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4 : 서울.경기도 - 숨겨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4
신정일 지음 / 다음생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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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하고 두꺼운 400여 쪽에 깨알같은 글씨로 사진과 사연을 버무린 인문지리역사문화서의 백미! 사단법인 <우리땅걷기>대표 신정일님의 ‘새로쓰는 택리지’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은 말이다. 서울경기도편은 9권의 시리즈 중 4번 째 권이다. 숨겨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저자는 직접 발로 30년간 온 산하를 뒤지고 다녔다. 400개의 산을 다녔고 10대 강을 걷고 있다. 독서량도 엄청나 40년간 읽은 책이 만 권이라 하니 이 책 택리지의 꼼꼼한 내용들은 모두 그의 발과 독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만큼 현실감있고 정확하며 아름답고 자료가 풍부하다. 과연 정도전에 쫓겨 전국을 유랑하던 옛사람, 이중환의 택리지가 유명한들 이보다 나을까?


서울의 한강 물길을 따라가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특별한 역사가 서려있는 장소를 고문헌에 소개된 글과 사진을 섞어 설명한다. 서울 성곽길을 기행하고 서울 도심에서 근대화의 유적지를 산책한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는 찰나, 저자는 자연스레 독자를 경기도로 이끈다. 산맥의 흐름과 사통팔달의 도시들, 남한강과 임진강, 삼팔접경의 도시들 이야기에 매료된다. 역사를 다루니 역사서요, 사진을 보여주니 사진첩이요, 문헌을 소개하니 인문서요, 여행의 기록이니 기행문이다. 죽도록 이 땅을 사랑한 이의 순수한 영혼을, 책을 손에 쥔 순간 바로 알았다.


서울의 종로를 이미 길이 아니라 흐름이라 깨닫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풀어 오르는 혈관’에 비유한 70년대 말 한국일보 문화부장 정달영의 글 <파고다공원>처럼 서울을 묘사하는데 곁들여진 고서와 속담, 어문학 자료 들이 방대하다. “걷다가 인파에 치이고 구두를 밟히고 가방 모서리에 찔려도 ‘얼굴 붉히지 말고 그냥 흘러가야 한다.’ 넓히고 넓힌 찻길에는 차가 홍수처럼 흘러간다. 그 땅 밑으로는 또 지하철이 오간다. 서울은 이처럼 모든 수송수단을 다 동원하여 그것들이 저마다 퍼져 나가도 감당해내지 못한다. 서울은, 그중에서도 종로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풀어 오르는 혈관이다.”


1395년, 경복궁이 완공되자 태조는 정도전에게 새 대궐의 이름을 지어 바치라고 명한다. 정도전은 술 석 잔을 마신 뒤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불렀으니, 군자 만년에 큰 경복일러라”라고 한 시경 주아 편의 시구를 인용하여 대궐을 경복궁이라 이름 짓는다. 사정전과 근정전, 그 밖의 후궁과 별채 뿐 아니라 서울 8대문의 이름까지 직접 지어 붙인 정도전의 학식에 감탄한다. 개성에서 옮겨 온 도읍, 서울은 철저한 계획도시였다. 중인들은 직업별로 특정지역에 모여 살았고 4대문 안의 집들은 모두 처마를 담장보다 낮게 해야 했으며 건물구조를 ㄷ자나 ㅁ자로 하여 왕의 권위에 복종해야 했다.


조선후기에 한국을 여행했던 영국인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 사람의 호랑이에 대한 공포는 너무나 유명해서 ‘한국 사람은 1년의 반을 호랑이를 쫓느라 보내고 나머지 반을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문상을 가느라 보낸다’는 중국의 속담이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글을 남겼는데 그 시절은 그랬더라도 인왕산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의 멸종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포 새우젓장수와 왕십리 미나리장수에 대한 조선시대의 구전 이야기가 재밌다. 목덜미가 까맣게 탄 사람을 왕십리 미나리장수,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을 마포 새우젓장수라 하였다하니, 그 이유는 왕십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미나리를 팔러 오려면 아침 햇볕을 등에 지고 와 목덜미가 햇볕에 탔기 때문이고, 마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새우젓을 팔러 오려면 아침 햇볕을 앞으로 안고 와 얼굴이 햇볕에 새까맣게 탔기 때문이라 한다.


