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귀농, 가족, 비혼, 고양이 에세이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글을 좋아한다. 역사와 철학, 이론이 섞인 풍부한 글이 좋다. 책 속에 인용구가 다양하면 저자가 지닌 지식의 깊이가 느껴지고, 상상 이야기가 엉뚱하면 저자의 매력이 더해진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황승희 저 | 푸른향기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면서도 부담스럽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저자의 결심이 얼마나 결연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대책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것도 잠시, 저자의 퇴사 라이프는 육아휴직 중인 나도 퇴사 충동을 느끼게 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 곳.
보채는 사람도 떠미는 사람도 없는 곳.
내가 결정하고 내가 수확하는 곳.

밭은 평화로웠다. 아니, 퇴사 후 만나는 모든 부분이 평화로웠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저자의 마음도, 지옥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의 재택근무도, 냥집사의 일상도 모두 평화롭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단짠으로 가득한 이유는, 자칫 상처로도 남을 수 있던 순간들이 한 편의 시트콤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마냥 웃기엔 내심 미안할 정도지만, 충분히 감내하고 이겨낸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힘든 순간도 지나고 나면 한 편의 이야깃거리가 되듯, 반드시 아등바등 매달려야 하는 건 없다는 위로도 받았다. 바람 따라 물 따라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도 제법 멋질 것 같다.



나에게도 알레르기와 디스크로 집약된 아픈 몸과 남존여비 사상에 짓눌린 과거가 있어도 이렇게 감사해하며 유쾌할 수 있을까. 저자의 타고난 의식의 흐름과 신선한 단어선택, 그리고 세련된 마인드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귀농 이야기에 더해 가족애, 그리고 이와 사뭇 상반된 비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언제나 옳은 고양이 이야기도 있다. 삶이 아프고 힘들 때, 내려놓음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