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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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누적 판매 90만부를 기록 중인 어린이 장편 동화 『푸른사자 와니니』 시리즈.

어느새 100쇄 인쇄를 돌파한 1권을 이제야 읽어보았다.

와니니는 은가레강 구역에서 버팔로를 주로 사냥하는 암사자 '마디바'의 무리였다. 암사자들은 누가 낳았는지를 따지지 않고 무리의 아이들을 함께 키웠기에 모든 아이들의 엄마였다. 치밀한 작전과 풍부한 경험, 무엇보다 자식을 굶기지 않겠다는 책임감으로 사냥해왔다. '공격조'가 사냥감을 쫓으면 숨어있던 '매복조'가 뒤처진 사냥감을 기습하는 것이 암사자의 사냥법이였다. 사냥보다 세상구경에 마음이 끌렸던 아기 와니니는 겨우 한살이었다. 잡아다 준 먹이도 형제 자매들에 밀려 스스로 챙겨 먹지 못하던 힘이 약한 아이였지만 마디바 무리에 속해있는 암사자임에 자랑스러워 했고 반드시 멋진 사자로 자라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초원이 우기를 지나 초식동물 사냥감이 줄어든 건기가 되자 암사자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와니니는 '제대로 된 사냥꾼'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아이' 로 '제 몫을 해내지 않는 아이까지 돌볼 순 없다'는 이유로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암사자가 사는 법은 몇가지 룰이 있었고 그 룰은 절대적이었다.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를 것(우두머리는 무리를 위해 냉정해져야 할때가 있다)'

'사자는 혼자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사자는 여럿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

'갈기가 자란 수사자는 무리를 떠날 것(이후 수사자의 방문은 공격으로 여긴다)'

'물러서거나 겁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그것이 암사자가 수사자를 제압하는 방법이다)'

'이미 대가를 치른 일에 대해서는 다시 죄를 묻지 않고,

이미 지난 죽음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을 것(쫓고 쫓기고 먹고 먹히는건 당연한 일이다)'

'오늘 내가 할일을 할 것 (그러면 내일이 온다)'

와니니는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다른 엄마들은 '무리를 떠나는 순간, 어른이 되는 것'이라며 와니니는 남보다 빨리 어른이 되었을 뿐이라며 응원했다. 무리에서 떠나게 된 와니니는 사자에게 가장 무서운 '혼자가 되는 벌' 을 받으며 떠돌이 신세가 된다.


혼자가 된 와니니는 '무리는 며칠에 한번씩 이동했지만, 외톨이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조금씩 몸으로 하나하나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깨우쳐 갔다.

개인적으로 이말이 왜그렇게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혼자가 된다는건 더는 온전히 그리고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는 이말이, 매일 이동해야 한다는 말이 '떠돌이'의 신세를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문득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보고 해를 보면, 오늘을 열심히 보내자 비로소 오늘이 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 다시 오늘이 지나면 내일,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해는 꼴딱꼴딱 잘도 기울었고 다시 떠올랐다.


외톨이로 지내기 힘겨워 하던 어느날, 그저 '지독하게 운이 나빴을 뿐'이라며 다들 와니니처럼 저마다의 딱한 사연들을 안고 살아가던 또 다른 떠돌이 사자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사자에게는 친구가 필요해, 그동안 혼자 다니면서 충분히 느끼지 않았어?'라며 비록 수사자와 암사자 사이지만 사냥할 줄 모르는 와니니에게, 그리고 절름발이 여섯살 아산테 아저씨와 두살 애송이 잠보에겐 서로 필요한 존재들이였다. 그리고 와니니는 무리를 떠난 뒤 처음으로 편하게 누워 잠을 청했다.


와니니는 자기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기운이 났다. 마디바의 아이로 돌아갈 순 없지만 외톨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새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문제는 사냥을 배울 나이인 한살 반이 되기도 전에 쫓겨났으니 아직 사냥을 할 줄 모른다는 점이었다.

