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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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백일몽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멘 고지대의 밝은 햇살이 보이고 반짝이는 작은 물웅덩이에서 자갈 사이에 알을 낳는 연어가 보였다.” 영국 기후변화국 산하 국립해양원의 존스박사는 서서히 감화되기 시작한다. 찬 바다로 나갔다가 4~5년 후에나 한번씩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 연어를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막에서 낚시하게 도와달라는 이 비과학적이고 황당한 프로젝트의 본질을 깨달으면서.

 

  결과는 백일몽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한 해양과학자 개인차원에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삶의 목표를 잃고 소심했던 현실의 껍질을 벗고 ‘믿음(신념)’의 중요성을 깨달아 소망과 사랑을 찾는 치유의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 여정을 함께 한 독자에게는 어떤 정치놀음보다도 소중한, 믿음으로 바꿀 수 있는 함께 꿈꾸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체험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이 황당한 프로젝트의 탄생과 진행과정과 결말을 촘촘히 엮어낸 저자의 상상력과 삶을 관조하는 깊이에 끝없는 찬사를 보낸다. 책속에는 개인과 국가, 유럽과 중동, 과거와 미래, 과학과 종교가 픽션과 로맨스를 넘나들며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저자가 얻은 명성만큼이나 독자가 챙기는 독서의 즐거움은 두둑하고 과분하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여주인공 해리엇이 예멘의 족장을 묘사하는 부분은 족장이 풍기는 성자의 이미지와 족장이 추구하는 믿음의 실체를 보여주기에 독자로 하여금 경외심마저 갖게 만든다. “내 의뢰인은 그냥 키 작은 미친 사람이 아니야. 미쳤다고 해도 정말 매혹적으로 미친 거라서, 거의 신성한 분에 가까워. 그분은 연어와, 아주 신기한 방법으로 끝없는 바다를 지나 고향인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여행이 신에게 가까이 가려는 자신의 여행을 상상한다고 믿어. 그분의 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지? 족장님은 성자라고 불려도 좋을 것 같다.”

 

  애초에 이 계획은 ‘낚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존스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을, 족장은 신이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사막에서 연어낚시가 가능할까? 중)

 

  족장이 추구하는 ‘믿음을 통해 신께 다가가는 기적’의 반대편에는 국제정세속에서 영국과 중동이라는 관계를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관료들이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가 코미디처럼 얽혀가는 과정은 흥미를 넘어 스릴감마저 갖게 한다. “누군가 지도를 거꾸로 보는 바람에 이라크 사막에 있는 군사 훈련기지가 아니라 이란 병원을 폭격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오폭으로 인한 외교위기에서 수상의 홍보실장 맥스웰은 정치적 이벤트로 돌파구를 찾고자 고심한다. 그에게 보내온 외무부 동료의 제안 “연어낚시 어때요? 예멘에서요” 그 의도가 반대편에서 손내민 족장을 만났고 정치는 그렇게 낚싯줄에 걸린 채 프로젝트로 빨려든다.

 

  존스박사의 결혼생활도 흥미롭다. ‘40대가 지나며 뭔가 그냥 지나간 듯한’ 허탈감을 갖고 있던 그가 직장에서의 승진과 야망으로 꽉 찬 아내 메리와 사랑의 신뢰가 깨져가면서 둘 사이엔 골이 패이고 벽이 놓인다. 해리엇의 약혼생활도 흥미롭다. 그녀의 약혼자는 이라크에 파병된 직업군인. 극비리에 이란으로 파견되어 임무를 수행하던 부대에 속해 있다가 실종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군당국의 대응이 기가 막힌다. 소리없이 다가온 해리엇이 존스박사의 공허함을 서서히 채워간다.

 

  존스박사는 족장으로부터 믿음을 갖는 법을 배운다. 그 믿음은 모든 문제를 치유하는 약이고, 믿음이 없다면 소망도, 사랑도 없다는 강렬한 깨달음을 얻는다. 그의 첫 걸음은 단순했다. 그저 신념 그 자체를 믿는 것이었다.

 

  역자는 모하메드 족장이 왜 예멘 사막에 들일 물고기로 연어를 택했을지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거슬러가는 역동성과 강인함?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 정확함? 역자는 그 해답을 연어가 주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서 찾는다. 연어처럼, 존스박사가 자신을 얽매던 현실의 부조리와 사고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선택으로 능동적인 삶을 선택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족장의 죽음과 함께 존스박사는 부활한 것이었을까?

