무엇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그저 그들을 향하는 모든 것이 잔인하고 냉정하고, 거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살 만 한 세상이라고 말해줘야 했을 어른들은 지택에게 없었다.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른들이었을까? 좁은 방 안에서 책을 쌓아 놓고, 한 권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른이 된 나는 지택이 기억하는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른일까봐 두렵다. 스티커를 몽땅 훔쳐간 어른, 학교 다닐 나이에 안전선 밖으로 내몰았던 교장과 학부모, 자판기 근처에서 여자와 아저씨를 강압적으로 끌고 갔던 경찰 등. 그들을 떠올라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고, 묵직하고 뜨거운 불쾌함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나는 절대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했지만 그들과 다르지 않은 어른이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나를 좀 먹고 있다.

열두 살이라고 해서 철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가볍게 보내는 것이 아니다. 열두 살은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고,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어째서 어른들은 열두 살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걸까, 당신들도 그 나이를 지나왔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길 가다가 보는 학생들을 보고 여러 번 혀를 찼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저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하고. 그때의 나는 나보다 타인의 시선이 매우 중요해서 내가 아닌 타인이 만든 나로 살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아이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 한숨에는 그때의 나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도 분명 담겨 있다.

작가는 열두 살 애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는 말과 싸우고자 함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학창 시절, 더 이상 일기가 숙제가 아닐 때도 나는 일기를 꾸준히 썼다. 나를 좇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상황에 대해 앞뒤 맥락 없이 쏟아냈다. 쏟아내고 나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때로는 반항심을 가득 담아서. 쓰고 나면 마음이 괜찮아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잠깐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작가가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 건 감사한 일이지만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떠올리고 싶을 만큼 행복하지는 않았으니까. 누군가 때문에 아팠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나 혼자 아팠으니까. 나에게 지나간 아픔을 떠올리는 건 피딱지를 떼고 남은 흉을 조심스럽게 문지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으로 나를 다시 데려다 놓는 거라서 지나, 지택, 은청, 휴의에게서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까봐 무서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나, 지택 말고는 나의 지난날을 품고 있는 인물이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후련함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나와 지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겨우 입을 열어 할 수 있었던 말은 고작 미안해.’였다. 미안해. 지나와 지택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까. 아니면 다른 말을 듣고 싶었을까. 미안하다는 말 뒤로 소리 없이 문장을 덧붙인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으러 간 너희들은 틀리지 않았어. 달랐던 거지. 같을 수 없어서 다른 거야. 다른 게 문제가 될 수 없어. 다른 게 문제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딘가 있을 수도 있는 계란프라이 자판기 앞에서 만나자,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시공사에서 받았습니다:D

 

세상 모든 지나, 지택, 은청, 휴의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이유를 알 테니까. 이 이야기를 통해 기억의 조각을 찾아낸다면 계란프라이 자판기의 존재를 믿을지도 모른다.

 

#계란프라이자판기를찾아서 #설재인 #장편소설 #시공사 #계란프라이자판기 #사춘기 #학창시절 #열두살 #친구 #동족 #감정 #마주하다 #어른 ##기억 #다름과_틀림 #불법체류자 #다문화 #학교 #안전선 #밀어내다 #거리두기 #시선 #태도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서평 #책로그 #240811











계속해서 싸우길, 싸움 끝에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싸움은 나쁘지 않았던 거니까.

학창 시절을 지나, 지택, 은청처럼 보내지 못한 게 후회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라도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같지 않고 달랐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과 선과 새 -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조오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세상, ‘연대

조오 그림책, 점과 선과 새(창비그림책)

 

이 책 이야기를 하기 앞서 연대를 곱씹어 보는 걸 추천한다. 입으로 발음해도 좋고 머릿속에 글자를 천천히 써봐도 좋다. 의미를 좇기보다는 그냥 그려보고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 연대를, 점과 선과 새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 없을 것이다. 검색창에 연대를 검색하면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정의가 더 와닿고 좋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따뜻하고 힘이 되는가. 연대를 다룬 작품은 많고 앞으로도 쏟아질 테지만, 그 수많은 작품 중에 내 마음에 꼭 들어맞는 작품은 만나기 힘들다. 아마 조오 작가님이 보여준 연대는 내게 특별하고 유일한 연대가 될 것이다. 작가님이 찍어준 점을 내가 선으로 이어 함께 꿈꾼 세상을 그릴 수 있길 희망한다.

