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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 시간이 쌓일수록 다시 맡을 수 없는 것들
엄명자 외 지음 / 어셈블 / 2023년 4월
평점 :
시간이 쌓일수록 다시 맡을 수 없는 것들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기억 속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사무치도록 그리운 냄새 이야기.
뒷표지의 이 문장을 보는데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한 나의 그리운 냄새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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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감 중 가장 강렬한 감각은 후각입니다. 후각 즉, 냄새에 우리는 단순한 감각 이상의 무엇을 담아 간직하기 때문인데요. 냄새를 맡을 수 없더라도 그 냄새와 연관된 경험이나 기억이 있다면, 우리는 냄새를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지나간 감정이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연히 비슷한 향을 스치듯 맡는 것만으로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고 향수에 젖는 건 비단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여는 말 중에서-
냄새에 단순한 감각 이상의 무언가를 간직하는 우리.
그렇다. 우리는 냄새에 추억을 담고 기억을 담고 다짐을 담는다. 아홉 작가님들의 냄새에 얽힌 이야기를 보며 나도 추억에 빠져들었다.
고된 식당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마중나가던 길에서 맡았던 아카시 꽃 냄새. 엄마가 좋아하는 꽃향기를 맡으며 오래도록 그 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걸었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 집에 놀러가면 꼭 사주셨던 시장표 후라이드 치킨. 치킨 냄새를 맡을 때면 거실 바닥에 신문을 깔고 사촌들과 둘러앉아 먹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날 때면 할머니 댁 아궁이 불 앞에서 군고구마와 군밤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한 냄새와 기억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고요한 밤,
타닥 타닥 키보드 소리가 들리는 밤.
지금 이 순간은 어떤 냄새로 내 기억 속에 남게 될까?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초여름 밤의 냄새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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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그 느낌을 안다. 엄마가 좁은 주방에서 저녁을 차릴 때 어떤 음식을 하고 있나 기웃거리다 나도 달걀을 깨어 넣겠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쫓겨나고도 주방 문턱을 오르락내리락했던 그 설렘을 기억한다.
(p. 42, 이제 굳이 달래 된장찌개가 아니어도)
🏷 문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기억은 파나 마늘 같은 양념 냄새가 아니라 코티분 향기에 담겨 있었다. 나는 익숙하지 않았던 엄마 냄새로 엄마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의 엄마 향기. 나는 여전히 엄마의 코티분 향기가 아프고 그립다.
(p. 73,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겅을 열었다)
🏷 봉숭아를 올릴 때마다 깔깔 웃어대는 아이의 모습에 어린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내가 까르르 웃을 때 지긋한 미소로 나를 바라봐주던 할머니의 눈빛. 그 눈빛은 한 순간도 놓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지금 나의 눈빛과도 같았다.
그랬다. 바라봐주는 것이 아니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p. 119, 할머니의 정원에는 봉숭아가 피었습니다)
🏷 법적인 성년을 넘어 '어른'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된 지금, 나는 다시 돈을, 돈 냄새를,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생각한다. 그 사랑을 실천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껏 내 이웃을 사랑하고 마음껏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이 한 몸으로 표현할 방법이 부족하다면, 그 사랑을 돈 냄새에 담아서 표현해보려 한다.
(p. 199, 장지갑을 꺼내며)
-본문 중에서-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