종현성당 또는 명동천주교당이라고도 하며, 한국 최초의 본당이자 가톨릭의 상징이며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성당이 사적 제258호로 지정된 날짜가 1977년 11월 22일이라니 숫자놀음이 재밌다.


경기도로 넘어오면 큰 산줄기 이야기와 각 유명도시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이 멍석을 편다. 음성은 경기도 안성과 이천, 여주의 경계에 있으며 안성시 죽산면의 칠장산이 경기도와 충청도 경계에 우뚝 솟았는데 그 곳에서 뻗어 나간 산줄기를 한남정맥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경기도 남부의 산세와 지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원주와 잇닿았고, 남쪽으로 여흥을 이웃하며, 북쪽으로 홍천에 이어진다’(최항의 <동한기>)라고 쓴 지평현과 양근현을 합해 오늘의 양평군이 된 것은 1930년이었고, 나라 안에서 가장 이름이 높았던 수원 쇠전은 2일과 4일에 장이 섰는데, 전라북도와 충남북 일대에서까지 소장수들이 소를 끌고 왔기에 현재 수원 갈비가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었을까 추론한다.


그 자신도 조선 왕조의 희생양이 되어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았던 이중환은 왕씨들을 죽게 한 정도전을 괘씸하다는 말까지 동원하여 크게 비판하였는데, 당시 왕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벼슬을 하였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쳐 숨어서 성과 이름을 바꾸고 살았다고 한다. 마(馬)씨로, 전(全)씨로, 옥(玉)씨로 모두 왕(王) 자를 글자 속에 숨겼던 것이다.


1편 ‘살고싶은 곳‘에서 9편 ’우리 산하‘, 그리고 10편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까지 장서로 보관만 해도 서가의 품격을 높이리라.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다.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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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손자병법 - 하루 10분이면 터득하는 승부의 법칙
노병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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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손자병법을 드디어 한 번 통독했다. 그리고 한 번 다시 정독했다. 지레 겁을 먹고 피해왔던 나 자신이 우습다. 이게 모두 저자의 ‘만만한 손자병법’ 덕분이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만 번’ 통독했고, ‘천 번’ 정독했다한다. 나를 포한하여 독자들은 속고 있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손자병법의 원문은 불과 6,109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4지 두 쪽 분량의 아주 작은 책이 바로 손자병법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책이 두꺼운 이유는 설명과 사례로 들어찬 군더더기 때문이다. 병법서에서 경영전략을 뽑겠다는 헛된 욕망들이 그동안 이 책을 더 멀어지게 해왔던 것이 아닐까? ‘만만한 손자병법’은 그로 인한 두려움을 일시에 날려 보낸다.

 

부제로 ‘하루 10분이면 터득하는 승부의 법칙’을 달았다. 구성도 간단하다. 그저 ‘제목 - 해역문 - 원문 - 해석‘이다. 필요한 말만 넣었고 여백도 많다. 그림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 한자리에서 죽 읽을 필요도 없고 특별히 암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느낌이 가는 부분, 급하게 가려운 부분을 찾아서 잠깐 읽으면 된다. 물론 그 안에서 적용과 응용을 얻고 제대로 된 지혜를 캐내려면 하루 10분이나 잠깐의 노력으로 핵심을 다 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만 번 통독에 천 번 정독‘임을 상기하자. 그러나 저자의 지혜로 태어난 이 책을 늘 손 가까이 두고 찾아본다면 어느덧 ’생활밀착형 처세술’에 통달한 전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주장과 그의 이력을 맞춰보면 이 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그는 ‘단지 한문을 공부했다는 것만으로 손자병법을 제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문 실력은 기본.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한데, ‘전쟁사는 물론이고, 군사전략도 알아야 하며, 실제적인 병력 지휘 경험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나는 이 모든 것을 빠짐없이 갖추는 행운을 누렸다.’고 말한다. 전방부대 연대장, 합참전략담당, 육군대학 전략학처장, 세계 40개국 전적지 배낭여행까지. 손자병법은 저자에게 운명과도 같다. ‘마치 옆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친구처럼 길을 걸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내게 속삭인다.‘

 

손자병법의 핵심정리를 서두에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13장까지 내용을 구분하고 각 장마다 중요한 주제를 풀이해 놓았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둘째, 가장 좋은 승리는 내가 깨지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셋째, 가능하다면 상대방도 깨지지 않고 이기면 더 좋다. 넷째,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시계(시작이 전부다)에 이른바 ‘오사‘가 있다. 싸움에 앞서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다섯 가지 체크리스트라는 말이다. 인의예지로 모이는 한마음과 날씨, 지형, 장수의 리더십, 그리고 시스템이 그것이다. 자기자신을 충분히 안 연후에 싸움을 시작하라.

