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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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들.

아니, 드라마도 이렇게나 매운맛은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몇 화에 걸쳐 정성스레 감정선을 빚어낸 스토리가 아니라,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스냅샷 같은 에피소드다. 여러 인물의 인생사가 담백하고 투박한 문장으로 함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을 철학하고 싶다면 아주 제격인 에세이집이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 웅진지식하우스

도대체 옛날엔 어떻게 살아온걸까. 단칸방에 6명이 들어가 사는건 기본값, 등굣길은 1시간이 넘도록 걸어야했고, 난로의 온기를 빼앗기지 않게 창문을 닫은 채 연기 속에서 수업을 듣던 때 말이다.

매우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사회 속에서도 유난히 밥 지어 파는 식당에선 인간적인 면모가 가득했다. 없으면 굵어죽는 것이 밥이라 인심이 후한건지도 모르겠다. 술만 시키면 안주가 랜덤이자 공짜인 대포집, 단골과 수십년째 연락하는 노포 식당. 그들에게 가게는 생계수단이자 인생을 노래하는 무대같아 보였다. 그들의 연주는 인생사이고 손님은 관객이다. 사라져가는 식당만큼 그 속의 수많은 인생사도 마침표를 맞이한다. 그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과의 추억도 아련해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이에는 항상 먹을 것이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음식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나에게 추억과 동시에 위안이 되는 음식이 있을까.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나는 일찍이 혼자 밥을 차려먹을 줄 알았다. 요리라 해봤자 삶은계란김치 비빔밥, 김치 누룽지밥 등 이름을 새로 붙여야 하는 메뉴들이다. 그중에서 지금도 좋아하는 요리는 짜파게티이다. 특별할 것 없어보이지만 내 소울푸드 짜파게티는 시즈닝 가루가 완전히 섞이지 않아 서걱서걱 씹히는 맛이 핵심이다. 어린 아이가 만들어서 어설픈 것이다.

어느 부분은 짜고 어느 부분은 싱거웠다. 원래 그런 맛인줄 알고 먹었다. 그곳에 내 어린 시절이 있다. 그닥 외롭지도 서운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원래 일상은 그러한줄 알았다. 다행히 아픈 추억은 아니지만 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다.


요리에 한 사람의 일생과 추억을 입히는 건 굉장히 낭만적인 작업이다. 책은 낭만의 시대를 지내온 저자의 믿지 못 할 연대의 이야기를 모았다.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사람으로 끝난다. 사람에 대한 신뢰로 값진 추억과 인연을 얻었다. 냉소적인 지금 이 시대에 딱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했다. 이기적이거나 차가운 마음을 녹이고 싶다면, 뜨거운 눈물 같은 책으로 추천한다.

<출판사의 제공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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