 

  2012년 4월에 ‘새먼 인 더 예멘’이 영화로 나왔다. 이완 맥그리거와 에밀리 블론트가 분한 영화를 포털에서 트레일로 맛봤다. 사막에 지어지는 대규모 수로공사와 사막에서 만나는 연어떼의 행렬, 족장의 성자같은 표정들이 인상적이다. 현업에서 은퇴한 65세 저자의 처녀작, 저자가 견뎌온 삶의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한 프리즘이 치밀하게 엮인 수작이다. 믿음의 아름다움이 연어들이 거슬러 갈 수로처럼 웅장하고 그 연어처럼 숭고한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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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그리기 100선 세트 - 전3권 - 그림으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미리보기 그리기 100선
홍승화 지음 / 일상이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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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준다? 자기가 주도한다? 다소 벅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할 아이가 ‘학교 다녀와서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 할머니의 얼굴’을 얼마나 자세히 그릴 수 있을까? 연못에 자기가 좋아하는 물고기를 얼마나 다양한 종으로 채워 넣을 수 있을까? 또박또박 한글로 정확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까? 수를 계산해 낼 수 있을까? 날개를 단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그려 보자는데, 또 ‘영희의 일기를 읽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보자는데 과연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들어갈 아이 뭐라도 시켜야한다는 강박에 선행학습시키겠다고 달려들면 절대 안될 일이다. 그저 아이와 그리기를 매개로 놀이를 하겠다는 편안한 마음이 준비되어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이 책은 그리기로 놀이를 해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해야 할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이 연령대별로 많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학교생활, 국어, 수학’이라는 주제설정과 아울러 ‘그리기’라는 놀이로 재구성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내용까지 포괄하고 있으나 그리기 하나로, 그것도 재미있는 놀이로 그 지난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도전하기엔 다소 버거움이 있는 듯하다. 그저 부모와 아이가 유치원 다녀와서 노는 기분으로,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놀이감 삼아 책을 만지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교육과정을 다 담다보니 학습(놀이)할 양이 많다. 한 자리에서 2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끝가지 다 갖고 놀게 만드는 데도 세심한 노하우가 필요할 듯하다.

 

  파란색과 검정의 투 톤이 주는 색감이나 손그림 티나는 디자인, 컴퓨터인쇄가 보편화 되기전의 투박한 프레스기로 찍어낸 듯한 인쇄상태는 다소 철지난 고서 같은 느낌을 준다. 모두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은 세밀함이 떨어지는데, 이 점은 장점일지 단점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창의적인 취학전 아동의 눈엔 좋게 보일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대 명제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노는 것과 성공한다는 두 간극을 잇는 것이 이 책이라는 주장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미리 구입하여 읽히게 되면 아이가 심한 거부감을 일으켜 입학전에 이미 교과에 흥미를 잃게 될까 우려한다. 유치원에서 노는 것처럼 ‘창의력과 자기주도형 학습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강조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가 필수, 재미있는 놀이 중 대표적인 것이 그리기이며 그래서 이 책이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그리기 놀이책’으로 아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탄생한 이유다.

 

  이 책의 집필의도는 상당히 공감이 가며 책의 필요성에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어른들이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 입장에서의 재미는, 특히 혼자 해내야 할 재미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자발적 흥미유발엔 실패한 것 같다는 말이다. 이 책, 자기주도 학습형 책이라고 던져놓고 부담주지 말고, 부모님이 아이와 꼭 같이 앉아 적은 양씩을 소화하며 그저 ‘놀아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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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정신 의학에 관한 모든 것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하지현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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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하러 오지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를 찾는 환자는 ‘죽고 싶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환자들의 지향점이 180도 다르다는 말인데 따라서 이 책은 ‘죽고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의 정신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살을 흔히 ‘무너진 영혼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자살, 글자만 쳐다보고 있어도 소름이 돋는 단어다. 매스컴에서 어디 청소년 누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또 돌보는 이 없던 쪽방촌의 어느 독거노인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누군가 우리나라의 이 정상적이지 않은 흐름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는다. 이 시대적 요구에 딱 맞는 해법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내놓은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다.

 

