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장 내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나의 가치가 무시되지 않으면서 타인의 이익과 공존할 수 있고, 사회 전체가 공동체라는 인식만 리더가 확실히 줄 수 있다면 우리는 당장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행복의 문을 열어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 공감, 정의, 책임, 혁신’ 이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KBS의 이재혁PD가 서문에서 밝인 행복의 리더십에 대한 설명이다. 정리가 깔끔하고 주제가 명료하다. 올해의 전세계적인 이슈는 ‘선거’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정치판이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 나서는 해이다. 가치가 공유되는 글로벌 세계, 제작팀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글로벌 세계에서 펼쳐질 정치지형의 변화를 목전에 둔 2011년 연말, 행복을 찾아줄 리더를 만나러 세계로 나섰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올해 1월 1일과 8일에 1,2부로 나뉘어 방송된 KBS스페셜 프로그램의 내용을 프리랜서 작가 서승범이 정리한 것이다.

 

  “사람들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을 때 답을 줄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고 하는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여 히틀러가 독일 국민들과 역사적으로 어떻게 소통하였는지를 설명한다. 소통과 교감이 쌍방향으로 이뤄진다고 꼭 진정한 것일까? 책은 히틀러의 소통을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이’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독일국민들이 1차대전의 폐허속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유대인은 부를 쓸어갔고 연합국은 전쟁배상금을 요구했으며 패전국민으로서 자존심은 곤두박질쳤다’고 배우출신의 히틀러는 프레임을 만든다. 히틀러는 독일국민들에게 역설적이게도 ‘덜 나쁜’ 리더였으며 서서히 히틀러에게 전이되어 갔다. 그 결과가 ‘세계대전, 대학살‘ 등의 참혹한 인류비극이었다. “그러니 우선 소통이 잘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잘되고 있다면 무엇을 위한 소통인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

 

  책은 한 기업, 한 국가만을 살리는 리더십이 아니라 인류 전체와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책임지는 미래의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더십이란 결국 비전과 영감이다. 리더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멀리 제대로 보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자신이 바라본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려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적 없는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본 적 없는 곳으로 가게 하는 힘,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영감’이다. 철새들의 비행을 보며 리더인 새가 동행하는 새들보다 ‘높이’ 날지 않고 ‘앞서’ 날고 있음을 얘기한다.

 

  일인당 국민소득 2만 2,489달러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들여다 본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적게 잡아도 2,500만원. 물론 어느 사회에나 빈부의 격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당신의 가족수에 2,500만원을 곱해서 나온 수치에 당신이 느끼는 거리감만큼 우리 사회는 후졌다.”고 꼬집는다. 월가를 점령한 99%의 반란을 다룬 부분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 거리감의 정도가 우리 사회 1%의 탐욕의 정도이고 그 거리감 때문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면 당신이 분노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현실인식이 정확해 보인다.

인접국인 폴란드의 바르샤바국립묘지를 최초로 찾은 서독총리 빌리 브란트가 보여준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우리나라 리더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 부럽기만 하다. 서번트 리더십의 비밀은 ‘듣는 것과 실행하는 것’인데 듣고 실행한 것에서 완벽한 감동을 보여준 사례로 이태석 신부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혁신의 대표적 리더십은 싱가포르의 수상 리콴유가, 과학으로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의 사례가 실려있다.

 

  대한민국 땅에도 선거의 바람이 불고있다. 대통령선거가 불과 수십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젠 행복을 찾아주고 우리의 공유가치를 ‘앞서’ 만들어낼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허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책은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히딩크 사단처럼 “당신이 리더다” 그리고 장영철 교수와 이재혁PD의 대담글로써 강조한다. “나의 한 표가 나의 행복을 만든다.”