'초원 어디에도 목숨을 쉽게 내 놓는 상대'는 없었다.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사냥에 서투른 떠돌이들에게도 만만한 사냥감'은 언제든지 많았고 결국 '우연한 행운' 같은 첫 사냥에 성공한다. 그리고 '초원에서 가장 운 좋은 사자들에게나 찾아오는 행운' 같은 두번째 사냥에도 성공한다.


'외톨이' 이자 '떠돌이'였던 와니니는 '영토'나 '먹이'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던 '무투'나 먹이를 가지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두 수사자에게도 경고했다. 해치거나 빼앗지 말자고.


사냥에 성공도 하고 새로운 무리도 만들고, 예전의 무리였던 말라이카도 다시 만났다. 그러자 사냥을 못해 '쓸모 없던' 와니니도 꿈을 꾸기 시작한다.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에서 친구들과 더불어 지내는 꿈을. 약해빠진 아이도 자상하게 돌봐주고, 경솔한 아이도 너그럽게 감싸주고, 쓸모없는 아이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었다.


'혼자 둘수 없다'며 '와니니 무리'라고 칭해준 일행들과 여행의 행선지로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을 정했다. '지금까진 열심히 노력하면서만 살아왔지만 그곳에 가면 해가 지는 시간까지 마음 높고 자고, 마음껏 포효하며 품위있는 동물답게 마음껏 게으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을 상상하며 해가 뜨는 곳으로 쉬지 않고 걸었다.


초원도 그랬다. 어디에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하찮은 사냥감,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 썩은 나뭇등결, 역겨운 풀, 다치고 지친 떠돌이 사자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껏 와니니를 살려주고 지켜주고 길러주었다.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서로를 돌봐줄 거란 믿음이 있다면 초원을 누리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초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와니니는 친구들과 완전한 한 무리가 되었다. 비록 강하거나 용맹하진 않지만 약하고 부족하기에 더욱더 서로가 힘들고 지칠때 서로 도우며 함께 하는 친구들이었다. 초원의 끝에서 함께 돌아온 친구들이었으며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함께할꺼라 믿었다.

때문에 무투의 침략을 감지하고 마디바 할머니를 만나러 다시 돌아가던 길에서도 기꺼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마디바를 만난 와니니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는 복종하지 않겠다는 뜻이였다. 그리고 똑바로 말한다. '마디바'의 무리가 아니라 '와니니' 무리가 되었다고.


" 와니니 무리는 앞으로도 잘해나갈거야.

서로를 돌봐 줄 테니까.

그럴거라고 서로 믿으니까. "


비록 무투와 그 아들에 맞서 싸우다 아산테 아저씨를 잃게 되었지만 아저씨는 웃으면서 이 또한 '초원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품위있는 동물답게 마음껏 게으른 삶을 살기를 꿈꿨지만, 품위있는 동물답게 죽은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겠다고 말하며 초원의 왕 아산테는 사자가 이별하는 범에 따라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떠난다.


"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해. "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사자들의 '무리'의 모습은 각기 달랐다.

강한 아이만 살아남겨 곁에 두는 마디바 무리가 있었고, 자립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리 속에서 다른 무리를 염탐하는 무투무리도 있었고, 약하고 부족하지만 홀로 있음을 경험해 보았기에, 두번다시 홀로 두지 않기 위해서 서로를 보다듬고 도우며 의지하는 와니니 무리가 있었다.

사자의 삶 뿐만이 아니었다. 이 초원 위에 사는 모든 동물들은 다 저마다의 법칙과 생존방식으로 적대적으로, 때로는 친밀하게, 때로는 교류하면서 그렇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벌어진 일에대해선 탓하지 않으며, 도움 받은 것은 갚아주고, 그렇게 공생하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에겐 다양한 삶이 있고, 각자의 사연만큼 저답게 열심히 살며 다른 모습을 보여줄 뿐 틀린 삶은 없다는 것을 이 초원위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말해주고 있다. 같은 것을 그리고 꿈꾸는 무리들과 뜻을 함께 할 뿐, 그 어떤 무리도 잘못되었다고 할 순 없었다.

와니니는 와니니 답게, 사자답게, 왕답게 초원을 달릴 뿐이다.

'와니니 무리'들이 푸른 들판을 달리며 함께 사는 용기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책, 『푸른 사자 와니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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