 

모공(온전한 상태로 이겨라)에서 강조하는 것은 막강한 힘, 철저한 준비다. 적이 나를 두려워해 스스로 싸움을 포기할 때 부전승이 되는 것이며 이는 그냥 운이 좋아서 건너뛰는 승리가 아님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잘못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대표명구가 이 장에 나온다.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태다. 적과 나를 아는 것은 단지 위태롭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 백전백승은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13편의 용간까지 잘 구사하면 최소한 그에 가까워지리라는 확신이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허실(주도권을 잡아라)에서 다룬 임전의 최고 경지는 바로 ‘무형’이다. ‘내가 무형이 되면 어떻게 적이 알아보고 나를 공격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 한 무형은 불가능하므로, 남에게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구지(다양한 전략으로 돌파하라)에서는 ‘솔연’이라는 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직을 소개하고 있다. 솔연은 중국 항산에 살고있다는 전설상의 뱀으로 어떤 위해가 가해지면 머리, 꼬리, 허리가 저절로 움직여서 그 위해를 제거한다고 한다. 자발적인 협동체를 말한다. 이는 곧 모든 리더가 꿈꾸는 조직이리라.

 

화공(뜨거운 맛을 보여주라)에서 군대가 움직이는 기준을 말한다. 이럴 때 움직여라. “이, 득, 위! 반드시 유리할 때, 이길 만할 때, 위기가 닥쳤을 때” 군대는 이, 득, 위의 세 경우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삶이 전쟁이고 현실이 전쟁터인 요즘, 어디 군대만 그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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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아리랑 - 쿤밍 홍타에서 평양공단까지 남북 교류협력의 생생한 증언
김경성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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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의 제목을 보면 글이 한눈에 보인다. 백범 김구선생이 38선을 넘으며 읊었던 싯구에서 ‘나의 발자국이 훗날 이정표가 되리니’, 그리고 ‘함께 가면 길이 된다’, ‘우리의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 ‘진달래꽃은 북상하고 단풍은 남하한다’ 등 남북통일과 평화와 화해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진다. 그 밖에도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별은 밤이 깊을수록 빛나게 되어있고 봄은 먼 들판에서 먼저 온다’하며 대북사업에 대한 결코 꺾이지 않을 ‘불굴의 의지’를 스스로에게 다지면서 만천하에 외치고 있다.

 

청년 김경성은 포천에서 나고 자랐다. 먼 길을 달려 학교에 다녔으며 중학교 대 이미 주산 6단의 실력을 지녔다. 축구선수였다가 군에 남은 친구 삼웅과의 약속을 지켜 후에 고향에 축구센터를 세운다. 은행원의 월급이 10만원이던 시절, 300만원을 받는 학원강사였고 군대에서는 포병 계산병으로 복무하며 각종 포술경연대회를 휩쓸었다. 생명보험사에 취직하여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다가 축구와의 인연이 깊어져 중국의 홍타센터를 인수하고 남북 유소년 축구단의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교류시합을 주선하며 통일운동의 민간전사가 된다.

 

아리랑은 우리의 민족혼을 깨우는 가락이다.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춤사위이며 듣다보면 소리없이 눈물 흘리게 하는 역사다. 저자 김경성의 ‘불굴의 아리랑’은 이런 아리랑이다. 본래의 아리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감동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전두환 정권의 조치로 학원 강사를 접었어도, 이명박 정권의 조치로 대북사업이 중단되었어도 그의 아리랑은 가락으로 춤으로 소리없는 눈물로 이어진다.

 

중국의 저명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접근이 아닌 지경학적 접근만이 남북한의 공존을 보장하고 강대국 간 대립과 충돌이 아닌 화해, 협력 구도를 실현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한다. 저자는 ‘정치와 민간교류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겨울 한강물이 얼어 배는 다닐 수 없을지라도 얼음밑 물고기는 원래대로 자유로이 물을 오가야 한다. 그래야 봄이 와 얼음 녹으면 살아있는 강을 다시 배로 건널 수 있으리라.

