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책 이야기
김소영 지음, 심혜경 감수 / 피그말리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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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한번쯤은 꼭 '한국그림책테라피협회'에서 하는 모임에 가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당분간도 어려울 것같아 책이 나오길 기다렸다.

시중에 비슷한 책이 아주 많고 그 많은 책을 본 독자로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속 그림책은 달랐다. 대중성 보단 깊이감을 우선해 책을 고른 듯 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와 어른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마음'을 숨기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완벽하게 마음을 숨기게 되는 그 순간을 포착한 그림책이 책 속에 있었다.



《마음이 아플까봐》 소녀는 할아버지와의 이별로 마음이 아플까봐 병에 보관하기로 한다. 소녀의 바람대로 마음은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지만 불행해진 소녀는 결국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힘겨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들여다볼 수 있게 배려한 작가의 솜씨도 문장 하나, 그림의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여다본 (《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저자의 세심함도 놀라웠다.

힘겨운 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 또 하나의 그림책
《대추 한 알》은 장석주 시인의 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말이 필요없다.


또 하나의 말이 필요없는 작품성에 대중성까지 잡은
《행복한 눈사람》은 내가 살림이 고역이라 느껴질 때, 보람없이 쳇바퀴도는 것처럼 느껴질 때 큰 위로를 준 그림책이다.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청소부가 청소일을 택하는 걸 보면서 예전엔 위로를 받았다면 이젠 공감한다.

내가 청소한 거실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펼치는 영역이 되고, 내가 요리한 음식으로
가족이
에너지를 채우고, 내가 매일 정리하는 이부자리 위에서 아이들은 매일 꿈을 키워 나가고, 내가 빤 옷을 입고 모두 함께 미래로 나아간다.

이걸 깨닫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과정도 결실임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걸까. :)

 

 


"행복에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포함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작해보세요. 과정이 결실입니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그림책을 막 읽기 시작한 어른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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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7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완서 외 지음, 성낙수.박찬영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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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잘못 만들어졌나?"
"나 이제 숫자도 잘 못세는거야?"
"목차가 한 장 뜯겨나갔나?"

《한국단편소설 70》인데 칠십편이 담긴게 아니라 잠시 당황했다. 《한국단편소설 40》의 속편으로 40편에 미처 담지못한
30편이 《한국단편소설 70》에 담겨 있다. (숫자를 부풀려서 오해를 만든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단편소설 40》에 담긴 작품은 모두 제목도 내용도 익숙하다. 고2 이상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 담겨 있다. 작품을 배워야 할 중고생이라면 40을 먼저 읽어야겠지만 난 아니니까, 중간 중간 낯선 제목이 보이는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어느 봄에 꽃이 피지 않으며,
어느 가을에 잎이 떨어지지 아니할까."
- 금수회의록



혼란스러운 개화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연에 인간을 비추어보게 만들었던 이 문장은 시대가 다른 내게도 사뿐히 날아와 싹을 틔웠다.♥
그 외에도 읽은 족족 좋았다는.. 나는야 갈대마냥 가벼운 마음을 가진 독서애호가.


논 몇 마지기에 발이 묶여 세상 풍파를 온 몸으로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어리석은 소작농 한 생원의 비애를 그린 <논 이야기>.

아홉폭짜리 치마를 둘렀지만 층암절벽같은 네 기둥 안에서의 생이 전부였던 아낙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 <자유종>.

재난같은 가난 앞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부 혹은 너무 다른 남과 여의 이야기 <빈처, 땡볕, 소낙비>.

일제 교육 방침으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변변한 일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결국 아들에겐 다른(기술) 삶을 물려주려는 한 인텔리의 이야기 <레디메이드 인생>

가장 인상깊게 남은 건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 처음 읽어봤는데 왜 '박완서~ 박완서~'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목숨 하나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때,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 둔 귀한 작품(탈출기, 홍염, 돈, 복덕방 등)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읽을라 치면 읽을 책이 끝이 없듯, 추천할라 치면 추천할 책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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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로푸드 디저트 - 치유의 맛, 달콤한 다이어트 스타일
김연주 지음 / 북스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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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다.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 ㅜ.ㅜ 내가 생각한 건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로푸드였는데 《건강한 로푸드 디저트》에 나온 디저트는 이름만 익숙하지 재료도, 조리법도, 완성 비주얼도 모두 낯설다. 이런 재료를 어디서 파는지 인터넷으로 하나 하나 찾아봐야하는 재료들이 수두룩하다.


실리움 허스크, 타이거넛츠, 메스키트 가루, 아니스 가루, 쿠루마 가루, 리퀴드 스테비아, 카다몬, 사차인치...


로푸드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덥석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서평단을 신청한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겠다.  "건강식"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지
로푸드가 100% 채식에 불을 쓰지 않는 요리란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제철 친환경 재료를 생으로, 효소도 그대로 섭취하는게 로푸드이다. 그러다보니 조리법은 아주 쉽다. 다 섞어서 푸드프로세서에 갈기만 하면 된다.

 

위 사진은 캐러웨이 사우어 크라우트 브레드 레시피이다.

간다, 다진다, 분쇄한다, 반죽한다, 섞는다. 그리고 건조한다.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빵이 되는지. 신기하다.

 

썬데이 모닝 브레드와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이다. 타르트는 그나마 좀 비슷해 보이지만 빵은.. 아무리 봐도 반죽 덩어리일 뿐이다. (갈아서 섞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마음에 든건 각종 유유와 스프레드 레시피, 반건시로 만든 카라멜 프로스팅, 청키 토마토 살사소스다.

