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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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박도봉, 김종록, 김영사, 160807)

알루코 그룹의 박두봉 회장의 자수성가한 전기 형식의 에세이를 인문학자인 김종록 원장이 질문하고 박두봉 회장이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잘 맞지 않는 조합 같은데 나름 틀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은 김종록 원장의 뛰어난 글솜씨와 인문학적 소양이 글 전체의 흐름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보이며, 박두봉 회장의 평소 현장 중심론에 대한 소신을 솔직하게 피력하고 있다고 본다. 책의 초반에는 김종록 원장의 무척이나 날카롭고 긴장된 질문에 대하여 박두봉 회장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성공신화를 쓴 당사자로서 대답하기가 상당히 껄끄럽다고 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하여 부드럽고 편하게 답변해주고 있는 점이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김종록 원장이 담론의 방향에 대하여 냉정하게 다음과 같이 선을 긋고 있는 점이 좋아 보인다. “금수저가 흙수저에게 거드름 피우며 두는 훈수나, ‘태어날 때 가난한 건 당신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한 건 당신 잘못이다’는 식의 그럴듯한 노동 강요라면 흥미없다. 꿈을 이룰 수 없는 환경 개선없이 노동만 강요하거나 큰 꿈을 꾸라고 부추기는 건 ‘희망난민’을 양산할 뿐이다. 건강한 시민의식과 지성을 마취시키는 내용없는 위로 역시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현장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단 대화답게 치열한 도전과 성공담에 어린 사람의 가치와 의미에 집중하도록 하죠.”

오늘날 과거 신분제 사회 못지않게 커져만 가는 불평등 구조에 분노하고 있는 민중적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의 금수저·훍수저론, 유럽의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노동계급), 대기업 노조들의 고용세습 등 현대판 음서제도가 판치는 세상에서 과연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 이동이 자유로워져서 ‘땀이 혈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박도봉 회장은 땀이 혈통이 되고 부의 세습이 없어져야 세상이 건강해지고 다수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누구라도 열심히 일하면 창업도 하고 부자도 될 수 있어야 하고, 그 부를 충분히 누리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면 사회적 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부를 다시 환원해야 옳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Freeter족,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동 의욕을 잃고 구직도 포기한 NEET족, 태어날 때부터 승자와 패자가 정해저 버린 계층 고착화는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믿음이 현장 중심의 땀 혈통론과 잘 버무려져 있다.

2016년 현재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명이 넘었고, 5년 후에는 300만명 시대가 된다고 한다. 체류 외국인들 대부분이 국내의 청장년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3D업종인 제조업에 대다수가 투입되어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기술을 익혀서 자국에 돌아가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왜 한국의 청년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고 현장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다분히 기성세대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본다. SNS에 어느 언론대학원 교수가 올린 이런 글이 있다고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 안 하고 면세점만 먹으려 하고

정당은 환골탈태 안 하고 흉내만 내려 하고

방송은 편성혁신 안 하고 스타만 잡으려 하고

신문은 문제제기 안 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만 쓰고

청춘은 개척할 생각 안 하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다.

모두들 쉽게 먹으려고만 한다.』

자본주의의 정신인 청교도 정신이 근면, 절약, 성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미 자본주의 성숙단계를 지났는지 온 세상이 힘든 일은 피하고 편한 길만 찾으려고 하는 세태를 잘 지적한 글이라고 본다. 더구나 대기업들이 연구혁신을 통하여 세계적 경쟁에서 승리하는 대신에 국내 중소기업의 구멍가게 밥그릇을 빼앗는데 몰두해 있는데 그래도 박도봉 회장과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돌아가는 것 같아 위안을 삼아본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몹시도 어렵다. 조선, 철강을 비롯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가 근간이 무너질 것이다. 현장은 노동과 땀의 무대로 지극히 현실적인 곳으로, 인문학은 어떤 학문 분야보다도 실용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입증해주고 있다고 보며, 과연 이 국가와 정부는 정치가, 경제가, 청년들이 이렇게 이 지경까지 갔는데도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각자도생할 거면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묻는 박도봉 회장의 물음에 답하라고 하고 싶다.

