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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정신 의학에 관한 모든 것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하지현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평점 :
일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하러 오지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를 찾는 환자는 ‘죽고 싶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환자들의 지향점이 180도 다르다는 말인데 따라서 이 책은 ‘죽고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의 정신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살을 흔히 ‘무너진 영혼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자살, 글자만 쳐다보고 있어도 소름이 돋는 단어다. 매스컴에서 어디 청소년 누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또 돌보는 이 없던 쪽방촌의 어느 독거노인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누군가 우리나라의 이 정상적이지 않은 흐름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는다. 이 시대적 요구에 딱 맞는 해법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내놓은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다.
청소년들에게 정신분석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동기를 유발하여 잘못된 행동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이면 한 둘 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어떻게 그들의 행동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정신이란 무엇일까? 미친다는 것은? 정상은 뭐고 공황상태는 뭐고 꿈은 무엇인가? 중독과 도박, 이런 정신현상은 다 무엇인가? 청소년들의 삶 안에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그러나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저자는 다루고 있다. 어렵다고 돌려 말하지 않고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라도 본래대로 끌어다 댄다. 정신현상에 대한 상식적인 개념들을 모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 그리고 그 고민의 실제적인 어려움에 직면에 있을 자녀가 머리 맞대고 같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정상’이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잘 지내는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정상적인 정신건강을 추구한다. 만약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해 어떤 ‘증상‘이 보인다면, 여기 저자가 소개해놓은 유용한 정보에서 유사한 현상을 찾아보고 그 이름을 불러내어 자신의 ’정상‘여부를 가늠해 보자. 그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 ’성격‘이 있고 ’의식과 무의식‘이 있고 ’학습과 유전‘, ’천성과 양육‘이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은 ’나와 세상의 이해를 도와주는‘ 학문이다. 이 책은 그 정신분석학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이 어떤 모습인지 자세하게 그려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의 삶의 방향이 이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상식과 전문지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서부터 풀어나가는 자유연상, 자아와 초자아, 이드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방어기제와 스트레스, 중독, 우울증 들을 학술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어서 어른들의 지식고양에 유익할 듯하고, 정상의 정의와 건강함, 성격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나 ‘IQ가 높다고 꼭 공부를 잘하느냐’거나 ‘잠은 꼭 자야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부분들은 설명이 편안하여 청소년들에게 잘 녹아들 것 같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토론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잠이 안 올 때에는 양을 하염없이 세기보다 숨을 들이마실 때 부풀어 오르는 배를 쳐다보며 ‘하나, 둘, 셋’만 반복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이를 칭찬할 때는 ‘넌 참 똑독하구나(고착형 마인드셋)’라 하지 말고, ‘참 열심히 했구나(성장형 마인드 셋)’하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한다. ‘우울함’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곧 닥칠 안 좋은 일에 대한 대비로서 스스로 긴장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예비신호라고 한다. ‘우울증’이 되지 않도록 이해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성의 주체성과 정체성, 성역할과 지향성을 아는 것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