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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손자병법 - 하루 10분이면 터득하는 승부의 법칙
노병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말로만 듣던 손자병법을 드디어 한 번 통독했다. 그리고 한 번 다시 정독했다. 지레 겁을 먹고 피해왔던 나 자신이 우습다. 이게 모두 저자의 ‘만만한 손자병법’ 덕분이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만 번’ 통독했고, ‘천 번’ 정독했다한다. 나를 포한하여 독자들은 속고 있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손자병법의 원문은 불과 6,109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4지 두 쪽 분량의 아주 작은 책이 바로 손자병법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책이 두꺼운 이유는 설명과 사례로 들어찬 군더더기 때문이다. 병법서에서 경영전략을 뽑겠다는 헛된 욕망들이 그동안 이 책을 더 멀어지게 해왔던 것이 아닐까? ‘만만한 손자병법’은 그로 인한 두려움을 일시에 날려 보낸다.
부제로 ‘하루 10분이면 터득하는 승부의 법칙’을 달았다. 구성도 간단하다. 그저 ‘제목 - 해역문 - 원문 - 해석‘이다. 필요한 말만 넣었고 여백도 많다. 그림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 한자리에서 죽 읽을 필요도 없고 특별히 암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느낌이 가는 부분, 급하게 가려운 부분을 찾아서 잠깐 읽으면 된다. 물론 그 안에서 적용과 응용을 얻고 제대로 된 지혜를 캐내려면 하루 10분이나 잠깐의 노력으로 핵심을 다 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만 번 통독에 천 번 정독‘임을 상기하자. 그러나 저자의 지혜로 태어난 이 책을 늘 손 가까이 두고 찾아본다면 어느덧 ’생활밀착형 처세술’에 통달한 전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주장과 그의 이력을 맞춰보면 이 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그는 ‘단지 한문을 공부했다는 것만으로 손자병법을 제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문 실력은 기본.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한데, ‘전쟁사는 물론이고, 군사전략도 알아야 하며, 실제적인 병력 지휘 경험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나는 이 모든 것을 빠짐없이 갖추는 행운을 누렸다.’고 말한다. 전방부대 연대장, 합참전략담당, 육군대학 전략학처장, 세계 40개국 전적지 배낭여행까지. 손자병법은 저자에게 운명과도 같다. ‘마치 옆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친구처럼 길을 걸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내게 속삭인다.‘
손자병법의 핵심정리를 서두에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13장까지 내용을 구분하고 각 장마다 중요한 주제를 풀이해 놓았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둘째, 가장 좋은 승리는 내가 깨지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셋째, 가능하다면 상대방도 깨지지 않고 이기면 더 좋다. 넷째,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시계(시작이 전부다)에 이른바 ‘오사‘가 있다. 싸움에 앞서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다섯 가지 체크리스트라는 말이다. 인의예지로 모이는 한마음과 날씨, 지형, 장수의 리더십, 그리고 시스템이 그것이다. 자기자신을 충분히 안 연후에 싸움을 시작하라.
모공(온전한 상태로 이겨라)에서 강조하는 것은 막강한 힘, 철저한 준비다. 적이 나를 두려워해 스스로 싸움을 포기할 때 부전승이 되는 것이며 이는 그냥 운이 좋아서 건너뛰는 승리가 아님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잘못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대표명구가 이 장에 나온다.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태다. 적과 나를 아는 것은 단지 위태롭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 백전백승은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13편의 용간까지 잘 구사하면 최소한 그에 가까워지리라는 확신이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허실(주도권을 잡아라)에서 다룬 임전의 최고 경지는 바로 ‘무형’이다. ‘내가 무형이 되면 어떻게 적이 알아보고 나를 공격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 한 무형은 불가능하므로, 남에게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구지(다양한 전략으로 돌파하라)에서는 ‘솔연’이라는 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직을 소개하고 있다. 솔연은 중국 항산에 살고있다는 전설상의 뱀으로 어떤 위해가 가해지면 머리, 꼬리, 허리가 저절로 움직여서 그 위해를 제거한다고 한다. 자발적인 협동체를 말한다. 이는 곧 모든 리더가 꿈꾸는 조직이리라.
화공(뜨거운 맛을 보여주라)에서 군대가 움직이는 기준을 말한다. 이럴 때 움직여라. “이, 득, 위! 반드시 유리할 때, 이길 만할 때, 위기가 닥쳤을 때” 군대는 이, 득, 위의 세 경우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삶이 전쟁이고 현실이 전쟁터인 요즘, 어디 군대만 그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