입맛을 포기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단 후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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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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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는 러시아 혁명(1917년)기를 산 한 귀족의 일대기이다. 주인공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의 삶을 1922년부터 무려 32년을 그리고 있다. 그는 귀족이란 이유로 벌을 받았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다락방으로 쫓겨나 갇힌다.

 

로스토프 백작은 혁명에 나름 공헌한 시를 썼다. 그 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당한 처사에도 백작은 한마디 말도 없이 순순히 시대에 순응한다. 그런 그를 보며 자발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백작이 연금된 메트로폴 호텔도 혁명의 여파 -경기 하락, 흉작, 무역 중단 -로 식재료가 고갈되고, 직원들이 백작을 (300페이지서부터) 동무라 부르는 등 서서히 달라진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러시아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혁명을 이끈 주체들을 내세우진 않는다. 반대편에 있는 피해자가 된 소수, 백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 초반엔 나 또한 귀족이란 편견에 사로잡혀 반성하거나, 교훈을 얻고, 깨달아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니나라는 어린 소녀를 통해 호텔을 알아가며 변해가긴 했지만, 세상이 수박 쪼개듯 이분법으로 딱 맞춰 나눠지던가. 백작은 가해자의 편에 서 있긴 했지만 가해자는 아니었고, 혁명당원으로 한자리 꿰찰 수도(다시 귀족적 신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도 포기한 채 피해자가 되었다. 왜일까? 왕족, 귀족 제도에 대한 반감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게 과연 정당한 걸까? 그가 한 선택이 옳은 것일까? 무엇이 옳은 선택인 걸까?


"황제가 계단 아래로 끌려 내려와 거리에 던져질 때 화려함은 얼마나 겸손하게 머릴 숙이는가. 그러고 나서 화려함은 조용히 알맞은 때를 기다리며 새로 임명된 지도자의 복장에 과해 조언해 준다. ... 한두 개의 훈장을 착용하는 게 좋겠다고. ... 일반 병사들은 구체제의 깃발을 승리의 장작더미에 던져버리겠지만, 그러나 곧 트럼펫이 울려 퍼지고 화려함이 옥좌 옆에서 다시 역사와 왕들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혁명의 기준은 무엇인가? 기존의 체제나 사상을 모두 뒤엎어야만 혁명인가? 한 명도 남김없이 해치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남길 것은 없는가?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겨우 치고 올라갔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하는 민중은 정말 민중의 대표인가? 민중이 되고 싶었던 건 결국 그들이었던 걸까? 왜 결정권자가 되면 결국엔 똑같아지는가? 그리고 무지가 가져오는 더 큰 혼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와인 목록이 존재하는 것은 혁명의 이상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식품부 인민위원 테오도로프 동무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것은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지식층)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을 보여주는 표지 같은 것이라는 거죠."
"말도 안 돼요."
"그래서 그들은 회의를 열고, 투표를 실시하고,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보야르스키는 모든 와인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으로만 구분하여 단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겁니다."

 

와인의 라벨을 떼어내 모든 와인을 통일시킨 이 해프닝(혹은 테러)은 평등을 향한 갈망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단적인 예이다. 무지와 성급함에서 비롯된 사고이기도 하다. 그들의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우리의 실수는 과정으로 보는 모순은 또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 인간은 결국에는 철학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백작은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고, 시대에 유연했던걸까. 소설의 엔딩처럼 이 책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확실한 답은 없다.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생각해볼 가치는 분명 컸다.

 

사실, 나는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졌지만 백작은 로빈슨 크루소처럼 주어진 환경에 묵묵하고 차분하게 적응하고 매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한다. 치열함은 1도 없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9살, 5살 소녀인 만큼 작품은 어둡지도 무겁지도 않다. 행동에서 엿볼 수 있는 바른 성품, 잘 정제된 열린 사고가 돋보이는 단정한 작품은 백작과도 닮았다.

토론으로 꼭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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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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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제목을 과거형으로 읽은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개운치 않았다. 책과 나 사이에 뭔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은지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게 '설렌다'는 과거에만 존재하는 동사였음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왔더니 계절이 달라진 것 같다. 개나리보다 프리지어가 좋았고, 목련꽃보다 벚꽃이 좋았듯, 장미보다 능소화가 좋다. 올해는 언제쯤 필까.

꽃으로 기억되는 사람은 오래 남는다."

 



친정집 장식장 한 칸은 내 자리다. 이 칸에는 어린 시절부터 시집을 오기 전까지 찍은 사진 몇 장이 자릴 잡고 있다.

걸음마 시절, 집 정원 장미밭에서 한 컷.
 국립현대미술관 꽃밭에서 한 컷.
어린 시절 엄마가 다닌 한 층짜리 폐교에 안 어울리게 활짝 핀 능소화 곁에서 한 컷.
 친구 결혼식장에서 받은 부케를 안고 한 컷.

어린 시절, 엄마는 늘 꽃밭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예쁜 꽃밭이 보이면 나를 꼭 꽃밭에 앉혀 사진을 찍으셨다. 언제부턴가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게 싫어졌다. 몇 년째 이어지는 같은 프레임에 질렸던 모양이다.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투정 부리는 날, 입이 한 됫박 튀어나온 채 눈을 흘기는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봤다.) 날 앉혀두고 억지로라도 사진을 찍으셨다.

나이가 어린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미숙함이 있다. 경험치의 부족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어린 시절이 다 그런 것을. 생각이란게 자리를 잡기도 전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어린 시절의 반항을 아쉬워한다.

나는 이 책이 아쉬웠다. 독자로서 갖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에서 보면 또 하나의 단단한 초석이기에, 이 시기에만 겪고 쓸 수 있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기에 내 아쉬움쯤은 문제 되지 않겠다. 멀리 보면 좋은 책도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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