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명강의를 소장하는 방법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ㅣ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10월

이 책은 역사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핵심 키워드만 나열하는 수험생식 공부가 아니라,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역사 속 뒷이야기를 조명한다. 인물편에 이은 ‘사건편’으로, 무신정변, 여몽전쟁, 임진왜란, 경술국치 등 대한민국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쳤던 다양한 사건들의 자세한 내막을 들려준다.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사진자료를 보며 한 편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챕터가 끝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

매국노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이완용을 떠올릴 것이다. 그는 대표적인 친일파로 유명한데, 한때는 고종이 신임하는 최측근이자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또한 원래 친미, 친러파였어서 일본의 경계대상이었다고. 하지만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돌아간 후 그(쓰레기)는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해 친일파로 전향하여 나라를 팔아먹는다.

때마침 이 책을 읽은 오늘(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일이다. 113년 전 오늘, 조선을 무참히 수탈했던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역에서 사살되었다. 오직 조국의 광복만을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낸 수많은 독립운동가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후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피로 얼룩진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

도산 안창호 (1878-1938)

나르키소스는 스토킹 피해자였을뿐

사회 시간에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 신화의 숲에서 진짜 사회를 만나다
김민철 지음 / 뜨인돌 / 2022년 10월

그리스로마신화는 그 역사가 긴데다가 흥미로워서 지금까지도 세계 각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 ‘헤라’,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인 ‘아킬레스건’ 그리고 ‘트로이 목마’, 육아예능에서 가끔 들리는 ‘오이디푸스컴플렉스’, 아이돌의 신곡 컨셉인 ‘나르시시즘’까지 그 잔해를 우리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렸을 때 그리스로마신화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파렴치한 강간범이고 신들은 내로남불을 일삼는 분노조절장애에 성격파탄자이며, 결국 불쌍한 건 신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간들이라는 걸. 그런데 어렸을 때 뭣모르고 재미로만 신화를 소비하던 우리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페미니즘, 사회적 약자 차별, 도를 넘은 처벌 행위 등 그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명확히 보인다.

신화에 얽힌 다양한 사회 이슈, 그 찝찝함을 속시원하게 긁어줄 책이 바로 여기 있다. 프시케, 테세우스, 이카루스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법과 정치 그리고 윤리적 관점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노동3권, 민주주의, 사회계약설, 불공정거래, 남존여비 사상,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양한 개념을 신화 속 이야기에 빗대어 쉽게 설명한다. 혹여 신화를 잘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일화를 설명한 후 해설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신다면,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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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 것은 관계의 시작과 끝

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한 편의 명사 강의를 듣는 것처럼 물 흐르는 독서시간이었다.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었다. 웅진 특유의 이 단행본 판형은 정말 취향 저격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말’은 배우면서도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다. 그래서 이 ‘말’로 누군가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을 잘 듣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관계의 시작과 끝이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이미 프로임에도 본인의 부족함을 겸허히 인정한다. 그리고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싶어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심한다.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했지만 넘치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참된 교육자다. 이런 멘토가 있다면 삶의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믿음직한 등불이 될 것 같다.

갈수록 말을 잘하는 방법보다는 인생 에세이처럼 흘러간 부분은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인 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조언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지구와 명왕성을 빗댄 인간관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각자 주기가 달라서 가까울 때도 있지만 멀어질 때도 있다. 잠시 거리가 생겼을 뿐, 궤도에 있기만 하다면 언젠가 다시 마주칠 것이다.

* 도움이 된 말하기 방법

1. 텍스트보다는 콘텍스트, 단어보다는 맥락

2. 신뢰를 얻는 말하기. 낮은 톤으로 천천히 말하자!

3. 당연한 말이지만, 언어 실력은 많이 말하고 많이 써야 는다.

4. 내비게이션은 상대가 원할 때만 켜야 한다. 상대가 원치 않는 조언은 금지!

5. 내가 듣는 내 목소리와 남이 듣는 내 목소리는 다르다. 녹음해서 들으면 교정에 도움이  된다.

6.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화자가 아닌 ‘청자’. 말하기 전에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말할 것.

7. 가까워지는데 말이 큰 몫을 하지만 멀어지는데도 말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리는 각자 서로의 거울이다. 말 한 마디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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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어른답게 말합니다』는 『대통령의 글쓰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강원국님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강원국의 말 같은 말>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이야기들에 몇 편의 새로운 원고를 더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유익할지언정 재미를 기대하고 읽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설명문이 아니라 짧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소주제가 1-2장 정도로 짧아서 자투리 시간에 끊어읽기 편리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원테이크로 완독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말을 잘 하는 법이라기보다는 인생 에세이에 가깝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만큼 그 분들에 대한 찬사가 간혹 등장하는데 혹시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면 불편하게 느낄 분도 있을 것 같다.

* 말하기 고수에 한 걸음 더

1. 대화를 잘 하려면? 경청, 공감, 질문!

2. 말재주보다는 진정성, 그리고 상대를 위한 따뜻한 마음

3. 말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표현력 키우려면 수사법 익히기.

4. 어휘력은 삶의 경험과 사유의 깊이가 담긴 나이테. 어휘력 향상에 힘쓸 것!

5.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말 것.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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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재미있는 지리강의!

스타벅스 지리 여행 - 스타벅스에서 시작하는, 공부가 되는 지리 여행
최재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추천독자

1. ‘스타벅스’를 애정한다면

2. 공간을 조명하는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3. 한 편의 재미있는 지리 강의를 듣고 싶다면

최재희 작가님은 휘문고등학교 지리교사이자 EBS 사회탐구 강사로, 지리 관련 다양한 저서를 썼다. 한마디로 공인된 지리능력자란 말씀! 목차는 총 4파트로, 핫플레이스/ 새로운 공간/ 암석 근처/ 물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을 각각 조명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벅스 매장도 실려 있다. 사진이 많고 컬러풀해서 읽는 내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스타벅스의 위치를 분석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데, 이는 스타벅스가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에 앞서 입지를 깐깐하게 따지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모 저가 커피 브랜드는 스타벅스 옆에 매장을 따라낸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스타벅스가 들어선 이유를 설명할 때 이 공간의 지형과 매력뿐만 아니라, 중생대의 지각 변동과 지역의 기반암 등 다양한 지리적 요인을 들어 파헤치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제주도의 스타벅스 한정메뉴는 출시될 때마다 화제가 되는데, 그 메뉴들을 제주의 지리적 요인을 들어 설명한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일반인(?)인 나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았을 것들을 지리선생님의 시각으로 대신 구경하니 재미있었던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춘천구봉산R점과 대구팔공산점은 모두 산자락에 위치하며 끝내주는 뷰를 자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는 침식 분지로 변모했고 후자는 화강암이 독립적으로 남은 산지라고 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스타벅스 매장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볼 일은 평생 없었을 것 같은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욱 확장된 기분이다. 재미뿐만 아니라 유익함까지 잡은 책!

스타벅스는 집 주변에도 많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매장들이 있기에, 이 책에서 소개했던 문경새재점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오픈한 대구종로고택점에 가보고 싶다. 스타벅스 브랜드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카페 비치용, 지인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강력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