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 - 엄마를 편하게 해 주는 연년생 아이 아빠 육아 대혁명
홍윤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엄마를 편하게 해 주는 연년생 아이 아빠 육아 대혁명'
이 책을 처음 펼치게 된 건 표지의 부제 때문이었다. 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 요즘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갔다.
“육아는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Reverse된 삶으로의 Rebirth(재탄생)”
이 표현이 마음에 박혔다. 이 말처럼, 저자는 아이와 함께 완전히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육아의 세계를 기록해 나간다.
홍윤표 저자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이수하고, 심화과정으로 유아특수교육을 졸업했다.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13년 차 초등 교사로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 집에서는 연년생 남매의 아빠로, 그리고 브런치에서는 ‘지우서우 아빠’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
책에는 그런 그의 다정함과 실전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단어는 ‘따뜻함’과 ‘솔직함’이었다. 육아의 현실은 늘 버겁고 복잡하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억지로 미화하지도, 지나치게 힘들다 말하지도 않는다.
“육아는 별천지, 그냥 다 힘들다"라는 담백한 문장은,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특히 작가가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던 장면에서는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리고 “모든 아이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서 지난날의 허탈했던 마음까지 함께 공감됐다.
“육아휴직이 주는 선물은 내려놓음이다.”(60쪽)
이 문장은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문장이다. 아이가 클수록 더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난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빠니까”라는 담대한 문장 속에는 부모로서의 책임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첫째와 함께 떠난 제주 여행을 기록한 장이다. 여행지의 풍경과 감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다. 또 육아휴직 기간을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한 시간”이라고 표현한 문장에서 부모로서의 성장과 기쁨이 잘 드러났다.
‘첫돌, 그리고 곧 첫째가 될 너’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저절로 울컥했다. 둘째는 첫째에게 선물이기도 하지만, 작은 아이가 하루아침에 ‘형·언니’가 되는 그 순간의 짠한 감정은 모든 부모가 공감할 것이다. 고열로 아이를 안고 병원을 찾았던 장면을 읽으며, 내 아이의 열이 떨어지기를 밤새 기다리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둘째가 태어난 뒤, ‘나는 통잠을 못 자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대목도 현실적이고 유머러스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이라는 문장에서, 많은 직장맘들이 느끼는 죄책감을 저자도 똑같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지점에서 그는 이미 ‘엄마 같은 아빠’였다.
각 꼭지의 끝에 담긴 작은 메시지들은 작가의 진심이 담긴 편지 같았다.
“아빠랑 같이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어. 참 다행이야.”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왜 그 시절 그런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은 태도다.
둘째가 머리를 자르던 중 보였던 ‘폐악질’이라는 표현이 현실적이라 한편으로는 웃음이, 한편으로는 그때의 진땀까지 떠올라 공감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아빠가 육아에 전념하는 모습은 아직도 나에게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래전 나의 육아 시절이 되살아나면서 오히려 위로와 힐링을 얻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엔, 지금 잘 자라고 있는 딸도 언젠가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편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긍정적인 에너지, 건강한 가족관, 현실적인 육아 팁, 그리고 아빠의 시선으로 바라본 육아 감정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 부록에 실린 ‘아빠 육아 꿀팁’ 역시 실용적이어서 마무리까지 만족스러웠다.
육아의 고단함을 사랑으로 바꾸어 담아낸 이 책은, 행복한 육아를 꿈꾸는 모든 아빠에게 큰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 또한 이 책 덕분에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한동안 따뜻하게 웃을 수 있었다.
아빠로서 더 잘하고 싶고, 더 행복한 육아를 꿈꾸는 분들께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