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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 출판사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친구를 찾아 헤맸고, 외로운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단 한 문장만으로도 제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소설. 『여름은 고작 계절』은 외롭고 서툴렀던, 그 누구도 몰라주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2000년대, 열 살 소녀 제니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이민하게 돼요.
백인 중심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니는 자신의 언어와 표정, 정체성을 하나씩 깎아내립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제니 앞에 또 다른 이민자 ‘한나’가 나타나요. 스스로를 당당히 인정하며 꿋꿋이 살아가려는
한나의 존재는 제니에게 위로이자 두려움, 동경이자 불편함이 됩니다.
청소년들의 우정은 늘 그렇게 시작되죠. 어설프고 뒤엉킨 감정 속에서 서로를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멀어지거나 아주 가까워지거나.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저 ‘사춘기의 우정’으로만 읽히지 않아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손을 뻗는다는 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잡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덥석 팔을 뻗어야 굴레가 끊어진다는 작가의 말은 많은 상념에 젖어들게 합니다.
제니는 자신이 혐오했던 세계를 닮아가고, 한나를 멀리하려 애쓰지만 끝내 그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시절, 우리도 그랬죠. ‘속하는 것’이 전부였던 나날들.
누구를 밀어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손을 뻗었느냐의 문제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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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함부로 선망하고 가진 것을 폄하하는데 일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천국은 언제나 밖에 있고, 집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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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 얘기 알아?’
‘그게 뭔데?’
‘모든 일에는 부스러기가 있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 때문에 꼭 다른 일들이 일어난대.
되게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다 이유가 있고,
그게 또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
나는 유리와 바닥에 맺힌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것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대체 어ᄄᅠᇂ게 회복하는지, 모두 다른 인생을 사는데
슬픔의 부스러기는 어떤 형태로 남는지를 궁금해했다.


이 책은 이민자, 여성, 청소년을 넘어 ‘경계에 선 모든 존재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가장 정확한 문장으로 포착해내는 김서해 작가의 문장은... 잊고 있던 저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제 마음 속에 저를 놓고 무리를 위해 살던 시절. 제가 누구인지 늘 고민하고 자존감 약해져 다른 아이들에게 내면의 부러움을 느끼던
그 때의 제가 떠올라 한참 울컥했네요.
✔ 10대 시절의 외로움과 서툰 우정을 기억하는 분
✔ 정체성과 소속 사이에서 방황했던 경험이 있는 분
✔ 학교 폭력, 이민, 청소년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 읽어보세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제니이고, 한나였는지도 몰라요. 수업이 쌓인 슬픔의 부스러기 위헤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쓴
제니의 모습이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요...
이 글을 읽고 지금 누군가 떠오르는 이가 있다면, 늦지 않게 손을 뻗어주세요. 그 손을 다정히 잡아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 때 하는 것. 인생의 소중한 순간 중 하나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