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처참한 생활상을 들여다 봤었다. 내용은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울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아프가니스탄을 얘기하는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이 책의 저자가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소년 에나이아트의 실화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살아남기 위한 7년간의 사투. 그 긴 고난의 여정을 아주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에나이아트, 아프가니스탄 하자라족 마을에서 아빠, 엄마, 누나, 동생과 평화롭게 살던 10살 소년.

탈레반의 강요로 트럭 운전을 하던 아빠가 강도떼의 습격으로 사망을 하게 되자 탈레반은 트럭 값 대신 에나이아트와 동생을 데려가려 한다. 에나이아트는 이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집에 파 놓은 구멍에 숨어 지내다 어느 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파키스탄의 공동숙소인 시마바트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사흘을 보낸 후 엄마는 에나이아트만을 남겨 둔 채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그 때부터 홀로 남겨진 에나이아트의 필사적인 생존이 시작된다.

이란, 터키를 거쳐서 그리스를 넘어 이탈리아에 정착하기 까지의 기나긴 여정.

고작 10대의 나이에 오로지 생존을 위해 이겨내야만 했던 온갖 험난한 일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있어요, 파비오.

-뭔데?

-아프가니스탄인들과 탈레반은 다르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 대부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물론 그들 중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랍니다. 그 사람들은 무지한 이들이에요. 전 세계에서 가장 무지하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육받는 것을 막는 거예요. 자신들이 신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일들이, 사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예요.  (p42~p43)

 

자살폭탄테러를 하고 무역센타를 비행기로 들이받는 사람들. 난 그들의 신념이 그들의 외곬이 무섭다. 이 세상 어떤 종교, 어느 신이 사람 목숨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그러는가.  

종교라는 장막을 치고 신의 이름을 빌어 해선 안 될 만행을 저지르는 무지한 이들.

탈레반에 국한된 얘긴 아닐 듯 하다.

 

에나이아트는 토리노에서 정치적 망명자로서 체류허가증을 받고 그동안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어머니와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 8년만에.

 

담담하게 읽어 내려오다 결국 엄마와 침묵의 전화를 하는 장면에선 울컥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엄마도 울고, 에나이아트도 울고, 나도 울었다.

 

지구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 여기도 전쟁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이런 일이 부디 이 나라에선 일어나지 않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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