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따스하게 너를 꼭 안아 줄걸
장준영 지음 / 바이이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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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어떤 순간은 뇌리에 박혀 끊임없이 달달한 향을 풍기지만, 어떤 순간은 쇠털같이 반복된 일상 속에 파묻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또 어떤 순간은 부끄러움에, 혹은 실망감에 잊고 싶어도 계속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어떤 형태더라도 모두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만남이 시작되고 만개한 다음 저무는 모든 순간이 사랑의 단면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래도 따스하게 너를 꼭 안아 줄걸" 책은 그 모든 사랑의 순간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그것도 익숙한 단어의 세련된 변신을 통해서 말이다.


처음으로 사랑이 일렁이는 순간의 글들은 모두의 마음 속 호수 또한 일렁이게 하기 충분하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작은 설렘도 섬세한 감정으로 소중히 그려낸 모습이 그토록 맑고 간지러울 수 없다. 낯설으면서도 구체적인 단어들의 조화로운 표현은 독자들을 몽환케하여 매 장면 속 주인공으로 만든다.

주인공이 된 독자들은 순식간에 무서울정도로 고요한 외로움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이게 무서운 단어였나 차디한 칼바람에 입꼬리가 매섭게 얼어붙을 것이다. 하지만 구차하고 지독한 사랑의 뒷모습도 이렇게 소중한 시가 되어 아름답게 자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볍고도 먹먹한 시간이었다. 작가와 함께 구름 위를 걷기도 했고 깊은 바다속 심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구름 위에선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 하하호호 수다를 떨었고 바다 밑에선 아무말없이 서로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지금 나의 사랑 이야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이름을 붙이기 조심스러울 때도 있었고, 사랑이란 단어로도 한없이 표현이 모자를 때도 있었다. 그렇게 내 모든 사랑을 서툴게 만들어준 내 딸. 매일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이 책처럼 궤적을 기록하면 보기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위로받고 즐기는 법을 배웠다.


물론, 몽실한 감정을 다듬고 글로서 표현한다는 건 머리도 마음도 힘든 일이다. 특히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 끝에 기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따스하게 너를 꼭 안아줄걸" 책은 매순간 진심이던 감정을 존중하고 어루만진다. 그리고 보석으로 만들어 기억 저편에 저장한다. 사랑의 끝이 쓰다고 해서 그 시작의 아른한 향과 달달한 첫 맛까지 쓰게 남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침체된 감정도 이따금씩 꺼내어보아 감상할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레는 마음이 벅찬 사람들, 괴로운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이 책의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첫사랑을 만나 서툰 사랑을 하고 있는 엄마들도 가슴따뜻히 읽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한편의 정제된 추억으로 남기고 작가와 함께 수다 떨기를 추천한다.

<바이이브 출판사의 제공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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