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현상들의 기제에 관한 설명은 곧 뇌의 구조물들이 서로 구분된 각각의 모듈이 아니라는 것을 가리킨다. 어떤 기계 내의 독립적인 부품들과는 다른 것이다. 뇌는 살아 있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뉴런과 뉴런들의 연결망은 모두 상호연결되어 있으며, 주변의 구조물들의 활동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 패턴까지 바꿈으로써 인접한 영역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능은 한 군
데가 아닌 여러 곳으로 퍼져 있고, 심지어 시냅스 및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신경조절물질들에 의해 유도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성질이 일부 가소성 사례들의 기저에 깔려 있어 주어진 영역의 기능을 정밀하게 밝히는 일의 어려움을 두드러지게 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뇌와 국재화에 대해)
- 퍼트리샤 처칠런드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뇌 활동이 어떻게 의식이 되는지 보여줄 수 있는 단일한 실험이나 단일한 이론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유럽의 사상가들은 아주 조금씩 생각이 심장이 아닌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때도 어느 한 순간에 뇌 중심적 사고로 바뀐 것이 아니었으며, 미래에도 어느 한 순간에 신경망 중심적 통찰이 이루어질 리 없다. 대신 증거들이 느리지만 차곡차곡 쌓이면서 점진적으로 가닥이 잡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든 1870년대 사상가들을 물들였던 비관주의로 다시 물러설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 골칫덩어리 문제를 해결하고 말 것이다. 결국은 그러한 돌파구가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뇌와 의식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