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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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박정원, 소라주, 20170926)

  62편의 명화를 마음. 사람, 삶, 시대, 풍경이라는 5가지 주제로 나누어 화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적 사실 그리고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으로서 화가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고독을 아주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주관적인 해석을 곁들이고 있는 에세이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어렵고 난해한 미술 사조나 철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화가 개인에 주로 초점을 두고 명화를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하듯이 쉽게 풀어 나가고 있다. 작가의 프롤로그에서 “그림은 한 인간이 세상에 남긴 흔적입니다.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공들인 자국, 감상자는 그 자국을 눈이라는 촉각을 이용해 증거를 찾는 탐정처럼 유심히 더듬게 된다. 감동이란 예술 작품 뒤에 모습을 감춘 한 인간을 향한 진한 감정 같은 것이었죠. 예술은 비범한 천재가 만들어 낸 기적적인 무엇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조건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이 어쩌면 평범 이하로 과민하고 나약했을지 모를 개인이 세상에 남길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교신이 아닐까요? 예술작품은 그 속에 담긴 시대를 보여주고, 시대를 살아간 한 인간의 특수한 삶을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더 나아가 걸작은 언제나 시대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갈등에 관한 첨예한 질문을 담아내고 있죠.” 라고 밝힌 것처럼 우리가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예술적 체험을 통해서 화가의 고뇌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질퍽한 애착을 갖도록 하는 것 같다.

[부상당한 사슴], [별이 빛나는 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너무나 잘 알려진 명화도 많지만 잘 모르는 명화에 대한 일깨움은 한층 삶의 폭과 이해를 넓게 하는 것 같다. 특히 팍팍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면서 이기적이며 찰라적인 사랑에 목말라 하는 세태에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가 평생토록 400점 가까이 작품 속에 남긴 여인이 그의 아내 마르트 드 멜라니라는 사실은 한참을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그 중에 [욕조 속 누드]는 마치 천진한 어린아이가 힘없는 손끝으로 그린 낙서와도 같아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그에게 있어 마르트의 허약한 심신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를 구성하는 소중한 일부였던 것이죠. 그림 속에서 마르트의 얼굴은 늘 불분명하게 뭉개져 있습니다. 그녀가 50세를 넘겼을 때에도 그녀의 육체는 언제나 24세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원치 않았던 예민한 아내를 위한 깊은 배려심이었죠. 보나르는 기꺼이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사교계와는 멀리할지언정 그녀와는 늘 함께이길 바랐죠. 삶의 작은 압력에도 몸살을 앓는 이 허약한 영혼을 바라보는 화가의 심정은 결코 슬픔의 어조로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타일들의 개수만큼이나 무수하게 허락된 우리의 작은 호흡, 그 연약한 맥박을 찬양이라도 하듯, 다채로운 무지갯빛으로 캔버스 위에서 경쾌한 화을 내고 있죠. 섬세하게 몸을 씻던 아내의 가녀린 몸짓이 이 순간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화가는 ‘후’하고 불면 날아갈 듯한 가볍고 애잔한 붓질들로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나르의 보석 같은 그림을 복 있자니, 삶이란 내 의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의 상처와 기쁨을 함께 하는 시간으로 의미있게 그려지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유명한 영화를 잔잔하고도 쉽게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나래이터처럼 독자에게로 슬며시 명화를 그렸던 화가의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는 감흥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먼저 그림을 한 페이지씩 배치하고, 2~3페이지에 걸쳐서 설명을 하니 이해하기도 쉽고 감동도 파도처럼 퍼져나가는 것 같다. 다만 책의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서 기를 쓰고 다시 명화를 봐야 하는 노고를 고의로 일으키고 있는 듯 하고,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으면 하는 어린아이의 앙탈을 부리고 싶을 만큼 작가의 글 솜씨가 참 뛰어나고 따뜻함이 묻어난다. 대다수 한국인처럼 개인적으로 후기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적인 고뇌와 고독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행복과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작가는 이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고 했던가? 작가 덕분에 더 많은 명화, 더 많은 훌륭한 화가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오늘 밤은 마음이 더욱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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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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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Wendelin Van Draanen, 에프, 20170820)

가난하지만 가족으로부터 교육과 보살핌을 잘 받은 소녀 줄리와 잘 생기고 넉넉하게 자랐지만 소심한 소년 브라이스가 유소년기에서 사춘기를 보내면서 겪게 되는 성장 소설이자 풋풋한 첫사랑이 녹아들어가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줄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웃집으로 브라이스가 이사 오면서 첫눈에 반해서 6년을 쫓아다니지만 브라이스가 냉담하고 귀찮게만 여긴다는 사실을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알지 못하다가 결정적인 여러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되고, 브라이스는 자신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줄리 내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성장을 통하여 깨닫게 되는 과정을 여러 주변인물의 성격과 가정환경을 대비시키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 “플립(flip)"이 ‘뒤집다’나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열중한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열중해서 읽다보면 제목에 대한 이해와 상징성을 저절로 알게 되어 진다.

