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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때문에 힘들어! ㅣ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30
샤를로트 갱그라 지음, 이정주 옮김, 스테판 조리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혼, 가정불화.
뻔한 소재 그러나 뻔하지 않은 스토리.
이혼의 위기에 처한 클라라네 부모, 그리고 별거, 아빠의 외도, 정신 이상을 보이는 엄마, 철 없는 쌍둥이 언니들, 그 사이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는 클라라.
어떤 연유로 이 가족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진 모르겠다.
엄마의 잔소리와 고함이 먼저였는지, 아빠의 부재가 먼저였는지, 쪼그라든 살림 때문인지....
그랜드 피아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여유있었던 클라라네가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할머니는 양로원으로 가시고, 유령 같은 아빠는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다.
클라라는 알고 있다. 아빠의 귀가가 늦은 이유를.
아빠 차에 타고 있던 낯선 여자를 엄마와 함께 봤다.
어른들은 클라라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쩜, 아이의 시선이 두려워 애써 무시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이 눈치 채고 있다는걸 어른들도 알고 있으면서 모르길 바라는 걸 아닐까?
새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난 뒤 생긴 엄마의 이상한 취미.
집 안 여기저기를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엄마는 이상해진 게 아니에요. 슬퍼서 그러는 거예요. 황금색이 말해 주잖아요. 사람들은 공준님처럼 행복해 보이려고 여기저기에 황금색을 칠해요. (p18)
행복도 없고 휴전도 없는 클라라네.
나도 욕을 자주 해요. 슬프고 버림받은 기분 때문이에요. 황금색 물감, 만날 싸우는 엄마 아빠, 엄마와 나란히 쓰는 침대, 양로원에 보내진 할머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피아노 때문이에요. (p22)
무풍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만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여야 할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마저 아이들은 내몰리고 있다. 부모의 탈을 쓴 덜 성숙한 어른 때문에.
아빠는 어른들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이상한지, 심지어 어른들 눈에도 그런데, 애들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어요. 이따금 삶은 급류에 휩쓸려 가는 카누 같대요. 그 카누가 뒤집혀서 가라앉을 때는 살기 위해서 도망쳐야 한대요...
그러면 나는요? 엄마 아빠는 날 어떻게 할 거예요? 어른들이니까 날 책임져야 하지 않아요? (p 51)
부모의 책임을 등한시 하지 말라는 클라라의 마음까지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 이들 부부는.
뒤집힌 카누에 아이들도 같이 타고 있는데, 이들은 자식은 팽개쳐놓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모든 일이 노력만으로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결혼생활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캐나다 무슈 크리스티 아동 문학상 수상작인 <엄마 아빠 때문에 힘들어!>는 가정의 불화를 딛고 스스로 행복의 길을 찾아 나선 클라라의 성장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 이긴 하나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을 쫒아 세세한 심리 상태를 잘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