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김용원 지음 / 하다(HadA)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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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써야 하는 이야기이고, 경험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라서 쓸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자신의 새끼를 낳아 놓고 그 새끼가 종족의 핏줄을 잃을까봐 끊임없이 둥지 주위를 맴돌며 뻐꾹뻐꾹 우짖듯이, 그런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 그리하여 자식을 기르는 부모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함께 넘겨 읽고, 공감하여 남자의 구실, 남자다움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집필후기에 남긴 작가의 말이다.

 

이 시대의 아들들이 위태롭다. 학교에선 알파걸들에 치이고 집에선 엄마의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혼해선 아내에게... 아버지 없는 시대에서 아들 없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서도 비껴나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은 필수지만 아빠의 관심은 필요치 않는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여, 아들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는가?

사내 대장부 답게, 집안의 대들보답게 행동하라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라고?

너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라고?

TV만 끼고 사는 다수의 아버지들이여, 아들과 살부비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아들아』는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의 남자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정작 아버지의 육성은 없다.

영민한 6살 귀동이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집안의 대들보이자 사내 대장부로 자라나는 이야기다. 6살 귀동이와 7살 묘숙이의 아지랑이 같은 사랑 이야기도 간지럽고 예쁘다.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까치나라 대장이라 믿고 싶어 하는 귀동이. 

귀동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아침이면 쟁기를 지고 소를 앞세우고 나갔다가 저녁때가 되면 들어와야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나 딸이 다른 애들한테 맞으면 후닥닥 달려가 때린 애를 혼구멍내줘야 했다. 아버지는 썰매를 만들어 줘야 하고 팽이를 깎아줘야 했다. 또 여름에는 둠벙에서 같이 멱을 감고 등을 닦아주어야 했다.(p 33) 동네 길만이형 아버지가 길만이를 동네 아이들 말 노릇을 하게 만들고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보며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는 대목이다. 폐병환자인 엄마 마저 요양소로 떠나고 귀동은 할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다. 집안의 대들보가 함부로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지만 때론 무너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꺼이꺼이 울고 또 울기도 하는 어여쁜 6살이다. 귀동이의 동화 같은 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단풍이 퇴색해질 무렵인 늦가을, 요양원에서 퇴원하는 엄마를 만나면서 비로소 귀동은 김씨집 가문의 대들보와 사내대장부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귀동은 엄니가 오시고 난 이튿날, 뒤꼍 지붕 위로 훌쩍 날아 올라 외친다.

"꼬끼오!"

한글을 가르쳐 주시던 서울 할아버지는 사내대장부가 뭐냐는 귀동의 물음에 창호지에 초가집을 그리고 지붕 꼭대기에서 수탉이 목을 쭉 빼고 부리도 크게 벌리고 우는 모습을 그리곤 "나보다 잘난 녀석 있으면 나와 봐라. 나한테 덤빌 녀석도 다 나와라. 나는 너희 같은 쫌생이들하고 다르다!" (p139) 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거라 하셨다. 그게 바로 호연지기라며.

다 덤비라고 했다. 고통을 주고 싶으면 얼마든지 주라고 했다. 나는 무섭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나는 나고,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내대장부고 우리 가문의 대들보이므로 오늘이 있기까지 매일매일 지붕으로 날아올라 꼬끼오! 부르짖을 것이다. 그렇게 내 존재를 확인하고, 가다 듬었다.

아들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단다. (p 231)

 

우리가 살아 온 방법이 옳은지 어떤진 아직 모르겠다. 제각각의 모양으로 살아 온 만큼 나의 아들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지 않겠나. 우리는 어땠는데 요즘 애들은 어쩌고 저쩌고 감히 말하지 도 못하겠다. 어떻게 살라고 강요하지도 못하겠다.  

하지만 우리의 아들들아, 기개를 잃지 말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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