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의 1초 인생 기린과 달팽이
말린 클링엔베리 지음, 산나 만데르 그림, 기영인 옮김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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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의 1초 인생 』을 읽고 쓴 한줄 평

누구든, 어디에 있든, 웃음을 주고 떠나는 외로운 1초 인생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슬픈 존재이지만

그 '나타난다'는 곳이 어디인지, 누구에게 인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함 속에 놓여있다.

방귀의 시간은 1초이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리다 갈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방귀의 시간도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초반에는 방귀가 등장하는 여러 장소에 대해 나온다.

어느 곳에서든 방귀가 등장할 수 있다, 는 것은 방귀는 여러 곳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입장에 대한 시선을 약간 틀면 이러한 재미있는 방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 산 속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우주에서도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은 방귀는 어디든 잠깐이지만 행운처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 잠시 머물다 가는 방귀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사라진다. 그러니 방귀를 부른 당신도 지금 당신이 있는 주변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긱 하길.

중반 이후에는 방귀를 끼는 여러 사람에 대해 나온다.

제 아무리 교양있고 고상한 사람도 방귀를 피할순 없다는 것.

안뀐 척 모르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방귀는 사람을 가라지 않고 공평하다. 그러니 당신도 지금 주변 사람들의 겉모습과 배경에 사로잡혀 편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길.

약간의 풍자적인 시선이 서려있는 듯한 몇몇 페이지는

역시 그림책도 어른이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아이들도, 이를 눈치 챌 수 있으려나.


방귀는 다음 방귀를 뀌기 전에 사라져 버려

그래서 방귀는 거의 친구를 사귈 수 없지

멈칫 하고 공감했던 장면

이야, 이젠 방귀한테도 감정이입을 하는구나.

이런 입장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동화의 힘인것 같다.

이러한 연유로 제일 첫페이지에 '방귀는 외롭고 슬픈 존재'라고 설명한 모양이다. 머물다 간 시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함께 할 이가 없기에.

누구나 방귀 소리에 미소를 짓지

제일 좋아했던 페이지.

맞어, 어렸을때는 똥, 방귀, 트름, 코딱지 같은 분비물에 꺄르르 웃어대며 무조건 좋아했었지. 방귀탄이라는 놀잇감도 있었을 분더러 가짜 방귀 소리가 나는 아이템에도 '아이 냄새나' 이러면서 불쾌함 보다는 유쾌함을 느끼곤 했었다.


그건 성인도 마찬가지다.

친구들끼리 있다가, 운동을 하다가, 웃다가, 조용한 곳에서, 격식있는 자리에서 등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방귀소리는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 앞에 '웃음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라는 단서가 웃프게 들려온다.

방귀소리에 함께 웃고 떠들 수 없다는 것은,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웃음을 짓지 못한 다는 것.

'신선하진 못해도 상쾌하게 한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키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나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둘다 아니든

누구나 (배와 엉덩이만 있다면) 같다

말린 클링엔베리, 산나 만데르 『방귀의 1초 인생』

책의 마무리이자, 이책이 결국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페이지.

방귀는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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