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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이자 인터넷 인기 필자, 베스트셀러 저자 "다스슝"이 쓴 책이라고 하네요.
다스슝의 자기 소개.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기 소개.
이 자기소개부터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에요. 넘 매력있는데 이 사람? 쿨내 풀풀...
"내 이름은 다스슝,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입니다.
한 때 현금수송차량 기사와 요양보호사로 일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장례식장에 근무합니다.
나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집이나 차를 살 생각도 없고, 여자 친구를 사귈 마음도 부자가 될 마음도 없습니다.
꿈은 내게 사치일 뿐입니다. 그런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지만, 나는 내 일을 좋아합니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연들이 모두 내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나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나는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직 숨 쉬고 있음에 행복합니다!"
어찌 보면 도인같기도 한 그의 자기소개, 삶입니다. 어쨌든 모두가 가길 꺼리껴하는 곳에서 매일의 근무를 하고,
시체를 매일보고, 그것도 온전하지 않은 시체. ㅠ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자신이 이 일을하며 느끼고 알게된 점을 가볍게 또 유쾌하게 가끔은 눈물을 글썽이게 써내려 하네요.
본인은 그저 뚱보 오타쿠라고 겸손하게 소개하지만, 이미 이 책은 소재 자체가 사람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컨텐츠이고 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 이미 대박을 터뜨릴 책으로 보여져요.
매일 시체를 보는 사람들 이야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남의 차 안에서> 라는 편의 이야기를 가져와 봅니다.
이번 장면은 현장의 이야기이고, 그것도 가끔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보는 차안 번개탄 자살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가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방법으로 차안에서 연탄으로 세상을 뜨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런 방식은 세상에 아무 피해없이 깨끗?하게 마치는 방식이라 착각하면서요.
하지만 저자는 그 상상을 단호히 깨주는 현실을 이야기 해줍니다.
차 안에서 뒷좌석에 시신이 있으면 다행인데 압좌석에 있으면 고생문이 열린거라고, 게다가 늦게 발견된다면 차안의 그 악취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늦게 발견되고 앞 좌석이고 체구가 뚱뚱하기 까지 하다면 진땀을 빼야하는 쉽지 않는 현장이 된다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는데, 저자가 말리는 이유를 알게되고 쉬운 죽음이란 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을 스스로 버리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 넘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뭘까요? 귀신? 사람?
저자는 이번 편에서 시신 복원작업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시신 복원작업? 저도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다보니 알게되었어요. 사건사고로 인해 시신, 특히 얼굴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경우, 시신복원사가 와서 시신복원 작업을 한다고 하네요.
머리가 없어진 할머리를 20대의 아가씨 시신복원사가 몇 시간이나 작업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정말 대단한 직업정신인것 같아요.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보니 존경스럽기 까지 하네요.
결론적으로 그 용감한 20대 시신복원사 아가씨가 제일 무서워한 것은 바로....
바퀴벌레였다고 하는 ...사람마다 강심장인 분야가 다르다는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남 기사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사님들은 주로 사건사고현장에서 시신을 보관가방에 넣어서 장례식장까지 옮기는 일을 하는 최전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저자는 가끔 기사님을 도와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꿈에 나올까 싶은 그런 현장에서 극한 상황에서도 시신을 묵묵히 옮기는 그들.
저자가 한 미남 기사님에게 왜 이 일을 하시냐고 묻자 이런 대답을 합니다. "전에는 칼로 사람들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시신 운반차량으로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거랄까요? 전에는 사람이 죽고나는 그 사람만 없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이 업어진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이번 이야기는 "보디 백을 긁는 소리" 입니다.
책 중간에 냉동고에 넣으려던 시신이 다시 살아나게된 경험을 적기도 했는데요.
어느 노인이 죽었는줄 알았는데 보디 백을 긁는 소리가 나서 꺼내보니 살아나서 너무 놀라
노인의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하는 말... "그럼 어떻게 다시 냉동고에 집어넣죠?"
황당하죠. 다시 살아온 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빨리 정리해버리려고 하는 씁쓸한 현실..
장례식장 직원으로서 시체를 다루려면 인간적인 감정, 감상에 빠져있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부러 특히 사고 현장에서 온 시신에 대해 자신들끼리 은어를 만들어서 부른다고요.
예를 들어 목 매달아 죽은 시신이라면 "그네타기",
투신 자살한 시신이라면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이라면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이라면 "검둥이"라고 부른다구요.
시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그 상황에 그 사연에 압도되거나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일을 해낼 수가 있다구요.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연에는 아직도 눈물이 나는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책에서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한다면..."이라는 대목입니다.
절대로 자살하지 말라는 저자 다오슝의 절절한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차안의 번개탄 자살. 피해주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사람들의 자살방법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피해를 주게된다고. 검게 변한 악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부패된 시신에 가족과 지인들의 충격은 너무나 클 수 밖에 없다고...
목을 맨다거나, 투신한다거나 그 모두가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아침과 충격을 안겨주게 된다는 말.
그 자세한 현장 묘사에 읽기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를 담담히 읽어가면서 오히려 죽음에 대해 자살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해주네요.
정말 세상을 떠날 생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자신이 결심한 그 어떤 방법의 자살방식이라도 그 일을 실행하기 마지막 10분 전에 이 책을 두 손에 쥐어주고 읽어보게 하고 싶어졌어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은 절대로 생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첨엔 단순히 터부시되는 죽음에 다가서 있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떠올려보고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여력이 된다면.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장소에 이 책을 곳곳에 비치해두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이들의 소중한 삶을 지키고 다시 이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문학적 교육이 없어도 화려한 글솜씨가 없더라도,
자신의 삶으로 써내려간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다면 그 자체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사실을 마음에 담게 됩니다. 이 저자는 뚱보 오타쿠가 아닌 죽음의 호스피스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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