  청소년들에게 정신분석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동기를 유발하여 잘못된 행동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이면 한 둘 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어떻게 그들의 행동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정신이란 무엇일까? 미친다는 것은? 정상은 뭐고 공황상태는 뭐고 꿈은 무엇인가? 중독과 도박, 이런 정신현상은 다 무엇인가? 청소년들의 삶 안에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그러나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저자는 다루고 있다. 어렵다고 돌려 말하지 않고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라도 본래대로 끌어다 댄다. 정신현상에 대한 상식적인 개념들을 모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 그리고 그 고민의 실제적인 어려움에 직면에 있을 자녀가 머리 맞대고 같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정상’이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잘 지내는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정상적인 정신건강을 추구한다. 만약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해 어떤 ‘증상‘이 보인다면, 여기 저자가 소개해놓은 유용한 정보에서 유사한 현상을 찾아보고 그 이름을 불러내어 자신의 ’정상‘여부를 가늠해 보자. 그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 ’성격‘이 있고 ’의식과 무의식‘이 있고 ’학습과 유전‘, ’천성과 양육‘이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은 ’나와 세상의 이해를 도와주는‘ 학문이다. 이 책은 그 정신분석학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이 어떤 모습인지 자세하게 그려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의 삶의 방향이 이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상식과 전문지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서부터 풀어나가는 자유연상, 자아와 초자아, 이드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방어기제와 스트레스, 중독, 우울증 들을 학술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어서 어른들의 지식고양에 유익할 듯하고, 정상의 정의와 건강함, 성격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나 ‘IQ가 높다고 꼭 공부를 잘하느냐’거나 ‘잠은 꼭 자야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부분들은 설명이 편안하여 청소년들에게 잘 녹아들 것 같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토론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잠이 안 올 때에는 양을 하염없이 세기보다 숨을 들이마실 때 부풀어 오르는 배를 쳐다보며 ‘하나, 둘, 셋’만 반복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이를 칭찬할 때는 ‘넌 참 똑독하구나(고착형 마인드셋)’라 하지 말고, ‘참 열심히 했구나(성장형 마인드 셋)’하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한다. ‘우울함’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곧 닥칠 안 좋은 일에 대한 대비로서 스스로 긴장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예비신호라고 한다. ‘우울증’이 되지 않도록 이해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성의 주체성과 정체성, 성역할과 지향성을 아는 것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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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탁 - 지친 내몸과 마음을 위한
이원종.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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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법이 잘못되었다면 약이 소용없고, 식사법이 옳다면 약이 필요없다는 고대 아유르베다의 속담으로 첫장을 시작한다. 부제에서 밝혔듯 지친 내 몸과 맘을 위해 정성을 다한, 영혼이 담긴 음식으로 식탁을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 식사법과 좋은 음식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차례는 제1장, 영혼을 치유하는 음식을 시작으로 제2장,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방법, 그리고 제3장, 영혼의 식탁을 위한 준비이다.

 

  이렇게 영혼과 결부된 음식, 영혼이 담긴 식탁을 소울푸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소울푸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식으로서 ‘흑인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면서 부르게 된 흑인들의 전통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다시 등장하여 ‘영혼이 담긴 음식’ 또는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 등의 광의로 쓰이고 있다. 소울푸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적으로 자란 신선한 재료를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으로, 그 속에 마음이 담겨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는 음식’이라는 게 저자의 정의다. 우리 표현에 ‘신토불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

 

  저자는 몸을 망치고 영양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최고의 원인으로 ‘과식’을 주저없이 꼽는다. 살이 찌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없이 무조건 “과식”이라는 주장이다. 과식의 해로움을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과식하면 소화흡수가 채 되지 못한 잉여물이 생기고, 잉여물이 늘어나면 어느덧 노폐물이 되어 혈액 속에 쌓임으로써 혈액을 더럽히는 원인이 되며, 혈액이 더러워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생겨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된다. 또한 혈압이 올라가고 고지혈증이 되며,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반면에 소식하면 우선 몸이 날씬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니 우선 먹는 양을 조절하고 나서 음식의 질을 논해야 할 것이다. 과식에 대한 쓰레기통의 비유는 극단적이기는 하나 이해를 돕고 행동을 끌어내기에 최고의 비유다. “나는 인간 쓰레기통이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몸에 필요는 없고 그다지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들을 내 몸 안에 버릴 필요가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먹거리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그것을 조금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의 건강유지법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트나 시장에서 땡처리하는 굵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른 척 지나가자. 천 원 짜리 3킬로를 먹지 말고 3천원짜리 1킬로를 먹자. 책 속에는 갖가지 음식정보가 들어있다. 영혼을 위한 식탁이라는 것이 쉽게 차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정성을 다해 식탁을 차렸다면 음식 하나하나를 내 소중한 몸에 소중하게 넣어 주자.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는 농산물에는 모두 ‘친환경 인증번호’가 부여된다고 한다. 혹시라도 인증마크만 있고 인증번호가 없다면 진위를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식품은 날 것으로 먹어도 소화가 가능하고 영양가도 더 풍부하다. 주곡에 대해서는 씨눈이 남아있는 발아식품을 권장한다. 음식, 피, 물의 3독을 없애주는 매실의 효능을 소개하고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여행거리인 푸드마일리지에 대해 설명한다. 장거리를 날아온, 소울푸드가 아닌, 우리 식탁의 값싼 미국산 소고기가 꺼려지는 이유다. 일상에서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영혼을 위한 식탁을 차리자.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어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음식을 정성껏 요리해서 골고루 먹자. 가능하다면 직접 재배해 먹자.

