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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1)
인기척 없는 산골의 공가촌이나 수몰지의 폐허에서 개들은 짖고 또 짖었다. 나는 개 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쉽지가 않으므로, 온 마을의 개들이 따라서 짖을 때까지, 인간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마을마다 서럽고 용맹한 개들이 살아남아서 짖고 또 짖으리. 개들아 죽지 마라. (<개>, 175)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 187)
인용할 구절이 어디 저것들 뿐이었으랴.
김훈의 사유는 역시나 적잖이 불편했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부분도 많았는데,
세상에 대한 그만의 인식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지언정 수긍할 수 있었다고 하면 될까.
그리고 그는 희망을 말하는 순간에도 절망적이었다.
소통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단절을 완성해 가는 이 시대의 언어에 대한 그의 절망은, 언어에 대한 보편적 절망을 넘어서는 깊디 깊은 것이었다.
한겨레 시절 그의 칼럼을 읽어볼 요량으로 검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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