점과 선과 새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 못하고,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소재로, 세상을 바꿀 수밖에 없는 작고 단단한 용기와 서로 연대하는 삶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구조물이라는 현실 앞에 무력해 보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이 낸 용기들이 모여(점과 선과 새)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던 새들이 자유로워 보였다. 새들마다 찍고 그리는 점과 선이 다름에도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이게 연대인 걸까? 우리가 바라면서 향해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조오 작가님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순간 중 하나라서 존재했다는 것을 몰라도 이상할 리 없을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냈.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오랫동안 묻어 두었다가 꺼낸 이야기는 참 따뜻하고 울컥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익숙해진다. 익숙함에서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늘 잊고 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아주 잊고 산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은(잃은) 우리는 같은 세상을 꿈꾸던 시작과 끝이 달라진다. 연대가 없는 곳에서는 절대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 존재할 수 없고, 우리는 온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평범한 일상을 잃을 수도 있다. 세상은 혼자의 힘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으니 말이다. 혼자 잘 사는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점과 선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시공간에 존재하며, 혼자의 순간도 존재할 수 있던 것이다. 어째서 연대하고 있음을 매 순간 잊는 걸까.

이 그림책을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일상의 부분을 포착하여 다채롭고 감각적인 이미지 안에서 묵직하고 날렵한 한방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잇는 세밀한 관찰력과 감각을 통해 드러난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한 사유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과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시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 위기 시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는 인간과 자연의 면으로 다가간다면, 어른들에게는 연대와 환경 위기 시대,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언제까지나 작품의 확장 범위는 독자가 선택하는 폭과 깊이로 결정된다).

이 그림책이 좋았던 점은 자꾸 희망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의 말을 보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라고 했다. 작은 새라. 작가님이 나를 찾은 것 같다. 숨어 있었는데,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작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듣고 나를 끝까지 찾아낸 기분이랄까. 울컥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하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서 울고 싶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맞다. 혹시 모를 일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피하지 못한 참새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까마귀, 자책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꿈꿔왔던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 꿈을 실현한다. 도시 건물 곳곳에 점을 찍고 선을 긋기 시작하자, 까마귀와 같은 마음이었던 새들이 날아와 함께 점을 찍고 선을 그으며, 색을 더한다. 풍성해진 도시 건물 창문을 보고 있으면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다채로워진 장면을 보고 있으면 뭉클하기까지 한다. 도시는 그들이 원하는,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한다. 점을 찍었으니 선을 긋고, 반복하다 보면 같은 마음인 이들이 함께 하고 그렇게 채운, 늘 꿈꿨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잔인한 것 같으면서도 그 희망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게 할 힘이라고 생각했다. 희망마저 없다면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새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점과 선으로 만들어진 풍경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점과 선과 새를 보고 있으면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꿈꿔본 적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끔 다리를 놔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마음이 내게 잘 닿은 작품이다. 하나의 점으로뭐가 달라질까 의심했던 마음이 책장을 덮고 나자 부끄러웠다. 하나의 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단지 내 마음이, 내 의지가, 내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다. 까마귀의 용기를 배워야 할 것 같다. 현실 앞에서 자책하고 도망가고 숨기보다 투명한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내 현실을 마주해야겠다. 쉽지 않겠지만, 마주하지 않고서는 바뀔 수 없으니까. 용기 내어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 나의 첫걸음이 나와 같은 존재에게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와 같은 이들이 내민 첫걸음이 내게 닿을지도 모를 일처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닿을 이 이야기가 정말 따스한 위로가 되고 깊은 울림을 안겨주길 간절히 바란다. 내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읽어야겠다. “그래도 혹시 몰라.”라는 한마디가 내게 마법 같은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는 순간을 직접 경험할 때까지.

 

이 책은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을 이제야 조심스레 꺼내 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_작가의 말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창비그림책은 믿고 본다. 읽고 나면 마음이 이상해져. 좋은 의미로)

 

#점과선과새 #조오 #조오그림책 #창비 #창비그림책 #그림책추천 #도시 ####연대 #연결 #서로 ##환경 #유리창 #환경위기시대 #자연 #인간 #공간 #함께 #더불어 #빛과어둠 #현실과환상 #서평 #책로그 #2408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이 가장 떨리는 것 같아.

달리, 듀나, 박애진, 최영희,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문학동네)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은 표준과 정성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개별성과 주체성을 확인하는 네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네 편 모두 개성을 가득 담고 있어서 읽는데, 마음을 톡톡- 건드는 매력이 상당하다.

