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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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Women in the Picture: What Culture Does with Female Bodies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이 되었다. 적절하게 번역이 잘 된 것 같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무시되고 배제되어 왔는지, 성차별적 문화를 재생산하는 그 이데올로기적 양상을 미술사를 통해 바라본다. 가부장제가 여성을 견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여성의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이러한 원형들이 정체성, 정치권력, 섹슈얼리티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현대 문화로 이어졌는지 말이다.(p.18)

 

남성과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으며, 그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조각상이나 그림 등의 유물을 살펴보면, 남성의 누드는 당당하게 묘사되는 반면 여성의 누드는 드러내서는 안 될 것을 보이는 것처럼 수줍게 그려져 있다. 남성의 몸은 강인한 신체를 뽐내는 권력의 상징이지만, 여성의 몸은 주로 관음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저 과거의 예술적 유산이 아니며, 오늘날 광고, SNS, 패션 화보 등 대중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면서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관념을 고착화한다.


미술사에서 신화나 종교가 주요한 주제였던 만큼, 오늘날 우리는 비너스와 성모 마리아가 주인공인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언제나 젊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으로 그려진다. 예수를 낳은 마리아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신이 아닌 인간임에도, 성인이 된 예수와 함께 있는 그림에서도 절대 늙지 않는다. 하지만 두 대상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여성으로 간주되고, 후자는 순수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의 어머니로 그려지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다.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어보았는데, 폴 고갱이 식민주의적이자 성차별주의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화가인 건 처음 알았다. 그는 오늘날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타히티에서 미성년자 원주민 여성들과 수없이 관계를 맺은 추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양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민족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도 알고 보니 소아성애자이자 성차별,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림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강력한 힘을 지닌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무차별적으로 주입되었던 일방적인 견해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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