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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개정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구수한 맛이 있다. 담백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입담 속에는 능글맞은 구석이 있다. 중간중간 필자의 주관이 개입하여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코믹스레 바꾸어 놓기도 한다. 과연 이야기 보따리를 수 백 개쯤 쟁여놓은 이야기꾼답다.
누구나 들어봄직한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왜 ‘이윤기’ 작가의 글로 읽어야 할까? 내용과 구성, 해석 등 모든 방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1권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 저 | 웅진지식하우스
전래동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이 모두가 아는 유명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땐, 필력만큼이나 구성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엮을 수 있는 커다란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권에서는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가 바로 그 첫 번째 문이다.
‘신발’이 우리 인생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여러 글거리로 등장하는 신발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단편적이기만 하던 ‘사랑’이 다면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연출하기도 하고 ‘나무’에 담긴 신과 인간의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나의 소재에 얽힌 다양한 신화가 소재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12가지의 열쇠 뜻을 짐작해보며 나만의 신화 읽는 법을 독창해도 좋다.
그렇기에 책의 12장은 신화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마치 해석을 요하는 수수께끼 같았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였다. 그것은 과연 ‘상상력’이다.
하늘과 대지, 그리고 깊은 땅으로 나누어진 세계관 속에서 저승이 구현된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태양 길이 풍부하게 묘사되었고 물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상상하며 신화가 탄생했다. 이러한 신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오히려 ‘이해’하려는 마음가짐보단 그저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이를 도와줄 힘이 바로 상상력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신화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기보다 현실의 뼈대에 놀라운 상상이 더해졌음을 인지해야 한다. 신의 이름이 현재에도 쓰이는 많은 단어의 어원이며 지명 또한 실제를 바탕으로 한다. 책에서 이름의 어원을 빠뜨리지 않고 자세히 서술하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고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독자의 지적호기심을 아주 잘 자극한다. 지금껏 그리스 로마 신화를 완독하지 못한 내가 뚝딱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요즘 책에서는 보기 드문 이야기 풀이법을 지니고 있다. 스토리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힘과 독자가 놓친 부분을 되짚어주는 섬세함, 상황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비유가 인상깊다. 특히 갖가지 비유가 섞인 문장을 보면, 작가가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머릿 속에서 재생하며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려 신중을 기했을지 감탄스럽다. 쉽게 떠오른 것을 쉽게 써내려간 책들과는 달리 문장마다 ‘깊이’가 느껴진다. 오래된 책방 주인이 청자를 모아놓고 구술하듯이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이 제일이다.
특히나 신화 또한 몸바꾸기의 달인이기에 전개 방식이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반복되는 인물에 설명을 덧붙이며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등장인물(등장신물?)을 이해하기 용이하며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무려 240만의 독자가 선택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25주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읽히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것이다.
앞으로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선택할 것 같다. 독자 편에 서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한편,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전거는 혼자 힘으로 타야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를 홀로 서게 해줄, 훌륭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지침서인 것이 틀림없다.
<출판사의 제공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