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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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이후,
종교적 의미를 되새기며 참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는 지은 죄를 속죄받는다는 설도 있다.

내 가족 중에는 산티아고에 다녀온 이들이 꽤나 있다.
나의 부모님서부터 멀게는 사촌까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산티아고가 반드시 종교적 의미만을 지닌 것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순례길로 이끄는 걸까?
순례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직까지도 답지를 제출하지 못한 문제에 이제서야 펜을 들고자 한다.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저 | 푸른향기


많은 이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순례길에 오른다.
어떤 깨달음이 필요한지는 본인조차도 모른다.
저자 또한 오랜 염원으로 순례길에 올랐지만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놀랍도록 순례길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 일상이란 평범하게 걷고 먹고 자는 것이 전부이며
바라는 것은 오직, 걷기 좋은 날씨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것에도 얽매여 있지 않을 때,
그제서야 날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 있었다.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감각.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나의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순간적인 감정을 파헤쳐,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본능적인 감각에 집중하여, 나의 기질을 파악한다.

저자가 항상 가방에 지니고 있었으나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안경처럼
나는 원래부터 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순례길에 오르고 나서야 나에게 있는 것은 나 하나기에
내 생각, 감정, 감각을 알아차리고 돌보는 것이다.
결국 순례길에서 얻는 것은 대단한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아닐까.

저자는 그에 더해 값진 인연을 얻었다.
처음 만났지만 고난의 길을 함께 걷는 유대감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또 의지한다.
그 어떤 의무나 권리로 얽히지 않은 순수 선의 인연이다.
인류애를 회복하고 기분이 새로이 환기된다.
날 것의 자기 자신으로 대가없이 가까워질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와 동료라는 “사람”만을 남겼다.


저자가 겪은 웃기고 황당한 일화.
꾸미지 않은 솔직한 생각.
중간중간 빠지지 않는 알짜 팁까지
재미와 정보 모두 얻은 유익한 독서였다.
장관과 경관을 담은 사진들은 코로나로 메말랐던 여행혼에 숨을 불어넣었다.
나 또한 저자처럼 순례자의 꿈을 갖게 한 거룩한 순간이었다.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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