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우리는 대화한다. 이 생기 가득한 대화에서는 어떤 언어 하나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생명과 - 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든 - 관계를 맺을 힘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서의 교류는 모든 이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인지도 모른다. (서문 - 질 클레망) - P7

생각해보면 간단한 원리란 말이야. 식물이 다양해지고 많아질수록, 더 많은 동물들이 돌아오면서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하는 거지. - P35

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 우리집이 아닌 곳에서 생태다양성을 되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깥 세상에서 땅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자연을 그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몰아내러 가기 때문이다. - P90

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 - P91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발이 두 개든지, 여섯 개든지, 여덟 개 혹은 그 이상이든지 아니면 아예 없든지, 깃털이 있든지 없든지, 털로 뒤덮였든지 모든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이 정원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소망한다. 내 집 같은 공간에서 무탈히 지내는 것.. - P115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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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아이들
조 월튼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옥스퍼드 학생이 되면 우릴 생각해줘요." 스탠이 말했다. "우리도 학생을 생각할게. 그리고 마틴이 돌아오면 네 녀석이 멀리 떠나 있는 사이 어떤 소녀가 네 침대에서 자고 갔노라고 말해주겠어." - P47

세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우면서도 망가지기 쉬웠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다니, 용납할 수가 없었다. - P160

마크는 요즘 늦도록 일하는 날이 잦았는데 트리샤로서는 미리 알려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어쩌다 관계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걸어나가는 마크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상대를 불친절하게 대하고 가능하면 피해 다니는, 익숙하지만 냉소적인 타인이었다. 한때 그녀는 그를 사랑했었다. 그랬었다는 걸 안다. 이제 그녀는 아이들과 어머니를 사랑했고 마크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방법을 아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 P173

"네 경력을 위해서잖아" 팻이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은 느릅나무 때문이야." 비가 말했다. "웃긴 말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정말로 그래. 할 수 있는 한 느릅나무를 구하고 싶어." - P225

"좋아하는 일을 찾기 전에는 이 세상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니퍼가 말했다. "IRA한테 납치를 당하지도 않고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팻은 제니퍼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야 해.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에 맞서 대응하고 다시 열정을 따르며 살 방법을 찾아내야겠지. 마마처럼 말이야." - P296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니? 아니면 돈이 필요해? 비가 물었다.
"돈이 조금 필요해요. 하지만 갚을게요."
"앞을 향해 갚으렴." 비가 말했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그 아이가 열정을 따를 수 있도록 돈을 줘. 아니면 아는 친구 중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 P345

"...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오직 하나 뿐이고 이곳은 이토록 깨지기 쉬운데 우린 핵무기를 떨어뜨리고 석유를 태우면서 계속 이 행성을 망쳐온 거야. 그래서 화가 나. 너의 병에 화가 난 게 아니야."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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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고도 어쩜 저렇게 하나도 안 변했지? 당신은 궁금해할 것이다. 이룬 게 거의 없는데도 어쩜 난 이렇게 시계초침처럼 달라졌지? 어째서 너에겐 항상성이 허용되니 걸까, 변함없는 찰리 그린? 어째서 나는 변화무쌍한 아비바 그로스먼일까? 333

당신은 외할머니의 옷방에서 보낸 즐거운 오후를 기억한다. "가진 게 없을 때는, 나의 아비바,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지. 가진 게 많을 때는, 언젠가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외할머니는 말씀하시곤 했다. "무언가를 귀하게 여긴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야." 375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그녀가 말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어떻게?" 당신이 물었다.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가슴을 활짝 편다. 정장 재킷의 단추를 여민다. 머리칼을 단정히 쓸어넘긴다.
당신은 투표지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고, 선택한다.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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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펄은 말을 꺼내고서 렉시의 노골적인 말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땅속 깊이 흐르는 하천처럼 다른 모든 질문 아래로 흐르던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필요했어?"
"어디에?"
조심스러운 붓질 한 번으로 미아는 비어 있는 자전거 포크에 진한 청색 바퀴를 그려 넣었다.
"여기에. 내 말은 엄마가 나를 원했느냐고. 내가 아기였을 때."
미아가 너무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펄은 엄마가 자기 말을 들었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참 뒤 미아는 손에 붓을 든 채 돌아섰고 펄은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67

평생을 두고 엘리나는 그처럼 불같은 열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열정은 통제에서 쉽게 벗어나버렸다. 벽을 타고 올라가 참호를 뛰어넘었다. 불꽃은 벼룩처럼 뛰어올라 빠르게 번져나갔다. 산들바람에도 불씨는 수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었다. 올림픽 성화처럼 그 불꽃을 통제하여 조심스럽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건네주는 편이 나았다. 혹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처럼 신중하게 불꽃을 돌보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빛과 선은 절대 아무것도 불타오르게 하지 않는다는 - 절대 그럴 수 없다는 - 것을 상기시키도록. 조심스럽게 통제되고, 길들여지고, 갇힌 상태에서도 행복하게. 핵심은 큰불을 피하는 것이라고 엘리나는 생각했다. 236

"들불이 일어난 뒤처럼. 몇 년 전 네브래스카에 있었을 때 들불을 봤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여. 땅이 전부 타서 까매지고 초록빛을 가진 모든 것은 사라지지. 하지만 그 뒤 토양은 더 비옥해져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날 수 있게 돼."
미아는 이지를 품에서 떼어낸 뒤 손가락으로 뺨을 쓸어주고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다시 시작해. 길을 찾아." 436

문득 미아는 펄에게 집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집은 장소가 아니라 언제나 자기가 곁에 데리고 있는 이 작은 사람이었다는 듯이.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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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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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가 일영을 좋아하는 건 그렇게 빡빡한 생활에서 일영이 획득한 세상만사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먹고사는 일에 대한 지긋지긋함 같은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살겠다‘라고 하는 일관된 당위가 있었기 때문에 그 태도는 무던함, 씩씩함과도 연관됐다. 경애는 언제나 어찌 되었건 살자고 말하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렇게 말해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잦아들기 때문이었다. 24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27

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게 만들 수 있는가. 71

경애는 E가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싫었다. 영화를 본다는 건 러닝타임 위를 걸어 자기 마음속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가 자기만 본 영화에 대해 열을 올려서 이야기하면 경애는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E가 그렇게 혼자 몰입했던 시간과 마음의 동선에 신경이 쓰이면서 서운해지곤 했다. 경애에게 등을 돌리고 어딘가로 다녀오는 일 같았다.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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