 

  누가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 세계 최고의 다이어트 전문가가 조언하는 진정한 여성의 매력
피에르 뒤캉 지음, 배영란 옮김 / 사공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이다. 그리고 직설적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안의 깊은 곳에 있는 편견, 선입관, 고정관념들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프랑스의 저명한 영양학자이며 일주일에 한번만 한다는 ‘왕세자비 다이어트’(또는 ‘뒤캉 다이어트’)로 잘 알려진 저자는 ‘인류 고유의 특징과 행동 방식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여기에서 인류 고유의 특징이라 함은 인류를 존속시켜 온 남성의 성적 본능과 유전적 선호도, 여성의 인류사적 변화과정과 유전자에 새겨진 특징 등을 말한다.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다. 인류사를 수백만 년 전 뿌리부터 뒤지고 유전공학과 의상디자인을 넘나들며 기성복업계와 언론계를 파고들어 꼬집고 까발리고 타이르고 겁박한다. 저자는 다이어트 문제와 체형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아픔을 듣다듣다 누군가 이 흐름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통통하다는 표현은 뚱뚱한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정부위에 통통한 여자가 갖고 있는 것은 인류라는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스스로 체모를 없애고 체취를 발산하고 동공을 확장하며 지켜온 성적 매력이며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살집’이다. ‘통통함’은 여성 특유의 조금 특별한 ‘살집’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 가슴, 무릎의 윤곽, 얼굴의 생김새 등에 여성 특유의 곡선을 살려주며 포동포동 살집이 오른 형태를 말한다고 한다. 표현이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제목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것과 저자가 목이 터져라 강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책은 선데이서울 같은 선정적인 가십거리를 다루고 있지 않다. 연상은 그런 쪽에서 가지를 친다. 그러나 책은 동성애자인 유명 디자이너에 의해, 기성복 업자나 언론과 기자들에 의해 여성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외면당해 온 수많은 여성들의 편에 서서 이제 그 미친 짓을 멈추라고 외친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저자는 남자다. 책의 후미에는 그가 남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자들은 중요한 일부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했고 남자들 또한 그런 여자들을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제는 남자들이 균형을 잡아줘야 할 때입니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며 여성의 노동력이 중요해 지고 남성본위의 사회가 성평등을 제공하는 댓가로 빼앗아간 것이 바로 ‘통통함의 아름다움’이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깡마른 몸매에 스스로 맞추는 데 성공한 여자들이 있다면 반대로 그에 실패한 여성들의 좌절과 고통은 엄청나다. 인류의 불행이다. 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각오를 밝힌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리고 심리적 신념을 갖고 싸워 나가는 이러한 투쟁의 길에서, 나는 이 길이 얼마나 길고 고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나는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시대의 강요에 순응하는 여성들을 반대하며, 굶어 죽기 딱 좋은 식단을 망설임 없이 선택하여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고 뼈만 앙상한 몸매로 침대에 누워 배우자를 맞이하는 여성들을 반대한다. 남자는 분명히 그런 몸매를 원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 ‘풀밭 위의 점심식사‘라는 작품을 보며 언젠가 책으로 나올 이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19년에 세상을 떠난 화가 르느와르는 손이 떨려 붓을 들 수 없을 때까지 결코 여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볼륨감을 놓지 않았다. 그 볼륨감을 없애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기에 지금도 그의 작품이 풍기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탁월하다.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를 금기시하는 경향에 대해 저자는 6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공개서환을 보낸다. 그는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동조하라, 각성하라, 개선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 전반에 보내고 있다. 그가 그 책임 소재 순으로 지적한 문제의 인물들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기자, 기성복과 디자인 우선주의, 영화 관계자 들이다. 그들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자가 있다면,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충실히 따르는 자들의 수는 더 많은 법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문제의 퇴출 명령을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혁명 대전대신고 이야기 - 글로벌 리더 인재양성과 자기주도학습
이강년.박영진.고봉익 지음 / 미디어숲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처럼 가히 ‘학교혁명’이라 할 도전이 대전대신고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을 낳아 기르려거든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 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대전대신고의 도전을 들여다보면 옛말이 다 맞는 건 아닌 듯하다. 책에 소개된 그대로를 믿는다면 사람을 낳아 대전으로 보내라는 말이 새로 생길 듯하다. 중등학년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 쯤 이 학교의 목표와 가치, 시스템과 철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육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 정밀하고 확실하고 일관되어야 한다. 대전대신고의 이 사례는 실험의 과정이 아니라 실천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한 개인의 치적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공동노력이 이 혁신의 현장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한 고등학교의 공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만난다. 자기 주도, 창의, 소명의식... 이 책에서 소개하는 혁신의 사례들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쩌면 자살과 우울, 행복하지 않은 끝없는 경쟁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아픈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대안의 부재에 대한 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전내 타교에서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에서 대전대신고의 교육시스템과 학생생활상을 배우겠다고 견학을 온다고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도전하면서도 골든벨을 두 명이나 울리도록 강하고 행복하게 만든 것일까? 궁금함에 책을 펴든 나같은 이가 있고 참지못해 달려가 인터뷰를 하는 교사들이 있고 그런가보다.