전통적인 종교의 신이 불확실한 내세적 구원을 약속한다면, 자본주의라는 신흥종교의 신인 돈은 확실한 현세적 구원을 약속하는데, 땀 흘려 정직하게 모은 돈에만 신성이 있다는 박회장의 금언은 우리 시대 천민자본가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본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많이 가진 사람들이 불법이 편법까지 쓴다면 공정하지 못하다. 호랑이에게 독수리의 날개까지 달아준다면 살아남을 동물이 없다. 결국은 먹이사슬 자체가 파괴되고 마는 거죠” Karl Jaspers의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는 말을 수용하여, 자아는 타자와의 상호인정에 의한 산물이어서 인정받으려면 자기를 타자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재일 기업인의 말을 해기며, 힘겨워도 머뭇거리지만 말고 자신을 삶의 현장에 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확신은 경험과 꿈이 결합할 때 나오며, 기발한 발상, 창조적인 발상은 발이 현장에 있고 머리가 미래를 겨냥할 때 튀어나온다. 신영복 선생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세계일주도 우주여행도 아니고,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여정이라고 ‘발’은 현장이고 실천이라는 것이다. 현장에 나와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무실에서는 절대 안 보이는 문제들이 현장에서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인다는 것이다.

책의 전개를 왜 기승전결 형식을 취했는지 생각해 보니, 책 내용 자체의 기승전결 형식보다는 박두봉 회장의 인생 자체를 기승전결로 파악해서 서술하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다음 글귀가 있다고 한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땀의 노예가 되면 돈이 알아서 나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한당(不汗黨) 같은 놈’이라는 욕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땀 안 흘리고 많이 가지려고 하는 무리들을 말하는데, 예부터 성격이 포악하고 행동이 거칠며 배짱이 두둑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재물 등을 강탈하는 불량배나 강도를 일컬어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하는데 요즘 왜 정치판과 경제인들이 연관되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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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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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프롬북스, 20160806)

소설의 도입부는 세계 도처를 무대로 하여 숨막히게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다. 멕시코의 항구도시인 아카폴코에서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괴한들에 의해 납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브라질 상파울라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들에 연쇄 폭탄 테러가 가해지고, 사진과 관련된 영상 데이터를 훼손하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는데 사건들과의 관련성과 고리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건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한편 신경미학자로서 보스턴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인 헬렌 모건은 자신의 뇌에 이상한 얼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거식증을 치료받고 있는 딸 매들린이 실종되었다는 소식과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아버지의 실종과 매들린의 실종이 연관이 있다는 파트리크 바이시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사건의 전개는 급속하게 진행된다. 더구나 시간적으로 소설 중간 중간에 1,500년경 피렌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로 스트라니에로 그리고 다빈치의 애제자이자 다빈치를 사랑하는 살라잇, “신성한 비례”를 저술한 루카 피치올리를 등장시켜 역사적 사실과 일부 접목시켜 소설의 사실성과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소설 전체적으로 헬렌을 통해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단어 하나하나마다 색으로 표현하고, 거꾸로 그림이나 색을 보면 소리가 들리는 공감각적 표현은 이채롭다.

시공간적으로 소설의 무대를 종횡무진하여 전개시키는데 반해 모든 사건의 실체적 범인을 소설 초반에 바로 등장시켜 추리소설의 흥미를 다소 떨어뜨리지만 사건들과의 연관성와 사건의 목적과 이유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가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우리들의 틀을 거꾸로 원점에서부터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소설이라고 본다.

인간들은 뭔가를 복잡하고 어려운 현상을 단순하고 쉽게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이분법적인 잣대로 나누고 또 숫자로 재단하기를 좋아한다. 신과 동물의 중간자적인 존재인 인간이 끊임없이 신의 영역으로 침범하여 모든 현상과 사물을 해석하고자 하는데서 오는 인간의 자만과 부족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모나리자는 신성 비율에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을 모델로 하여 여자의 초상화를 통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여자의 숭고함은 자연의 모범이 될 거고, 다가올 미래에 그 여자는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로 스트라니에로가 말하는 대목은 숭고함과 함께 섬뜩함을 느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의 비율이 아름다움에 관한 다른 모든 정의와 관념을 밀쳐 내고 있다. 황금비율을 따라 만들어진 모든 것은 인간의 뇌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영향을 주고, 그렇기 때문에 황금비율 즉 아름다움이라는 바이러스의 소스코드를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도든 사건을 발생시킨 핵심이라고 해석되어진다.