줄리는 아빠로부터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함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총명함을 자연스럽게 터득해 가면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줄리는 아빠로부터 “전체가(그림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이란다. 소는 혼자 있으면 그냥 소일뿐이고 풀밭은 그냥 풀과 꽃일 뿐이고 나무 사이로 엿보이는 햇살은 그냥 빛줄기일 뿐이지만 그 모두를 합치면 마법이 일어난다. 적절한 조명이 가장 중요하단다. 사람들의 주변에는 일상생활에 파묻히지 않고 삶의 기적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라는 식의 조언을 받고, 브라이스는 새롭게 가족으로 합류한 외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아버지와 자신의 편협함과 아집을 눈뜨게 되며, “어떤 사람들은 집에, 어떤 사람은 옷에, 어떤 사람은 겉치장에 몰두하지 --”라며 인간 내면의 소중함을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라며 사랑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줄리도 브라이스 외할아버지로부터 “세월이 지나면 과거를 돌아보며 충고하는 일이 쉬어지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늦을 때까지 겉모습을 꿰뚫어 보지 못한단다.”라며 인간 내면의 가치를 들으며 인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데 도움을 받는다.

단순한 사춘기의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들의 인생을 풀어놓은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실제 우리들의 첫사랑의 기억은 영화나 소설과 달리 꼭 애틋하고 따뜻하지만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 얘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설렘과 이루지 못하는 짜릿한 흥분으로 다가 오며, 소설의 결말 이후를 연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은 줄리와 브라이스의 시각을 번갈아 가면서 1인칭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해 나가는데 언뜻 ‘냉정과 열정 사이’ 소설이 연상되기도 한다. 우리는 오해와 착각으로 상대의 진심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현대에 와서 이러한 교차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이 아주 많아 진 것은 사회가 점차 상대성, 다양성, 개방성을 좀 더 인정하는 민주주의 사회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라 과장 유추해 본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편견과 선입관으로 잘못 판단하고 올바르지 못한 결정을 하였고, 우리는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못된 정보와 시각을 주기 위해서 부지런히 우리들을 포장하고 가면을 쓰고 살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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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치유 - 우리 안의 나쁜 유전자, 광신주의를 이기는 상상력의 힘
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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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치유 (Amos Oz, 세종서적, 2017081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방법론을 설명해 놓은 에세이집이다. 양자의 분쟁은 ‘선악의 이분법적 대결’이 아니라, ‘정의와 정의의 충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두 국가 해법’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평화로운 길이지만 광신주의가 이를 막고 있기 때문에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광신주의가 어느 나라, 종교, 정당, 이념, 가족 등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광신주의에 대한 섬세한 진단과 처방을 담고 있는데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정의와 정의의 충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 문명의 비극 작품처럼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의 비극이며 정치적 의도와 목표에 대한 무지보다는 양측이 갈등하는 배경과 양측 모두 희생자라는 깊은 트라우마를 전혀 모르는 무지가 있다고 한다. 즉 이 분쟁을 양측이 모두 자기 민족의 유일한 고향을 되찾고자 벌이는, 정의(right)와 정의(right)의 충돌이라고 본다. 또한 똑같은 압제자를 둔 희생자끼리의 싸움이자, 유럽과 아랍에서 쫓겨난 난민끼리의 싸움이다.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간의 오해를 푼다고 해서 오래된 갈등이 해결될 리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 둘의 싸움이 인종차별이나 인권 투쟁, 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손쉽게 선인과 악인을 가를 수 있는 충돌이 아니기 때문이며, 또한 종교전쟁이나 문화전쟁도 아니며, 서로 다른 두 전통의 불화도 아니라, ‘이 집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단순한 ‘부동산 쟁의’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토 문제는 공정한 배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두 국가 해법’이다. 이는 대략 6일전쟁 이전의 국경선으로 되돌아가 양측이 독자적 국가를 세우고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방법이다. 서로 원하는 것이 명명백백한 싸움에서 ‘두 국가 해법’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평화로운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공정하고 적절한 이혼’에 비유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정하고 적절한 이혼’이 설령 그런대로 공정하게 이뤄졌다손 쳐도 이혼은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며, 여전히 괴롭고 아픔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혼은 ‘특이한 이혼’이기에 특히나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혼한 쌍방이 어쩔 수 없이 같은 아파트에서 계속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너무 비좁기 때문에 누가 어떤 침실을 쓰고, 거실은 어떻게 할까를 당연히 걱정해야 한다. 