최영희 작가 특유의 B급 유머가 돋보이는 지퍼가 내려갔어는 여중생 채이가 오빠 채윤에게 닭다리를 빼앗긴 설움을 풀기 위해 청소년 감시단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불량 청소년 감시가 임무인 줄 알았는데 파충류 외계인 렙틸리언을 색출하라는 믿기 힘든 임무가 내려지고, 아이돌 같은 전학생 도챈스를 렙틸리언으로 의심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여중생 채이는 여중생의 통통 튀는 매력과 당찬 모습은 물론,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익숙함, 익숙한 존재에 대한 낯섦에 대한 덤덤한 모습을 통해 나의 여중생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박애진 작가의 알 카이 로한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서러워하는 정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속상해 하는 정윤을 위로해주는 건 넌 알 카이 로한의 후손이야.”라는 할머니의 말이었고, 정윤은 매달 삼백만 원이 입금된 할머니의 통장과 의문의 남자가 찍힌 흑백 사진을 발견하면서 정말 자신이 외계인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특별함에 이끌린다. 정윤의 상황과 마음이 내 상황이고 마음이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다. 잘해보려고 하면 꼭 어긋나는 게 처음부터 친구와 어울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거라고 생각했다. 적극적이지 못하고 남들이 따르는 성격이 아닌 나를 원망하면서 친구를 무조건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를 잃어가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친해지는 건 밤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 친구 만드는 걸 포기했다(지쳤으니까). 포기하고 나니까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애써도 되지 않았던 것이 내가 포기한 순간 되는 상황에서 억울함과 안심의 한숨이 모순되게 함께 일어났다. 정윤은 할머니의 말로 위로를 받았지만 나는 위로받기 전부터 도망갔다. 위로는 내게 전혀 들어먹지 않았다. 위로의 말들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대는 기괴하게 생긴 탈을 쓰고 나를 놀리는 인형 같았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은 신비로운 일이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 순탄치 않은 과정을 넘기고 나면 진짜 친구가 된다. 진짜 친구가 되어도 언제든 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서로 시간을 가지며 이어나갈 수 있는 관계다. 정윤이 부디 영화와 세진과 진짜 친구로 오랫동안 우정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셋이서 나눈 이야기가 가볍게 여겨지지 않길 바란다.

듀나 작가의 자코메티는 외계 로봇의 침략으로 기계 도시가 된 안양시를 그린다. 아비규환이 된 세계에서 도망자로 살아가는 찬미와 성격부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모든 게 다른 민정이 함께 지내면서 마주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맞는 게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은 낯선 생명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통점을 지니고 더 넓은 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개인적으로 자코메티의 엔딩이 좋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께 선택받았다며 가자고 손 내미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면서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계인이 등장하면 항상 외계인이 공격하고 정복하면서 인간이 살 곳을 찾아 떠나가거나, 인간과 외계인의 전쟁으로 인해 승리와 패배가 완벽하게 나뉘는 엔딩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경계와 공격적인 시선으로만 외계인을 바라봤던 시선과 달랐다. 낯선 생명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칫 갇힐 수 있는 SF장르의 엔딩을 확장시켰다. 찬미와 민정이 도착한 그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를 만날지 모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외계()를 더 이상 경계와 공격적인 태도로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찬미와 민정이 첫 걸음을 뗐고, 괜찮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달리 작가의 기억의 기적은 누구나 원하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그린다. 수우는 갑작스레 자신을 떠난 민하와의 깨진 우정을 마주하기 위해 시간 여행사의 도움을 받고, 과거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진실을 찾아 헤맨다. 그런 수우 앞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이 소설은 깊이 있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네 편 중, 마음이 갔던 작품이다. 기억의 기적, 이라는 제목부터 뭔가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수우와 민하의 우정, 과거로의 시간 여행, 시간 여행 속에서 만난 친구, 시간 여행 속에서 마주한 진실. 이 소설은 우정과 시간, 타인과 나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깨진 우정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 수우와 민하는 각자의 기억으로 깨진 우정을 마주하고,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한다. 서로 갖고 있는 기억이 달랐지만, 그것마저도 진실이라던 민하의 모습에서 둘의 우정은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깨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마음이 우정을 앞서 나갔던 것이다. 시간 여행 속에서 서로의 기억으로 과거와 깨진 우정을 마주하고, 전과 다름없이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평생 친구 하자는 둘의 약속은 꼭 지켜질 것이다. 서로 같은 마음이니까.

