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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 세계 최고의 다이어트 전문가가 조언하는 진정한 여성의 매력
피에르 뒤캉 지음, 배영란 옮김 / 사공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이다. 그리고 직설적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안의 깊은 곳에 있는 편견, 선입관, 고정관념들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프랑스의 저명한 영양학자이며 일주일에 한번만 한다는 ‘왕세자비 다이어트’(또는 ‘뒤캉 다이어트’)로 잘 알려진 저자는 ‘인류 고유의 특징과 행동 방식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여기에서 인류 고유의 특징이라 함은 인류를 존속시켜 온 남성의 성적 본능과 유전적 선호도, 여성의 인류사적 변화과정과 유전자에 새겨진 특징 등을 말한다.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다. 인류사를 수백만 년 전 뿌리부터 뒤지고 유전공학과 의상디자인을 넘나들며 기성복업계와 언론계를 파고들어 꼬집고 까발리고 타이르고 겁박한다. 저자는 다이어트 문제와 체형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아픔을 듣다듣다 누군가 이 흐름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통통하다는 표현은 뚱뚱한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정부위에 통통한 여자가 갖고 있는 것은 인류라는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스스로 체모를 없애고 체취를 발산하고 동공을 확장하며 지켜온 성적 매력이며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살집’이다. ‘통통함’은 여성 특유의 조금 특별한 ‘살집’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 가슴, 무릎의 윤곽, 얼굴의 생김새 등에 여성 특유의 곡선을 살려주며 포동포동 살집이 오른 형태를 말한다고 한다. 표현이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제목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것과 저자가 목이 터져라 강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책은 선데이서울 같은 선정적인 가십거리를 다루고 있지 않다. 연상은 그런 쪽에서 가지를 친다. 그러나 책은 동성애자인 유명 디자이너에 의해, 기성복 업자나 언론과 기자들에 의해 여성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외면당해 온 수많은 여성들의 편에 서서 이제 그 미친 짓을 멈추라고 외친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저자는 남자다. 책의 후미에는 그가 남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자들은 중요한 일부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했고 남자들 또한 그런 여자들을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제는 남자들이 균형을 잡아줘야 할 때입니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며 여성의 노동력이 중요해 지고 남성본위의 사회가 성평등을 제공하는 댓가로 빼앗아간 것이 바로 ‘통통함의 아름다움’이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깡마른 몸매에 스스로 맞추는 데 성공한 여자들이 있다면 반대로 그에 실패한 여성들의 좌절과 고통은 엄청나다. 인류의 불행이다. 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각오를 밝힌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리고 심리적 신념을 갖고 싸워 나가는 이러한 투쟁의 길에서, 나는 이 길이 얼마나 길고 고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나는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시대의 강요에 순응하는 여성들을 반대하며, 굶어 죽기 딱 좋은 식단을 망설임 없이 선택하여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고 뼈만 앙상한 몸매로 침대에 누워 배우자를 맞이하는 여성들을 반대한다. 남자는 분명히 그런 몸매를 원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 ‘풀밭 위의 점심식사‘라는 작품을 보며 언젠가 책으로 나올 이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19년에 세상을 떠난 화가 르느와르는 손이 떨려 붓을 들 수 없을 때까지 결코 여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볼륨감을 놓지 않았다. 그 볼륨감을 없애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기에 지금도 그의 작품이 풍기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탁월하다.
통통하고 풍만한 몸매를 금기시하는 경향에 대해 저자는 6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공개서환을 보낸다. 그는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동조하라, 각성하라, 개선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 전반에 보내고 있다. 그가 그 책임 소재 순으로 지적한 문제의 인물들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기자, 기성복과 디자인 우선주의, 영화 관계자 들이다. 그들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자가 있다면,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충실히 따르는 자들의 수는 더 많은 법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문제의 퇴출 명령을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