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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을 쓴 신민정 저자처럼 저도 지금은 종교가 없어요. 어린 시절 성당, 교회도 잠시 다닌 적은 있어요. 절=불교로 생각해서 예전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을 책이였지만(책 제목에 절이 들어가 있어서 그냥 불교이야기구나 하고 지레 짐작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들어 부쩍 더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일게된 책이에요.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면서 초기에는 시크릿 류 책, 끌어당김, 해빙 등등... 이런 컨텐츠에 관심을 가지다가 지금은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빨리 이루기 위한 가벼운 방식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재미있게 보게되고, 보다보니 명상에 관심이 생기고, 부처님이 깨달았다는 법이 뭔지도 궁금하고. 출퇴근하며 명상과 관련된 컨텐츠를 들으며 마음을 좀 달래다가 만난 책이라 더 관심이 가고 저처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던 민정님이 어떤 계기로 회사 대신 절로 출근(?)하게 되었는지 호기심도 생기고 또 100일간의 템플스테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정말 궁금했어요. 제가 요즘 하고 싶은 것을 민정님이 먼저 대신 체험하고 오신 것 같은 대리 템플스테이 같아서요 ^^
이 책은 100일동안의 이야기를 수필처럼, 각각의 하루가 일기처럼, 마음의 성장일기를 보는 듯 편안하고 뭉클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특히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각 나날의 이야기에 정말 톡톡 튀는 제목이 붙여져서 그 하루의 이야기가 완전한 이야기를 가진 각각의 완전한 글이라는 점이에요. 마치 1권의 책 안에 작은 100권의 책이 들어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은 책이라고 할까요?
템플스테이 9일차~ "왜 이래~ 나, 만배한 여자야!"
민정님이 100일간의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면서 맞이한 많은 도전과제 중 하나는 바로 만배 숙제에요. 저도 절이라고는 특별한 때 아니면 한 적이 없어서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막연한 상상만 해보았지만, 책을 보다보니 정말 10,000배라는 의미. 그만큼 내가 더 낮아지고 깎여진다는 의지를 몸을 통해 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 뭉클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 부분을 보다보니 저도 최소한 108배는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절 방식을 뭐로 할지 알아보다 잠시 멈췄는데, 저도 민정님처럼 꼭 조만간 실천해보려고 해요~
템플스테이 12일차, "걸레가 더러울까, 내 마음이 더러울까"
이 12일차의 글은 제목을 보는 순간 갑자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동안 내가 더럽다고 여겼던 것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보고, 정말 그것들이 더 더러울까. 아님 화를 내고 욕심을 부리고 남을 미워할 때의 내 깊은 마음속이 더 더러울까 하는 생각요. 매일 출퇴근할 때 수원역을 지나게 되는데, 수원역 앞에는 항상 노숙자 분들이 있고 행색이 남루해서 사람들이 피해다니곤 하죠.
이 책을 보는 중 출근길에 과연 저기 계신 노숙자 분들의 행색이 더 더러울까, 내 마음이 더러울까 를 다시 떠올려 보았어요. 예쁘게 색칠을 하더라도 정화되지 않은 마음에서 풍기는 악취와 더러움은 결국 숨기거나 피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 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선물해준 12일차 이야기,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손꼽는 부분이에요. ^^
누군가의 100일 같의 이야기를 정말 단 하루만에 읽어내려간다는 것에 한켠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았던 마음을 다시 화해의 순간으로 바꾸어내는 작가 민정님의 그 변화의 순간을 간접체험하며 뜨거워지기도 했어요. 특히 템플스테이를 통해 만난 어린 행자님과의 우정과 이별이야기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따뜻해서 눈가를 적시기도 했어요.
어느날 문득 자신이 직장생활이나 쳇바퀴처럼 도는 삶에서 완전히 방전되었다고 느껴질 때, 더 이상 지금처럼의 삶을 써내려갈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낄 때, 이 책이 그 어깨에 메인 마음의 짐을 탈탈 털어서 가볍게 해주는 방법을 보여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는 격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에요. 글이 주는 향기에 여운이 가슴을 채워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