작가는 이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럽겠지만 지옥 같은 삶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또한 막 병원에서 깨어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은 환자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 두 개의 국가로 분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라엘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의 일단을 담당해야 하고,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의 일부는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그들을 ‘팔레스타인 국가’에 재정착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양측이 서로 역사적, 감정적 연결 고리를 가진 땅에 대해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광신주의라는 것이다.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에서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든 여하튼 정의는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한편으로는 생명이야말로 다른 많은 가치나 신조, 신념들보다 더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의 싸움인 것이다. 그 어떤 국가나 정부보다 더 오래된 이 광신주의는 그 어떤 정체체제나 이데올로기, 신념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해왔고, 광신주의 씨앗은 언제나 결코 타협하지 않은 정당성에 기생한다는 것, 수세기 동안 인간에게 깃든 병이란 것이다. 광신자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몹시 감상적인 동시에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 동조주의와 획일주의, 소속되고 싶은 충동, 억지라도 어딘가에 귀속되고 싶다는 욕구, 모든 사람을 동료로 삼겠다는 욕망 ---.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광신주의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가장 널리 퍼져있는 광신주의의 형태일 수도 있다. 광신주의 본질은 타인을 왠지 억지로라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에 있다. 타인을 존재하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게 광신주의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그들을 변화시키겠다는 매우 보편적인 충동에서 광신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광신주의 해결책에 관한 것으로, 무엇과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독선자인 광신자들에게 작가는 상상력과 문학, 유머를 처방한다. 상상력은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공감 능력으로, 나와는 다른 입장이나 시각이 존재할 뿐 아니라 어쩌면 그것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셰익스피어, 고골, 카프카 등의 문학작품은 광신주의를 억제할 좋은 교재라고 말한다. 또 다른 광신주의 면역제로서 유머는 타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제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어떤 측면에서 인생은 조금은 우스꽝스럽다는 진실을 알고 있는 힘이다. 말다툼할 때나 불평할 때 서로를 상상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광신자 유전자와 맞서는 데 조금이나마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머의 한 요소는 자기 자신을 비웃는 능력인데, 유머는 상대주의고,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아는 힘이다. 유머는 비록 제아무리 자기 자신이 옳다손 치더라도, 혹은 그 얼마나 자기 자신이 틀렸다손 쳐도, 인생은 어떤 측면에서 조금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깨닫는 능력이다. 유머는 자기 자신이 옳으면 옳을수록 자신을 익살맞게 볼 수 있는 힘이다.

작가가 광신자 치유로 내놓은 처방전이 어쩌면 상상력 부족에서 오는 무지인지 모르지만 의외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하면 작가의 합리적이고 근원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자에 대한 이해나 공감능력, 틀릴 수 있다는 자각, 자신이 무지하다는 자각이 인류가 진화, 발전해 올 수 있었고, 현재 그런대로 평화가 정착되는 토대이지 않나 생각되며 작가의 혜안이 경이롭다. 또한 작가의 20~30여년전의 인터뷰에서 이기적이고 쾌락주의적이고, 도구주의적인 특질을 가지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에서 정치혐오주의 본질을 전반적인 문제의 일부로 다루고 있는데 사회적 연대감의 결여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의 싹을 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정치지형에서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많은 처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줄곧 주장하는 ‘두 국가 해법’이 한반도에서는 양자의 정치체제를 인정하면서 연방제 형식의 통일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남북한이 동일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퇴색해버린 이념문제로 아직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의 공포 속에 사는 것은 도저히 상호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 휘몰아지고 있는 정치, 종교, 사회 단체의 광신주의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해법도 타자에 대한 인정, 상상력, 문학, 유머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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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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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Liz Moore, 소소의책, 20170807)