 

  대전대신고의 교육시스템을 요약하자면 기본 소양으로서의 자기발견과 세계발견, 방법론으로서의 자기주도학습과 진로페스티벌, 교육목표로서의 청지기적 글로벌 인재육성이라 할 수 있다. 입학과 동시에 자기발견을 위한 진로페스티벌을 열어 학생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하게 하는 과정과, 졸업할 때까지 최소 50번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발표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 세계발견이라는 포부를 안고 외국이나 외부로 나아가 직접 겪는 차원높은 2차 페스티벌을 바라보면 재학생의 만족도가 높고 졸업생의 모교방문 참여도가 높은 이유가 자명해 진다. 이렇게 배출한 인재들이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시대의 국가대표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기꺼이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준다. 쌓은 지식과 경험은 이렇게 공유되고 전파되어 대전대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선순환의 아름다운 장을 만들어 간다. 어느 한 둘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이 부러움은 그들 모두의 노력의 댓가다.

 

  재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학부모와 교사는 ‘오량영재학교’라는 카페를 통해 소통한다. 학교, 학생, 학부모가 촘촘히 얽힌 이 시스템이 이 학교의 ‘교육혁명’을 가능케 하고 있다. 지금 이 학교는 자율형 사립고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2의 창학열기로 뜨겁다. 학교장과 이사장이 솔선수범하여 신출내기 선생님의 발을 씻겨준다. 이른바 세족식. 그리고 그 교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학생들의 발을 씻겨준다. 위에서 아래로 섬기는 문화가 가슴 뭉클하다. 그들은 스스로 서로를 ‘신께서 나에게 맡긴 존재들’로 여긴다. 청지기적 소명의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그 학교의 비전이다.

 

  그들은 자기 교실의 주인공,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학교혁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사람이 먼저다 : 문재인의 힘 - 문재인의 힘
문재인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노무현의 끝에 서서 정치인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며, 동시에 사람이 먼저라는 대선슬로건의 발표이며, 동시에 한 공당의 대선가도를 밝히는 이정표이며, 동시에 인간 문재인 개인이 갖는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일기장이다. 이 책은 인간 문재인이 대선이라는 혼례에 사람과 결혼하겠음을 선포하며 온국민에게 보내오는 청첩장이다.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단락은 셋, 사람이 먼저다, 정책이 미래다, 참여가 힘이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듣고 싶습니다.’와 ‘응답 메시지’를 수록하여 트위터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재인의 힘을 보여줬다.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님이 그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책이다. 그는 노무현을 내려놓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도 함께 내려놓고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함을 선언하고 있다.

 

문재인의 정책은 ‘상생과 통합의 정치’로 요약된다. 배타적 이미지로 자주 악용되는 ‘친노그룹’이라는 알에서 깨어나 서거한 대통령의 진정한 복수를 이야기한다. 현 정권이 보여준 정치보복의 치졸한 모습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뜻처럼 상생과 통합을 추구하는 모습을, 수준이 한 차원 높은 정부, 염치와 예의를 아는 정부를 보여주겠노라 다짐한다.

 

정치가 ‘상생과 통합’을 키워드로 한다면, 그가 주장하는 경제의 키워드는 ‘통합적 사고’다. 설득과 의견수렴에 부족함을 보였던 참여정부의 한미FTA를 반성하고 양극화와 지역불균형의 문제를 최우선의 해결과제로 제시한다. 경제에서의 통합적 사고는 성장과 분배, 그리고 환경까지 포괄하는 세 가지 축이 함께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경제체제를 구축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역설한다.

