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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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천재적인 비운의 화가. 멕시코의 국민 화가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인 그녀를 수식하는 많은 단어 중 항상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비운이다. 평생을 생활고와 정신질환에 시달렸으며 제 손으로 귀를 절단한 빈센트 반 고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집안에서는 무시당하고 사회에서는 조롱받은 툴루즈 로트렉 등 예술가들에게는 흔히 고통이 수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비운이라는 말이 모자를 정도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의사를 꿈꿨던 프리다 칼로는 학창시절에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인해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다리를 절단해야 했으며 평생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를 좌절시킨 건 신체적 고통만이 아니다. 그는 2번의 이혼경력이 있고 21살이나 많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는데, 남편의 바람기는 결혼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심지어 프리다가 유산의 아픔으로 힘들어할 때 프리다의 친여동생과도 불륜을 저지른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이러한 역경의 연속이 그녀를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보통 예술 서적은 여러 명의 예술가를 단편적으로 다루는 책이 많은 반면, 이 책은 온전히 프리다 칼로 한 사람만을 조명한다. 프리다 칼로가 겪은 고통이나 디에고 리베라와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다른 책이나 영상을 통해 많이 접했는데, 프리다의 첫사랑이나 가족, 그녀의 주변인 이야기 등 처음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그의 인생을 더 깊게 알게 되면서 작품도 폭넓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6개의 주제로, 47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작품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프리다를 대표하는 유명한 그림뿐만 아니라, 초기작이나 그가 그린 다른 사람의 초상화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그림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함께 부분컷이 삽입되어 있어 한 편의 도슨트를 듣는 느낌이고, 프리다의 인생을 집약한 도록과도 같다. 프리다 칼로라는 예술가를 사랑한다면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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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과 위작 -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의 위작 사례로 본 감정의 세계
송향선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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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예술 서적 가운데 감정과 위작을 다룬 책이라니! 흥미로운 주제이면서도 시대에 맞춰 잘 탄생한 것 같다. 미술품 수집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고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위작은 항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위작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스타화가 3인방 박수근, 이중섭, 그리고 김환기 화백의 위작 사례를 다룬다.

 

유익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친절한 책이다.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진품을 관람할 기회는 많지만, 미술품 감정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이 위작을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또한 진품과 위작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작품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으니 미술 전공자 또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공부의 길잡이가 되는 고마운 책이다.

 

글은 우리나라 감정의 역사와 저자가 어떻게 감정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로 시작한다. 또한 감정과 위작 등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생애까지 다루고 있어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롭다. 작가들은 시대별로 다른 표현방식을 가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장 경위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작가의 삶을 짚어나가는 것은 감정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박수근 작품세계의 특징 중 하나는 애착하는 주제는 반복해서 여러 점 그렸다는 것인데, 그래서 더욱 위작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박수근만의 특유의 마티에르는 흉내내기 힘들어서 티나는 위작도 많다. 감정을 할 때는 인체 비례나 구도, 원근감, 화면 구성, 공간 해석, 채색, 붓터치, 표현방식 등 작품 내적인 사항부터 액자, 서명, 소장 경위 및 출처까지 꼼꼼하게 따져본다고 한다.

 

미술작품은 단순히 상품, 물건이 아닌 한 화가의 삶이 집약된 예술인데, 그 경제적 가치만을 좇아 재테크의 대상으로 보는 일부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처럼 수많은 위작이 생기는 것도 다 돈 때문 아닌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는 만큼 자본주의적 시선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즐기는 문화가 발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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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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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Women in the Picture: What Culture Does with Female Bodies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이 되었다. 적절하게 번역이 잘 된 것 같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무시되고 배제되어 왔는지, 성차별적 문화를 재생산하는 그 이데올로기적 양상을 미술사를 통해 바라본다. 가부장제가 여성을 견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여성의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이러한 원형들이 정체성, 정치권력, 섹슈얼리티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현대 문화로 이어졌는지 말이다.(p.18)

 

남성과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으며, 그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조각상이나 그림 등의 유물을 살펴보면, 남성의 누드는 당당하게 묘사되는 반면 여성의 누드는 드러내서는 안 될 것을 보이는 것처럼 수줍게 그려져 있다. 남성의 몸은 강인한 신체를 뽐내는 권력의 상징이지만, 여성의 몸은 주로 관음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저 과거의 예술적 유산이 아니며, 오늘날 광고, SNS, 패션 화보 등 대중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면서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관념을 고착화한다.


미술사에서 신화나 종교가 주요한 주제였던 만큼, 오늘날 우리는 비너스와 성모 마리아가 주인공인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언제나 젊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으로 그려진다. 예수를 낳은 마리아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신이 아닌 인간임에도, 성인이 된 예수와 함께 있는 그림에서도 절대 늙지 않는다. 하지만 두 대상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여성으로 간주되고, 후자는 순수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의 어머니로 그려지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다.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어보았는데, 폴 고갱이 식민주의적이자 성차별주의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화가인 건 처음 알았다. 그는 오늘날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타히티에서 미성년자 원주민 여성들과 수없이 관계를 맺은 추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양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민족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도 알고 보니 소아성애자이자 성차별,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림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강력한 힘을 지닌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무차별적으로 주입되었던 일방적인 견해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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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지음 / 푸른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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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돈까스에 진심이라면 소장가치 200%!!

돈까스학 권위자 이건우 교수님과 함께하는 돈까스를 쫓는 모험.

 

주제에 충실한 투박한 디자인도, ‘돈까스에 과몰입한 기획도 모두 흥미롭다. 저자는 돈까스집을 찾아다니며 블로그에 기록을 남겼고, 음식에 대한 언어적 지식과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덧붙여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는 수도권에 위치한 총 29곳의 돈까스집이 소개되어 있으며,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돈까스 맛집 지도와 테이스팅 노트 등 재미있는 활동지(?)도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돈까스학 교수이기 이전에 본업이 일본어 번역가이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다양한 알쓸신잡을 알아갈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중요한 경기나 회사 면접을 앞두고 가츠동을 먹는 관습이 있는데, ‘가츠는 일본어로 이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책인 우동 한 그릇의 우동은 원작에서는 해넘이소바인데,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바뀐 거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해넘이소바는 일본에서 1231일에 먹는 음식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돈까스를쫓는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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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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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표지, 연두빛 가름끈 그리고 양장 제본! 디자인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 게다가 이번 주제는 이름도 귀여운 보노보, 행동은 더 사랑스러운 보노보! 전작에서도 보노보가 다수 언급되어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단행본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기쁘다.

 

이 책은 저자와 보노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침팬지에 진심인,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공저한 남편 브라이언과의 첫 만남부터 지구상 유일한 보노보 서식지라는 콩고의 역사까지 이것저것 자세하게 나와 있다. 볼륨이 꽤 있지만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꿈도 포부도 없던, 그저 남편을 따라 오지에 왔을뿐인 버네사는 어떻게 보노보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보노보를 애정했던 건 아니었으며, 그의 관심은 오직 침팬지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콩고에 가서 보노보를 직접 본 후 사랑에 빠진다. 콩고는 납치, 강간, 살인이 빈번히 일어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0개 국가중 하나였는데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를 지향하는지라, 나도 보노보족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익 관계를 따지지 않고 서로를 향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보노보들 이야기는 읽기만 해도 힐링이었다. 이 책이 불신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인류애를 회복하는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란다.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다음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연대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따뜻한 곳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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