보스턴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딸 에이더가 가상현실과 AI 등이 생소한 과거에서부터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과거를 숨겼던 아버지 데이비드의 실체적 진실을 암호학적으로 접근해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 형식이자 딸 에이더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아버지와 딸의 가슴 먹먹한 사랑 이야기이자 편견과 독선이 강했던 시대를 고발하는 사회 소설이자 가상현실과 AI를 다루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것은 데이비드가 ‘엘릭서’라는 챗봇 프로그램에 자신의 과거를 숨겨두었던 것인데 에이더에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였을 것이다. 1980년대 컴퓨터가 발명되고 128K 메켄토시로 작업하였던 시대에 오늘 날 인터넷의 검색 기능이나 가상현실과 비슷한 상상을 하면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츠하이머병에 걸려서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기 전에 ‘엘릭서’에 숨겨 놓고, 사랑하는 딸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준비하지만 에이더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한 때 방황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서 아버지가 준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자신도 딸을 위해서 똑같이 내리 사랑을 펼쳐나간다.

작가보다도 번역가 공경희로 인해 더 유명한 소설이지만 여러 소설 형식을 혼합하여 아주 독특하고 이질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쩌면 추리소설이 갖추어야할 긴박감과 스펙터클한 맛을 많이 떨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와 딸의 깊은 사랑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특이한 반전이나 극적 재미는 떨어지게 하고 있다. 지나치게 긴 도입부에 비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말미는 의외로 싱겁게 끝나버리는 비대칭성이 조금 아쉽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부모)의 딸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딸은 영원히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이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보게 되고, 주인공은 또 자신의 딸에게 이러한 내리사랑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서 새삼 세상 이치는 사랑임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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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반하다 - 유럽의 도시.자연.문화.역사를 아우르는 순간이동 유럽 감성 여행 에세이
김현상.헬로우트래블 지음 / 소라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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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반하다 (김현상과 헬레우트레블, 소라주, 20170726)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서유럽 4개국의 유명한 도시, 자연(스위스 추가), 축제와 문화, 역사와 예술을 주제별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 정보를 수록해 놓은 일종의 에세이 형식의 여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하던가! 이러한 정보를 알고서 여행한다면 더욱 의미 깊고 낭만이 묻어 날 것 같다. 지나가는 길이 그냥 길이 아닐 것이고, 나뒹구는 돌멩이나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그냥 돌이나 바람이 아닐 것이라고 본다. 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탐색하고, 일정을 짜는 등 출발 전부터 여행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여행 전에 맛보는 설렘을 이러한 가이드 책을 통해서 더욱 고조시킬 수 있을 것 같고, 무료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하여 우리가 어릴 때부터 동경하는 유렵을 공간 이동을 통하여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추천한 모든 것을 가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여행을 한다면 아쉬움도 많겠지만 더욱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유렵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어릴 때 너무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유럽하면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로마를 가보야만 한다고 보고, 작가는 각 장의 끝에 유명한 영화 속의 관광지로 이탈리아를 모두 선정하고 있다. 유럽을 1천년 동안을 지배하였고, 2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 등 로마제국의 각종 문화 유적을 봐야 한다고 보며, 예술의 도시 파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행지 몽생미셸은 꼭 가보고 싶고, 테마별로 잘 설명하고 있어서 축제마다 가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노래 부르고 춤도 같이 추고 싶다. 또한 영국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세계적인 명화를 각각 하루씩 체류하면 감상하고 싶을 정도이다.  작품 별로 역사와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감상하면 각각 하루씩 체류해도 부족할 것이라고들 한다.

 

단순한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와 삶의 흔적을 곳곳에 담아서 살아 숨 쉬는 듯 독자와 호흡을 하는 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힐링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문체가 여성이라고 착각이 들만큼 부드럽고 설명을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하고 있으나 글의 생동감이나 활력을 잃지는 않고 있다. 챕터들마다 주요 사진들을 함께 게재하여 이해하기도 편하고 술술 잘 읽히며 그 여행지에 대한 상상의 나래나 동경을 품기 좋도록 설계해 놓았다. 요즘은 힐링 감성 여행이 대세인데 이 책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맛집 기행이나 음악회 등에 대한 소개 등 추가 증보판 등을 기대해 본다. 이 책은 틈틈이 읽어 보다가 서유럽을 여행가기 직전에 국가별 도시별로 다시 집중해서 읽어보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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