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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가르침
셔윈 B. 눌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6월
평점 :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하는가? 삶의 아름다운 매듭은 불가능한가?
이 책은 50년간 무수한 죽음을 접해온 의사가 전하는 메디컬 에세이이다.
얼마 전 읽었던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익살스럽게 그려내었다면,
이책은 의사가 쓴 책이라 아무래도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어 좀 무거운 느낌이 있다.
사실 솔직히 그냥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볼 수는 없는 책이다. ^^
저번 주말에 가벼운 맘으로 살짝 읽기를 시작했다가, 학창시절 생물? 이나 과학시간에 보고 수십?년간
보지 않았던 심장 모식도(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을 보고 헉..하고 놀라서 몇 장 읽다가 덮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안일한 생각을 접고 휴가를 낸 어느 평일에 커피와 도서관으로 단단히 벼르고 이 책을 들고 갔다.
꼼짝않고 배수진을 치고 5시간 동안 읽고 완독을 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첨에 중간중간 나오는 그 생물학적, 의학적 내용의 지뢰가 있었지만. 그 것조차 내가 알면 도움이 되면 됬지 해 되는 일은 아니다 싶어서 정말 안 읽혀지는 부분도 몇번을 생각하며 읽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이 주는 솔직함, 인간에 대한 애정에 뭉클해지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이 책의 저자는 그냥 우리 같은 일반인이나 문과 계열의 감상적인 작가가 아닌 의사이자 대학교수이다.
그러니 아무리 쉽게 쓴다고 해도 의학적인 내용을 최소한 담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신체의 기능, 바이러스가 침투해올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아예 우리가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큰 병에 걸려서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또 죽음을 맞이할 때 막연한 공포로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우리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병과 그 메커니즘을 간단하게라도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전에는 그저 막연히 심장마비, 고혈압, 암, 치매, 노화, 에이즈 등에 대해 무서운 질병이라는 정도의 생각만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생생하게 그 병이 어떻게 신체를 공격하고 각 부위를 무력화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굉장히 쉽게 이해가 되고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아버지가 협심증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기억이 있는 나에게 제1장. 발렌타인의 몰락은 더욱 실감나고 생각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주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고 결국 뇌졸증으로 할머니를 떠나보네게 된다. 그는 의사가 되어 할머니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여 큰 병이 아닌 것처럼 안심시켜주지만, 그 사실은 결코 할머니를 더 편안한 상태에서 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할머니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극은 계속되었지만, 그 연극은 할머니의 마지막을 기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한 세대가 반드시 물러나야할 이유를 제시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리에게는 죽음으로써 또다른 성장을 이루어야 할 때가 찾아온다. 주어진 시간을 다 산 뒤에 남의 것을 탓할 수는 없다. "
우리는 조금이라도 생을 연장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산 뒤에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은 과연 선일까..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 숨쉬고 있는 것은 우리의 앞 세대가 그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인 것이니, 올바른 죽음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주는 선물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전 어머님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셨다고 나에게 알려왔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언제든 나이에 관계없이 죽음은 예고하지 않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것.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가는 길을 보다 아름답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존엄사가 아닐까..
의료진들의 실험, 그들의 의학적 도전에 따라 마지막 호흡을 마치는 삶이 과연 바람직할까?
저자인 셔윈 B. 눌랜드는 안락사에 대하여 존엄한 죽음에 대한 내용에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의 생각은 평소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도 상당히 일치했고, 그의 고민과 단순한 삶의 연장에
회의적인 그의 솔직함, 연극을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는 그의 선언또한 마음을 많이 두드린다.
책을 덮고 밖에 나와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마음에 품고 있던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러 길을 나섰다.
근처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갔다. 상담사와 잠시 면담을 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고 하여 있다고 했다. 등록에 걸리는 시간은 정말 짧았지만,
등록이 끝나고 문자로 등록되었다는 받고나니 오늘 하루를 이 책과 함께한 결론으로 나쁘지 않고 뿌듯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저자인 셔윈 B. 눌랜드의 도움으로 오늘 또 한걸음 존엄사에 다가가려는 작은 발걸음을 띄우게 된다. 원치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죽음에 이르러 의학적인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평소 결심을 제정신이 있을 때 실천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등록하며 상담사에게 제가 가장 나이가 젊은 편인가요?라고 물으니 아뇨. 며칠 전에 20대 초반 여대생이 왔었는데 그 분이 가장 연령대가 낮았다고 하셨다. 그 학생분은 대학교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사전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소개받고 그 취지에 공감해서 바로 실천하러 등록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멋진 분이다.
건강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유한한 삶을 보다 보람되게 하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다.
나로 인해 나의 마지막 순간이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거나 지키게 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해본다. 좋은 실천으로 이끌어준 이 책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