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한층 더 나아가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읽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는 많은 친구들이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텍스트가 넘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덜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태로운 것은 읽는 현상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진술을 내놓는다. “옛 방식 의 읽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주 실질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행동 그 이상이다. 버커츠는 깊이와 지혜의 상실을 본다. 그는 지혜가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삶의 과정에 관한 진실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30p.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 옹호자 매슈 아널드는 온전한 삶을 살려면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이 숙고한 최고의 것”을 숙지해야 한다는 놀라운 문구를 남겼다.
지금까지 예술 분야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만들어 낸 최고의 것들 중 다수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근현대 예술보다는 역사의 고전에서 참된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문학의 ‘과거성‘ 자체가 문학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님을 여기서 분명히 해 두고 싶다.
문학을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는 문학 안에 존재하는 참된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이다.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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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5-2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된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 .... 정말 멋진 압축글이네요.

크림빵 2023-05-23 19: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이 참 좋죠? 문학이 부리는 예술인가봐요.
 

기억 속에서 행복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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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현상들의 기제에 관한 설명은 곧 뇌의 구조물들이 서로 구분된 각각의 모듈이 아니라는 것을 가리킨다. 어떤 기계 내의 독립적인 부품들과는 다른 것이다. 뇌는 살아 있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뉴런과 뉴런들의 연결망은 모두 상호연결되어 있으며, 주변의 구조물들의 활동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 패턴까지 바꿈으로써 인접한 영역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능은 한 군
데가 아닌 여러 곳으로 퍼져 있고, 심지어 시냅스 및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신경조절물질들에 의해 유도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성질이 일부 가소성 사례들의 기저에 깔려 있어 주어진 영역의 기능을 정밀하게 밝히는 일의 어려움을 두드러지게 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뇌와 국재화에 대해)



- 퍼트리샤 처칠런드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뇌 활동이 어떻게 의식이 되는지 보여줄 수 있는 단일한 실험이나 단일한 이론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유럽의 사상가들은 아주 조금씩 생각이 심장이 아닌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때도 어느 한 순간에 뇌 중심적 사고로 바뀐 것이 아니었으며, 미래에도 어느 한 순간에 신경망 중심적 통찰이 이루어질 리 없다. 대신 증거들이 느리지만 차곡차곡 쌓이면서 점진적으로 가닥이 잡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든 1870년대 사상가들을 물들였던 비관주의로 다시 물러설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 골칫덩어리 문제를 해결하고 말 것이다. 결국은 그러한 돌파구가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뇌와 의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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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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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니? 그건 내게서 물려받은 거야.
그럼 그 겸손하고 신앙심 깊은 인물은 누굴 닮은 건가요?
그것도 날 닮은 거야.

시인은 누굴 닮은 거죠.
시인이라고? 그런 사람은 우리 가문에 없다.
영웅은요?
영웅이라곤 없었어. 아가야, 우린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단다. 우리는 교회 축일 때 모이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었지.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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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된다는 것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이철민 옮김 / 복있는사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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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나를 다른 인격이 아닌 이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저 일련의 사실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한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내가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고, 내 주변의 다른 관계가 아니라 이 관계 속에 있고, 이 부모의 자녀이고, 이 자녀들의 부모이고, x 의 친구이고 y의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라는 어마어마한 사실입니다.

나는 관계의 그물망 중앙에,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의 총합‘이라는 말도 사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내게 해당하는 일의 총합을 바꾸어 놓습니다. 나는 본질적 사실에 차이를 낳습니다. 내가 관여 하고 있는 관계 때문에, 그리고 그 관계의 빛 안에서 나는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말하고 행동하고 응답함으로써 나는 새로운 사실을 창조합니다.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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