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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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치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크론병.
이름도 생소한 질병을 앓으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

같은 병의 환자를 치료하며 느끼는 위화감과
아픈 와중에도 환자를 놓지 못하는 책임감,
결과론만을 따른 죄책감으로 버무려진 의사.

의사의 업은 자고로 신성하고 숭고한 것이 아니던가.
그런 의사가 이토록 진지한 고백을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마음 깊이 이해하고 그 어려움을 헤아릴 의무가 있다.


[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저 | 푸른향기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병원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수 천 명의 환자를 만나며
의사는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 속에서 괴로워하며 번뇌한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비극도, 희극도 없을 격정의 롤러코스터이다.

무엇이 그들을 의사로 이끌었을까?

한가지 분명한건 그런 근원적인 질문조차 의사에게 사치란 것이다.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고, 오더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맹렬히 싸우다가도, 두손으로 기도하고
끝내 져버린 생명 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늪에 빠졌지만
다음 환자를 위해 냉정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행동이
신을 향한 도전이라 여겨진건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드는 감정과 철학적인 생각들이
혹독한 운명이라고까지 느껴졌다.

환영받는 치료와 그렇지 못한 치료가 있을까?
치료의 종결은 어느 순간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도 결국 다가오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인 걸까?
그럼 무엇을 위해서 고민하고 마음 아파해야 할까?

다시는 되살릴 수 없는 생명을 다루며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한계와
그에 따른 죄책감과 좌절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 안에서 작가는 고백하고 싶어했다.
실은 난 신이 아니라고.
안이한 적도,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고
그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며 속앓이 해온 트라우마를 밝힌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나는 묵묵히 그 손을 잡고
그럼에도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고 싶다.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아주셔서,
환자의 믿음을 외면하지 않아주셔서,
환자와 의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릴 시절, 멋진 직업 1위였던 의사.
그땐 의사 가운이 멋져보였는데,
이젠 자괴감과 자책 속에서도 사람 살리는 일을 놓지 못하고
또다시 수술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가장 멋지게 보인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은,
의사와 환자, 병원 속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메스를 손에 든 자]이다.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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