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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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두 글자가 주는 매력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수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 두 글자의 주제는 고전부터 셀 수 없이 많은 것 같다.

계속 다루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의 한 켠에 이 두 글자가 각인되어 있고 그 기억을 재생시키는 힘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복수를 합시다. 이책은 제목이 참 노골적이고 쿨하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에서 무심코 책을 집어든다면 진공청소기처럼 나를 빨아당기는 바람에 마지막 장까지 붙잡고 읽어버렸다. 몇 페이지만 보자는 맘으로 시작했는데 대박...!!!

사실 복수의 테마는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나는 그리 즐기진 않는다.

복수는 결국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폭력을 폭력적이게 느끼지 않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주인공이 당하는 첫 폭력은 더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이게 그려지고, 그에 대한 인과응보로서 주인공이 가하는 복수의 폭력은 정의의 칼처럼 그려지는 단순한 공식이 싫어서다. 폭력의 포르노그라피? 자극에 대한 더 큰 자극들이 난무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일단 흡인력이 있고 반전의 매력이 대박인 이야기꾼의 소설이다 라는 것.

특히 우리네 삶의 어두운 한 자락, 신문과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웹하드, 리벤지 포르노(이 용어 정말 별로다. 차라리 디지털성폭행이 더 정확한듯), 지우고 지워도 살아나는 좀비같은 범죄 영상물 속 피해자가 나오는 이야기다.

특히나 우리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느 새 가해자의 삶을 살고 있고, 다시 피해자가 되고 다시 가해자가 되는 정말 충격적 쳇바퀴를 작가는 노련하게 이야기로 담아낸다. 책의 스포를 하지 않고 큰 줄거리만 꺼내보면...

주인공은 웹하드 회사에서 일하는 초식남 직딩이다.

웹하드의 불법 영상물로 떼돈을 번 악덕 사장이 일베나 오유처럼 대박 게시물을 터뜨려 회원들을 다시 주워모으려는 원대한 계획을 지시하자 이 초식남은 가상의 사연 짓기에 나선다. 이 대목은 정말 현실적이어서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나 유명한 게시판들이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각자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게시판을 섭렵해나가는 그들..

주인공은 이혼을 앞둔 여성 전문..

옆자리 해용 씨는 여성들에게 비난받는 남성 사연 전문...

맞은편 상희 대리는 시댁에 시달리는 며느리 사연 전문 작가이다.

첨에 죽지못해 어거지로 창작의 고통에 뛰어든 그들이지만 나중에는 정말 작가처럼

어느 대목에서 사람들이 열광하고 분노하고 조회수가 대박을 치는 지 패턴을 읽어내는 재주까지 이르게 된다.

한참 재밌게만 진행될 것 같은 이 소설은 주인공과 지인들이 시련을 당하면서 빠르게 전환된다.

그들에게 이야기 속 가상의 시련이 아닌 정말 그들의 삶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 현실에 나타난다.

가상의 이야기로 조회 수만 높이려는 사연 분노 유발자였던 그들이 자신의 문제로 고민에 빠지고,

하소연할 곳도 없을 때 하나 둘 익명의 복수 대행 모임에 우연히 가입하게 되는데...

그 뒤는 정말 반전의 반전 이야기라 스포가 되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을 아끼는게 좋겠다.

온라인, 익명, 무한히 복제되는 디지털 컨텐츠, 사랑을 가장한 폭력, 사랑을 도용한 디지털 범죄들...

디지털에서 성이 얼마나 잔인해지는 지 우리는 N번방 범죄를 보며 다시 생각해본다.

복수를 하면 예전의 나로, 그 일이 있기 전에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복수는 무조건 해야한다.

복수를 하면 나는 어떤 내가 될까. 더 행복해질까. 그 행복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용서를 하면 나는 어떤 내가 될까. 더 행복해질까. 그 행복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아들을 돈 몇푼에 눈이 어두우서 유괴해서 죽이기까지 한 살인자. 철천지 원수.

고통 속에서 교회에 나가게 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를 용서하기로 큰 결심을 하고 면회를 가는 그녀.

용서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 살인자는 이미 자신은 감방에서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해서

이미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다고. 어쨌든 고맙하는 그 말에 이성을 잃어버린다.

내가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이미 죄 사함을 받았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 악을 쓰던 그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어렵다. 복수는 어렵다. 용서는 어렵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복수를 합시다.

복수를 합시다.

복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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