가끔 TV를 보면 요즘 인기있는 수많은 걸그룹의 현란한 춤동작과 노래를 보게 되는데, 놀라운 것은 그들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들이 거의 비슷하고, 다른 걸그룹 멤버들과의 차별성도 없이 그야말로 인조인간들처럼 거의 똑같은 얼굴과 표정, 비슷한 복장에 비슷한 리듬과 춤을 추고 있는 현대 사회에 그야말로 황금비율에 종속되어 개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 우리들의 뇌는 이미 황금비율에 따른 아름다움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리 입맛이 각종 화학 감미료에 감영된 것처럼. 그래서 이 사회는 성형수술, 다이어트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욱 병든 사회가 되어가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일단 나 자신부터 두 딸들이 어릴 적부터 초우량아(성장일수에 평균적으로 정해진 몸무게로 평가했을 때 1% 이내)로 커가는 것을 얼마나 걱정을 많이 하고 노력했던가? 특히 여성에게는 모든 것을 떠나 그리고 우선하여 아름다움이 미덕이며 가치이며 심지어 돈이자 권력인 사회에서 부모로써 방관할 수 없는 현실이었음을 고백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노력은 이 세상에 만물이 창조되고 난 이후부터 아니 수백만년을 진화하면서 적자생존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 진화적 관점에서는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왜 그것이 아름답게 여겨지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의문점들이 있지만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이에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두 딸들의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만 다가온다. 마누라가 점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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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생 공부법 - 100문 100톡
서울대 합격생 20인 지음 / 꿈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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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생 공부법 : 100문 100톡 (꿈결)

인생의 가장 좋은 스승은 자신 보다 몇 발자국 앞서가는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들 한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하늘같은 스승은 그냥 공경하고 선망의 대상이라 좋은 가르침을 들어도 옛 성인들인 공자나 맹자가 하는 말과 같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 있고, 인생의 또 다른 선배이자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가 하는 가르침은 너무 사랑하고 친해서 가르침에 앞서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엄격한 규율을 떠나서 이성적으로 대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자칫하면 ‘잔소리‘ 쯤으로 치부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뛰어난 성인들도 제 자식의 공부는 자신이 시키지 않았다고 아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맹점을 잘 극복하여 바로 몇 발자국 앞서간 올해 서울대 합격생 20명들이 일반적인 공부 방법. 과목별 공부 방법,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전형, 대학교 생활, 기타 중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주 세심하고 현실과 맞닥뜨릴 수 있는 질문들을 자신들이 겪은 수험생활 등에서 얻은 노하우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그러나 따뜻함이 묻어나게 자상하게 답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인터넷 강의, 자기주도 학습 방법, 수학을 좋아할 방법. 영어 단어를 효과적으로 외우는 방법, 특목고에 갈 수 있는 성적에 대한 글이나 심지어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만 하는지, 중학교 때 TV나 핸드폰을 많이 봤는지, 중고등학교 때 연애를 해 봤는지, 공부 이외에 덕후처럼 몰입하고 빠졌던 일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글은 부모가 하면 잔소리로 치부해버릴 얘기들을 자신들의 얘기들이지만 담담하게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조언해주는 점이 좋았다. 다만 알차고 좋은 주제들만 선별했지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테마별 공부방법이나 시련을 극복하고 합격한 체험 수기 등도 기대해 본다. 커가는 딸들에게 점점 잔소리가 늘어나는 자신을 느끼고 있고, 딸들도 아빠의 잔소리가 늘었다고 요즘 힐책이다. 드러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어보고 딸들에게 읽기를 권하고자 한다. 말을 강가에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은 억지로 먹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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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 - 명작에 숨겨진 이야기로 인생을 배우다
백영주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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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 (백영주, 어문학사, 20160719)

일상생활 속의 예술을 지향하는 백영주 작가는 그림을 쉽고도 재미있게 설멍하고자 하는 노력이 책 전체적으로 흔적이 보인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 화가의 작품을 같은 화가 혹은 다른 화가의 여러 작품과 비교설명하고 있고, 특히 유명한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는 상세한 추가 설명을 하며, 그림에 문외한인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가끔 우리나라의 영화나 연극도 곁들이면서 서양 미술사 전체를 재미나게 공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의 언어로 쉽게 그림을 설명하고자 불필요한 철학적인 용어나 어려운 기술적 접근을 피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와서 알려주는 친누나처럼 작가가 다가온다.

작가의 글, 화가의 그림, 작곡가의 곡 등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는 예술가의 개인적, 사회적인 고뇌, 아픔, 희열 등 삶 자체가 녹아 있다고 본다. 책에 소개된 수많은 화가들이 남긴 초상화를 통해서 우리는 화가의 일생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하게 사는 우리들도 아름다운 초상화 즉 곱게 늙어가는 얼굴을 남겨야 한다.