 

책의 제목,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울 만들어보고자 하는 후보의 가슴뛰는 약속이다. 그는 이 슬로건이 우리를 이끌고, 시대를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고백한다.

 

청년실업문제를 언급한 부분에서, 고된 노동과 열악한 조건보다도 가장 노동자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왜 너는 열심히 살지 않느냐?’는 비난의 말이었다고 소개한 일화가 마음 아프다.

 

노사관계에 대해 ‘앞으로는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노사 모두에게 엄정한 법률 적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는 주장에 수긍한다. 노동자든 사용자든 ‘정부가 어느 한쪽 편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판단되면 그쪽 편에서는 성실하게 교섭을 하고 타협을 하기보다는 손쉽게 정부의 힘을 빌리려고 할 것’이라는 진단은 그의 이미지처럼 정확하고 깔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1
맥스 애플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강주헌.하윤숙 옮김 / 홍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노동자의 구분을 뜻하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다. 이 밋밋한 원제를 번역하면서 제목을 ‘판타스틱‘과 ’개같은‘이라는 강렬한 단어를 넣어 만든 이유를 삽입된 이야기 한 두 개만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책에 수록된 단편들 속엔 인간의 자유롭고 판타스틱한 영혼과 다양한 삶의 개같은 모습이 담겨있다.

 

저자는 원래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 미시간 주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모은 단편소설집 정도로 생각하고 편집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글쓰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눈에 비친 삶의 모습들이 보다 근원적인 인간사의 본질에 다가섰다고 여겨, 세상으로 범위를 넓혀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일’에 투영된 인간의 자유, 특정 환경에서 번창하는 인간정신의 소중한 연결고리로서 ‘일’이 차지하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서문에서 전문작가로서 자신이 글을 지을 때 주인공의 직업(일)을 설정하는 이유를 간단히 밝힌다. ‘주인공이 만나는 주변 사람들, 특히 중요한 등장인물이 먹고 살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그 인물에게 주려고 했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듯 ’일‘은 주인공의 일부를 선명하게 창출한다.

 

책에 참여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저명하고 연로하나 문화의 차이, 생활사의 차이가 주는 이질감에 당혹스러운 작품이 많다. 능숙함을 만났다기보다 신인작가의 풋 작품을 만나는 느낌. 인간본성의 일체감을 갖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독서에 몰입해야 할 것 같다. 보안관, 타자기수리공, 가구배달원, 신문배달원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하며 이혼가정, 고아, 정신지체아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이 등장한다.

 

‘자파로스’의 주인공은 세관에 억류된 물품을 경매하러 나선다. 멋진 최고급 이탈리아제 구두가 모두 외짝으로 3만 개나 있다. 물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고 주인공은 싼 가격으로 낙찰을 받는다. 외짝의 구두 3만 켤레로 무엇을 할까? 반전이 있다. 먼 곳 다른 세관에 반대짝의 구두가 또 3만 켤레 있었다. 주인공은 부자가 된다. 웃음이 절로 나는 설정을 보고 있자니 작가의 한마디가 환청이 되어 들린다. “상상이 돼?”

 

한때 직업 치료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는 또다른 주인공은 매일 오후 2시면 그곳, “황금 기회 작업장”에 가서 정신지체가 있던 그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들의 ‘황금 기회‘가 관리자들과 입원자들의 인식의 차이였음을 증명하는 한마디 말에 실소를 터뜨린다. “저들이 오늘은 우리에게 뭘 하라고 시킵디까?”

 

단편중에는 ‘부당한 일’, ‘사각지대’, ‘가게’가 인상적이다. 성희롱으로 고소당한 번듯한 보안관이 가족들과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의 해프닝들. ‘나이 든 남자가 이렇게 말했는데 머리가 너무 많이 벗겨져서 머릿속 생각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다 읽힐 것 같았다’, ‘오트밀 상자 하나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어찌나 세게 얻어맞았는지 내 후손 중에 누군가는 분명히 이 오트밀 상자 때문에 멍청이로 태어나는 아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단편이 많다.

 

대한민국은 대선정국의 태풍을 앞둔 시기, 시기의 절박함 때문인지 ‘조국은 자아와 같아 알면 알수록 부끄러워졌다’는 글이 눈에 확 들어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