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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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과 욕망, 섹슈얼리티를 바라보거나 여성의 몸을 미와 권력, 지위, 문화자본의 위계를 통해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라는 말은, 명확하게 보는 방법과 비판적으로 보는 방법,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란 에세이를 통해 여성 미술가들에 대한 의도적인 배제와 위대함이라는 미화된 범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이후 1989년 게릴라걸스는『여성이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만 하는가?』라는 포스터로 미술관에서 여성 누드화가 85%나 차지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고 같은 해『여성미술가와 유색 인종 미술가의 시각을 배제한다면, 당신은 그림의 반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이어갔다.

책의 목차는 이책의 성격과 '편향된'시점을 아주 명확하게 분류하여 제시한다.
1.'관능적인 '비너스'는 남성의 욕망의 틀로 바라본 여성.
2.온화하고 인내심 강한 '성모 마리아'는 종교적인 신성한 프레임 속에서 순결, 순정적, 이상적인 여성성의 전형인 '아내'이자 '어머니'.
3.젊은 여성들은 '순수함의 정수'로 순결하고 신비하면서도 매력적이라 남성들에 의해 망가질 수 있는 처녀.
4.자신의 욕망을 자유로이 좇는 여성은 괴물과 혐오의 대상인 메두사, 릴리스, 스핑크스 등 마녀.

여신이든, 성녀든, 마녀든 이중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처녀/창녀, 마리아/막달레나, 아프로디테/메두사 의 형태로 나타났고 이러한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여성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식, 성 정체성을 분류하는 방식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일정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을 거부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의 원형들이 미와 취향에 관한 생각뿐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 정치권력, 섹슈얼리티,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하며 어떻게 현대 문화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은 시대 문화의 영향을 받아 역사, 문화, 인종, 성정체성 등의 문제를 앉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스며든다. 모든 사람이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주 광고, 앨범 표지, 패션 사진 등 대중문화 광고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이 여성 이미지가 어떻게 스며들어 영향력을 끼지고 있는지 문화적 파장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와 만나며 이미지, 영화, 연극, 문화적 작업들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여지고, 재생산되었는지, 남성 관람자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생산된다는 '남성의 응시'개념과, 복합적 인간이 아니라 성적 매력으로만 기준화 시키는 '성적 대상화' 개념 등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는지, '아름다움'이 여성에게 어떤 기준으로 고정되어 왔는지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권한다.

나는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로 시작했던 린다 노클린의 질문이 "여성 미술가 중에서'도' 위대한 사람들이 있었다"로 답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이 책의 방향성이 마음에 든다 . 남성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위대해 질 수 있는게 아니야, 우리 여성도 그림도 그리고 조각할수도 있고 위대해질 수도 있었는데 상황이 그러지 못했어, 라는 대결구도로 가지 않아서 좋았다.
'여성' 미술가 라는 단어로 분류하며 미술관에 따로 지정된 공간에 있는 '희귀한 외래종' 취급을 받아서도 안돼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 옹호론자'에게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특별 전시되거나 상품화 되는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들의 신체, 재생산 선택권, 성폭력, 누가 아름다운가, 누구의 몸이 보여지는가, 누가 혹은 무엇이 훌륭하고 가치있는 가 등의 이미지 속 여성들에 관한 논의가 전부 여성들의 이슈나 억압과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여성만의 방식으로 여성의 경험들을 묘사한 이미지들 자체가 '남성' 문화에서 빗겨난 주류 문화에 대항하는 '비주류' 문화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문화 안으로 편입되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렇게 우리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야 다각도로 비교 평가 할 수 있는 본보기들이 마련이 되고 이는 다시 우리에게 제공되어 다양한 시선과 문화로 공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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