 

  천천히, 생각하면서, 음미하면서 먹자. 영혼의 식사법을 알려준 이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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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박중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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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시작은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였다. 지금의 케냐나 탄자니아가 있는 지역에 ‘호미니드’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200만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났다. 이들은 북쪽, 동쪽, 남쪽으로 기나긴 이주를 거듭하였다. 알래스카를 건넜던 이들은 대륙의 서안을 따라 계속 남하하여 아즈텍과 잉카문명의 뿌리가 되었고, 인도와 자와를 거쳐 폴리네시아로 갔던 이들은 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에 문명의 씨앗을 뿌렸다. 그렇게 인류가 태어났다. 그러다가 해수면이 상승하며 각 대륙이 분할되는 지형적 변화가 있었고 대륙에 남은 인류는 고립되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며 인류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서나 세계사와는 기본적인 틀부터가 다르다. 기존의 서적들이 정치와 제도라는 전형적인 구조속에서 정치권력의 흥망과 굵직한 역사적 사실의 소개에 집중한 채 지루하게 세계사를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지형, 문화, 종교 그리고, 인류사의 진화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그 안에서 발견된 의미있는 사건들을 마치 구연동화 하듯이 편안하고 흥미롭게 늘어놓고 있다. 저자는 이 한 권으로 인류사 200만 년 전체를 그리면서 동시에 ‘꽃도 새도 없어서는 안 될’ 인류의 진행방향을 제시한다.

 

  10년 전에 나왔던 ‘짧은' 세계사를 ‘더욱 짧은' 세계사로 수정・보완하여 다시 내놓은 이 책은, 세계사 전체를 단기간에 머릿속에 넣고 싶은 초보자나 기존의 역사기술에 흥미를 잃어 세계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리라 믿고 싶다.

 

  종교를 다루는 부분은 역사학자로서의 소신과 객관성이 돋보인다. 모세가 건넜던 홍해Red Sea의 원어가 갈대바다인Reed Sea 습지였고 실제 물이 얕은 부분이 많았던 지형적 특성과 이례적인 조석현상이 때때로 일어나기도 하였다는 것이 ‘바다가 갈라졌다’라는 성서의 기록에 대해 그가 내놓은 가설이다.

 

  또 예수에 관한 기록을 찾아내 당시에 모인 군중의 숫자가 몇몇이고 그들이 다 알아들었다면 그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크기였으며, 그 젊은 청년이 모든 율법을 정확히 기억하고 일식을 알고 언변이 뛰어난 웅변가였음을 주장한다.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신앙치료사 같은 존재감을 가졌던 것이 아닐까라는 그의 설명이 재미있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매우 똑똑했고 초승달을 비롯한 별들의 운행을 파악할 줄 알았으며 부유한 미망인 고용주의 도움을 얻어 메카에서 자신의 신조를 펼치게 되었다. 그는 이슬람을 창시했으며 초승달은 거의 모든 이슬람국가의 국기에 들어있는 문양이 되었다. 그는 나이 25세 때 자신보다 15세나 많은 그 미망인과 결혼하였고 여성에게 많은 빚을 진 그가 여성의 복종을 매우 중요시하는 종교의 창시자가 된 것이다.

 

  미국은 얼떨결에 탄생한 나라이며 ‘만약에’ 미국이 미시시피강 서부에서 멕시코만에 이르는 땅을 영국으로부터 에이커당 3센트에 사들이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지 않은 채 북아메리카의 두 세 개 군소국가로 남았다면 세계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게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제시한 ‘만약에’라는 관찰방법이 인상 깊고 재밌다. 세계사는 그렇게 사건이 모여 역사가 된 것이다.

 

  중국이 근대화의 시기에 갈갈이 찢겨 열강의 식탁이 되며 종이호랑이가 되었던 원인을 그들의 믿음과 관심에서 찾는다. 그의 제목은 ‘줄어드는 중국의 과학적 주도권’. 에스파냐,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등이 바다를 휘저었던 반면, 중국은 바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들이 나침반은 발명했지만 미지를 향해 항해하겠다는 지속적인 열망을 품지는 못했음을, 그리고 지도 제작에도 솜씨가 있었지만 그들이 만든 최고의 지도는 어디까지나 농경 지역에 관한 소축척 지도뿐이었음을. 중국은 세계지도에도 바다건너 나라에도 관심이 적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름진 평야가 다름 아닌 세계의 중심, 동양의 에덴동산이고, 이 평야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저절로 읽힌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467쪽에 달하는 전체분량은 ‘아주 짧은 세계사’라는 제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툼한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31가지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되어 있고 그러면서 서로 퍼즐조각처럼 머릿속에 짜맞춰지는 과정은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경험하게 한다. 그저 이야기로 듣고 흘렸다가도 다시 찾아보면 그 안에 재밌고 새로운 사실들이 가득 들어있다. 나의 세계사 공부는 이 책을 읽기 전과 이 책을 읽은 후로 크게 나뉠 것 같다. 세계사가 궁금한 모든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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