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메라와 앞치마 - 타인과 친구가 되는 삶의 레시피17
조선희.최현석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이보다 더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고 최고의 사진으로 맛을 표현하니 말이다.
조선희 작가의 화보를 좋아한다. 그리고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어울리는 최현석 쉐프는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 두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과 이야기가 담긴 이책이 참 특별해 진다.
이책은 요리가 나오는 책들과 조금 다른면이 있다 하나의 재료, 음식에 관련된 두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지거나 둘의 대화를 엿볼수 있다. 그냥 고기한덩리, 면 사리인 재료들의 최고급 음식처럼 사진으로 보여지는것도 재미있다. 거기에 조리과정의 사진은 전혀 없는 말뿐인 레시피도 신기하게 눈에 잘 들어온다.
하나의 주제가 던져지고 그에 어울리는 재료가 사진으로 보여지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멋진 완성된 요리가 마무리된다. 방송에서도 종종 아버지 이야기를 했던 최현석 쉐프는 아버지의 요리에 맛있다고 제대로 말해 본적이 없고, 그런 아버지께 요리를 해 드린 적도 없다고 그리움을 나타내고 조선희 작가가 아빠와의 마지막 식사가 간짜장이었다는 뭉클하고 솔직한 이야기는 이책이 아니면 절대 알수없는것들이 많다.
방송에서는 편집이라는 것도 있고 자칫 악성댓글등에 시달릴수 있어 솔직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아 있을것같다. 그래서 늘 방송에서 웃기거나 허세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최현석 쉐프에게도 우울증이 있었다니 몸이 힘들때 생각나는 어머니의 꼬리 곰탕은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아프면 가장 생각나는 가족, 그중에서도 어머니는 모든 사람의 영원한 눈물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음식은 중요한 요소이다. 스테이크나 갈치포베이컨말이,먹물리소토, 푸아그라 요리같은 집에서 해먹을만한 그런 쉬운 요리들이 아니기에 그저 멋진 사진에 감탄을 하게 되지만 음식에 엮인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없어서는 안되는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은 친구라고 말하기 어려울때가 많다. 10년을 같이 일해도 그냥 동료라고 서로를 소개하는 지인들을 봐와서 그런지 나도 오랜시간 같이 일하는 팀원들을 친구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누구에게 소개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조선희 작가는 사진을 찍는다는것이 그 사람과 친구가 되는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서로에게 맞추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된다는 의미인듯 싶다. 요즘같이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나뉘어 알게 모르게 선을 그어버리고 갑을 관계, 열정페이 같은 현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회에서 조선희 작가가 참 부러운 일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어떤가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두사람은 모두 자기의 분야에서 최고로 대우받는다. 최현석 쉐프가 그럼에도 종종 방송에서 어색하게 대결에서 패하거나 혹평을 받을때 속으로는 무척 자존심이 상하겠구나 했다. 실제로 어떤 마음일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 책에 그의 마음이 씌여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기술이나 고급스러운 재료등으로 요리가 사람을 움직일수 없다는걸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만을 고집하는게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하는걸 고수가 되어서도 깨우치고 있구나 생각하니 나역시 고집스러운 행동이나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한것이 아니였는지 돌아보고 조금씩이라도 고쳐야 겠다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화려한 배우들, 유명인들과 만나고 일하는 두사람의 이야기는 그저 똑같이 화려하고 즐겁기만 할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한 재료, 음식으로 때로는 비싸고 먹기 어려운 요리들과 얽힌 인생 이야기는 진솔했다. 나도 여기 나온 모든 음식은 아니지만 면에 대한 추억이 있고, 스테이크에 얽힌 첫사랑 이야기가 있다. 멍게를 여전히 먹지 못하는 사연도 가지고 있고, 와인으로 최고의 파티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즐거웠다. 너무 바빠서 요리사가 컵라면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는것 다 똑같다. 편견을 갖지말자라는 혼자만의 생각도 해보고,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밥차려줄 엄마가 계시다는것에 조선희 작가처럼 감사해 했다. 멋진 요리를 할 수 있게 레시피가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두사람은 이해해 줄것같다. 그저 음식으로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나누면 그 뿐이라고 말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