 

저자는 북한의 사업파트너 강경수와 만날 때마다 ‘홀로아리랑’을 손잡고 불렀다. 잘 준비하던 경평축구가 느닷없는 핵실험으로 중단될 때에도, 남아공월드컵 공동응원이 정치적 이유로 무산될 때에도, 금강산 관광객이 피격되고 천안함이 가라앉고 광명성호가 날아올라 남북이 대치하는 시련이 찾아왔을 때에도 술잔을 기울이며 홀로아리랑을 불렀다.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하고 가족을 챙기지 못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남북민간사업은 그를 돌진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빛이었다. 남북사업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같이 가야 할 사업이다. 그는 언제나 남북사업 만큼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어 모든 물이 모인다고 외친다.

  

민간의 눈에도 남과 북은 아직 많이 다르다. 술자리 안주로 나온 것을 보고 ‘북에선 오징어를 낙지라 하고 낙지를 오징어라 한다’며 실랑이질한다. 강진에 북한의 유소년팀이 왔을 때 어느 단체에서 ‘북한 선수단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놨는데, 북한 대표가 ‘북한이라는 표현을 북측 또는 조선이라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현수막을 아예 제거해 버리기도 한다. 

 

조선일보 취재단을 이끌고 북에 갔을 때 팽팽하게 대립하는 그들을 보며 남북교류의 현실과 해법을 발견한다. 그는 ‘조선일보가 대한민국 언론사 중 최고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 소회한다. ‘승인배 단장은 사명감과 애사심이 강하고 능력도 뛰어났다’고도 밝힌다. 그러나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 뒤의 것이 아니었을까? “남한의 조선일보 입장, 그리고 북한의 노동신문 입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상대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논쟁을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 성과를 내고 신뢰를 쌓고 조금씩 양측이 서로의 양보를 키워나가는 것이 남북 교류의 중요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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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권태성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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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에 불과한, 젊은 작가의 만화책 한 권이다. 오색찬란한 컬러로 성의라도 보였으면 좋으련만 애시 당초 그런 기대 말라는 듯 그림은 모두 무성영화처럼 건조한 흑백연필이다. 입시수험생이 공부하다 연습장에 끼적여 놓은 듯한 투박한 연필 질감의 그림들이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우리가 아주 힘겹게 보내드린 어느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책의 부제는 ‘그에게 보내는 내 마음의 편지’다. 노란 풍선이 떠오르는 숲 사이 길로 자전거를 탄 그의 뒷모습이 애잔한 표지그림은 아이들 동화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너무 눈부시게 맑아 슬프게도 보인다. 불의한 세력에 온몸을 던져 ‘대신 싸워주신’ 그 분에 대한 작가의 회한을 공감한다. 맑은 영화를 한 편 보고난 듯한 감동이다. 작가는 말한다. ‘당신의 존재에 감사했다, 고마웠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이 책은 그분에 대한 작가의 참회록이다. 영화 ’26년’의 ‘그분’과는 참 다른 ‘그분’에 대한 사모곡이다.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으니 내 할 일 다했다고 생각했던 작가였다. 작가는 ‘늘 누군가의 소중함을 그가 떠난 뒤에야 깨닫는 자신이 미울 뿐이고 그래서 더욱 그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서문에서 이 책의 작업동기를 밝히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림이나 활자, 책의 크기 등은 모두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연필질감의 그림은 딱딱하고 현란한 요즘의 만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러움을 준다. 주인공 ‘혜인’의 얼굴과 대통령님의 얼굴을 참 예쁘고 편안하게 그렸다. 본문은 160여 쪽에 불과하나 대통령님과 연결된 주인공의 일대기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 이야기를 이루었고 후반 40여 쪽의 작업노트는 책을 두 번 세 번 다시 보게 만들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깊은 정성을 담아 표현해 낸 작가의 마음씀씀이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치유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같이 이 책을 본 13살 첫째가 선거가 무엇인지, 그분이 누구인지 묻는다. 이 책의 작가를 안단다. 그가 그린 ‘다시 태어나 꽃으로’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만화천자문을 좋아하는 7살 둘째는 재밌었단다. 아이들도 함께 보기 좋은 책이다.