“나이가 마흔 이후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마흔 이후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남고, 그 표정과 모양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니 인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 번씩 무릎을 꺾게 하는 시련이 몰려와도 자신을 단단히 잡을 수 있다면 <모나리자>와 같이 내면의 품격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얼굴에 드러나는 그 사람의 삶, 사람이 바로 예술이다.”라고 작가가 고백하는 것처럼 인간의 삶 자체가 드라마이고 예술이라고 본다. 특히 그러한 삶과 드라마를 응축한 것이 사람의 얼굴이라서 수많은 화가들은 자화상을 남기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후기 인상파 화가들인 고호, 고갱, 모네, 특히 봄의 화가인 르느와르를 좋아하는데 책 속에서 자상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서 감사하다. 르느와르의 작품 속에는 따뜻함과 행복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춤>에서 파리 몽마르트르에 있는 대중 댄스홀이라고 하는데 입장료가 저렴하여 주로 근로여성들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었다. 거칠고 힘든 현실이지만 이러한 것을 드러내지 않고 모두가 한껏 사랑받고 사랑하고 있는 모습은 환상일지라도 보는 사람에게 늘 행복한 감정을 준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본다. 뛰어난 예술가는 아니지만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불쾌감을 주거나 즐겁지 않은 사람이 되기 않기 위해서 좋은 언어, 미소짓는 좋은 표정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거울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게 된다. 갈수록 나이는 드는데 그동안의 발자취에 따라 나타나는 얼굴이 고약하고 험악하고 굳어있는 모습이다. 젊은 시절을 영원히 이어갈 수는 없더라도, 그 때의 당당함과 올곧은 마음을 항상 간직한다면 그 때의 미소와 아름다움은 웃는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고운 주름으로 남을 것이라는 작가의 기대에 나의 소망을 살짝 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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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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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우, 사회평론, 20160717)

제목이 말해주듯이 처음 미술 이야기를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알맞게, 쉽고 알차게 문답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각종 그림과 자료를 상세하게 덧붙여 놓아 술술 잘 읽히고 이해하기가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술에 얽힌 사상과 철학을 밀도있게 다루는 진중권 미술평론가의 글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게, 양정우 작가는 처음 미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초등학교 고학년 교사처럼 너무나 자상하게 묻고 쉽게 풀어서 답한다. 약 4만년전에 표현되기 시작한 미술뿐만 아니라 미술을 통하여 인류의 생존과 죽음을 배우고, 인류가 품었던 고뇌와 투쟁의 역사를 통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알려주고, 간간이 우리의 역사와 미술도 곁들여 설명해 주고 있다.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지식이 없어도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미술은 우리에게 본능처럼 존재한다고 작가의 믿음이 이 책의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말이며, 그 시대의 영광뿐 아니라 고민과 도전까지도 목격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속에 담긴 인류의 지혜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내일의 삶은 다소나마 풍요로워질 것이며, 미술에 담긴 원초적 힘을 살려내는 것, 미술에서 감동뿐 아니라 교훈을 읽어내고 세계를 보는 우리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이 이 책의 소명이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다.

현대 문명이 무척 고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는 것은 고대 원시인들도 마찬가지였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고민하고 영생을 꿈꾸는 면에서 고대 이집트인과 유사하고, 삶의 처절한 투쟁을 통하여 번영을 추구하고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의 의미와도 상통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약 4만년 전에 근력이 세고 뇌의 용량도 큰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술과 언어 등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고, 개인의 수명이 다한 뒤에도 그 사회를 지속시켜 나가는 종 차원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공유하는 가치와 원칙이 있고, 서로의 복잡하고 정교한 생각을 교환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의사소통 방법이 없다면 세대 간의 정보 전달은 불가능하다. 인류에게 정교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식이 생겨났고, 그 생각을 교환하기 위한 장치로 언어와 미술이 발전했다. 4만년 전에 현생 인류가 생존했던 가장 큰 이유가 아직도 한 국가 내에서 한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현생 인류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며, 언어를 통해, 미술을 통해 현생 인류가 복잡한 사회를 조직하고 타인과 깊이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할 뿐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수명을 뛰어넘어 사회와 조직을 지속시키고 지식과 지혜를 쌓아나갈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엄청난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미술 이야기 시리즈는 총8권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기대가 커다. 평소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우리 조상이 누구이며 어떻게 생존해왔는지, 우리가 좋게 생각하고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염원이 무엇인지, 우리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 등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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