SF장르를 늘 낯선 무언가의 등장, 이라고만 가볍게 생각했다. 내가 쉽게 생각했다. SF지금 이곳의 당연함을 가장 낯설고 새롭게 보여주는 공간’(212)으로 변방의 장르라고 불렸던 게 무색할 만큼 가시적이다.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을 통해 가장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고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SF 소설집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서 계속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줄 것 같다. 네 편의 작품에서 만나는 낯선 존재들이 사실은 아주 익숙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해 줄 낯선 존재가 사실은 익숙한 존재이고, 그 존재가 나 자신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틈틈이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확하게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나를 감싸 안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 자신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SF와의 특별한 만남을 선물해 준 네 명의 작가님과 문학동네 편집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로부터 받았습니다:D

 

#녹아내리기일보진적 #달리 #듀나 #박애진 #최영희 #문학동네 #문학동네청소년ex소설 #서평 #나자신 #있는그대로 #표준과기준 #타인 #존재 #청소년 #시선 #변화 #청소년소설 #SF소설 #소설추천 #책로그 #2408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세계최강입니다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박상기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조연은 없어, 주연만 있을 뿐.

박상기 장편소설, 우린 세계 최강입니다(앤드)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 모두 비 맞는 방식이 모두 달랐고, 어느 한 사람만 주목하기 싫다던 작가님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작가님께 고마웠다. 주인공이 있으면 그 뒤에는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심 싫었다. 이왕이면 조연보다 주연이 좋지 않은가. 조연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주연이니까.

세계최강밴드를 응원하고 싶다. 각자 품고 있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가 다른 이들이 모여 세상을 향해 연주하는 단 하나뿐인 밴드니까. 부모님의 이혼에 숨겨진 사실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연을 끊고 살던 주원, 왕따 피해자 형의 견디다 못한 의자 휘두름으로 인해 순식간에 가해자가 되어 쫓기듯 살던 곳을 떠나 이름을 바꾼 채 정체를 숨기며 살던 영훈, 차기 걸그룹 데뷔에 유력한 연습생이자 세계최강 밴드의 보컬 아민, 세계최강 밴드 동아리의 지도 교사 성진,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던 지유. 캐릭터마다 분명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자신이 드러내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영훈과 성진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과 손가락으로부터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사실이 되고, 살까지 붙어 진실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풀어진 눈덩이가 되어 영훈과 성진의 뒤를 쫓는다. 영훈과 성진은 분명 사람들이 알고 손가락질 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낼 날을 수도 없이 상상했을 것이다. 막상 그런 날을 마주한 그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속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몰라도 겉은 꿋꿋했다. 그들이 단단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수도 없이 그려본 그날을 마주하는 수많은 자신을 상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나(영훈), 당시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 아픈 동생, 엄마 등)에 가려져 못 본 척 했던 것(지유의 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거라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영훈과 성진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상상만으로도 괴롭지만), 나는 또 다시 숨을 곳을 찾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을 것이다. 숨고 나면 떨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아주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지만, 들키게 되면 또 다시 도망가야 하고, 그렇게 내게 주어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만 쫓아 완전히 어둠이 될 거라는 두려움을 안은 채 말이다. 나와 달리 숨지 않고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든 영훈과 성진에게 아무 말 없이 환한 웃음으로 응원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다섯 인물의 이야기 모두 내가 겪었거나 혹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유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다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살을 붙여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것이 당황스럽다.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인데, 언제부터 타인의 개입이 자연스러워진 걸까. 타인의 개입으로 본인 삶의 색은 물론 형태마저 잃어가는 삶을 더러 본 적 있다. 그들이 맞고 있는 비를 같이 맞아줄 마음이 없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길이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관심은 눈길에 마음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비를 피할 우산이 없어도 좋다.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도 상관 없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이 오면, 비를 함께 맞아줘서 고맙다는 듯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줄 테니까.

세계최강 밴드 안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은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 또는 저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향해 뛰어오는 친구들인 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들에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니, 비가 멈추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안다. 비가 내리는 무대에서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무대에서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꿋꿋하게 온전한 자신으로 하루하루를 연주하며 멋들어진 삶을 만들 거라는 걸 안다. 그들의 밴드 활동을, 앞으로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린 세계최강 입니다!’ 하고 외치고 시작하는 무대는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 앤드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우린세계최강입니다 #박상기 #앤드 #넥서스 #넥서스경장편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서평 #세계최강 #밴드 #동아리 #활동 #내마음가는대로 #친구 #상처 #성장 #변화 #내일 #미래 #함께 #응원 #책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