둘째가 덧붙인 말이 귓전에 자꾸 남는다. “아빠, 근데 좀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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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의 돌파 - 돌발영상에서 뉴스타파까지
노종면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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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의 뉴스앵커, 기자, 돌발영상의 PD였던 노종면이 ‘해직 후 4년 동안 대마왕의 뿔을 향해 날아가는 이상한 나라 폴의 요요로 살았다’며 그동안의 발자취를 책으로 펴냈다. ‘세상의 무수한 폴들이 더 이상 시간이 멈춘 대마왕의 나라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서문을 연 노종면은 ‘나도 휘리릭 되감겨 폴의 손아귀에 돌아가면 그저 폴이 좋아하는 장난감이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는 그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앵커이고, 기자이고 PD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책에 담았다.

 

지금은 YTN의 해직기자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일인 미디어 ‘용가리통뼈뉴스(YTN)'를 진행하는 파워 트위터리안으로서, 대안미디어인 ’뉴스타파‘의 첫 앵커로서, 시간이 멈춘 대마왕의 나라에서 진정한 언론인으로서의 당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의 공정보도를 위한 정면돌파가 이 책의 모습이다. 쫄면을 좋아한다하여 붙여진 그의 별명이 ’노쫄면‘. 그는 별명만으로 이미 대안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던 ’나는 꼼수다‘의 축성탄 시그널송 ’쫄면안돼~‘를 표방한다. 이 책은 결코 쫄지 않는 전YTN의 노조위원장, 노쫄면의 정면돌파 일지다.

 

노종면이 YTN의 공정방송을 내외곽에서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다양한 흔적들을 따라가는 독서여정은 너무나 몰염치하고 뻔뻔한 적을 상대로 하기에 답답하고 지루하다. 그러나 지고 얻어맞는 나약함이 아니라 의연하게 그들의 언어로 적벽대전하는 고수의 품위가 느껴져 오히려 편안하고 재밌게 따라붙게 된다. 그의 편에서 요요를 날리는 진정한 언론인들에게는 아마도 이 책이 울음속에서 피어난 웃음이, 절망속에서 싹트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화가 날 때 웃는 것이 진정 ‘고수’라며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에 ‘할 말을 재미있게 다’ 쏟아내고 있다.

 

저자는 4년간의 기록을 굳이 책으로 남기는 까닭에 대해 자문한다. 그리고 답한다. 언론혁신이 답이다. 지난 4년간 언론사가 왜 파업을 하고 절박한 투쟁에 나섰는지 언론혁신이 이유였음을 주장한다. 언론혁신의 두 가지 골자로서 ‘출입처제도’를 깨고 ‘입사제도’를 바꾸는 것, 이 두 가지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핵심 그 자체라고 결론짓는다.

 

웃으면 안될 심각한 주제를 놓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화법이 그의 너른 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세상을 박쥐처럼 살지 말라.’더니 스스로 박쥐같이 살다 갇힌 신재민 차관의 불법사찰 녹취록 이야기, 7일내 사장실 입구를 지키며 틀어놓은 ‘한동안 뜸했었지’ 노래를 참다못해 사장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볼륨 좀 줄여 주시오’하던 YTN간부의 이야기, 한국계 영국인인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 조사관이 왔을 때 타 기자들에게 영어깨나 하는 줄 알게 만든 ‘No problem!’ 이야기, 악취가 진동하는 경찰서 간이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분’을 풀며 보내온 옥중서신 1호 이야기 등은 감정조절이 미숙한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든다.

 

저자는 ‘언론인은 악법이 득세할 때 합법적인 욕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공평해진다.’고 주장한다. ‘복직을 막았더니 오히려 골치 아프더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 “트위터 적벽대전”을 감행한다. 그가 만든 공갈뉴스 프로젝트의 명칭 용가리통뼈뉴스도 영어 이름은 YTN이다.

 

책을 끝내면서도 그는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해직언론인상태에서 많은 언론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가장 받고 싶은 상은 그저 ‘정상’이라는 상이다. 상식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웃자는 얘기조차 애절하게 들린다. ‘상을 많이 주던 회사가 해직시킨 것도 정상이 아니요, 해직 기자가 각종 언론상을 받는 것도 정상이 아니란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YTN이 주는 상을 받고, 현직 기자로 일하면서 언론상을 받아 ‘내게로 돌아온, 떠났던 봄’을 만끽하고 싶다고 그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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