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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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제목을 과거형으로 읽은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개운치 않았다. 책과 나 사이에 뭔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은지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게 '설렌다'는 과거에만 존재하는 동사였음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왔더니 계절이 달라진 것 같다. 개나리보다 프리지어가 좋았고, 목련꽃보다 벚꽃이 좋았듯, 장미보다 능소화가 좋다. 올해는 언제쯤 필까.

꽃으로 기억되는 사람은 오래 남는다."

 



친정집 장식장 한 칸은 내 자리다. 이 칸에는 어린 시절부터 시집을 오기 전까지 찍은 사진 몇 장이 자릴 잡고 있다.

걸음마 시절, 집 정원 장미밭에서 한 컷.
 국립현대미술관 꽃밭에서 한 컷.
어린 시절 엄마가 다닌 한 층짜리 폐교에 안 어울리게 활짝 핀 능소화 곁에서 한 컷.
 친구 결혼식장에서 받은 부케를 안고 한 컷.

어린 시절, 엄마는 늘 꽃밭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예쁜 꽃밭이 보이면 나를 꼭 꽃밭에 앉혀 사진을 찍으셨다. 언제부턴가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게 싫어졌다. 몇 년째 이어지는 같은 프레임에 질렸던 모양이다.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투정 부리는 날, 입이 한 됫박 튀어나온 채 눈을 흘기는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봤다.) 날 앉혀두고 억지로라도 사진을 찍으셨다.

나이가 어린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미숙함이 있다. 경험치의 부족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어린 시절이 다 그런 것을. 생각이란게 자리를 잡기도 전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어린 시절의 반항을 아쉬워한다.

나는 이 책이 아쉬웠다. 독자로서 갖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에서 보면 또 하나의 단단한 초석이기에, 이 시기에만 겪고 쓸 수 있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기에 내 아쉬움쯤은 문제 되지 않겠다. 멀리 보면 좋은 책도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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