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리랑 - 쿤밍 홍타에서 평양공단까지 남북 교류협력의 생생한 증언
김경성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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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의 제목을 보면 글이 한눈에 보인다. 백범 김구선생이 38선을 넘으며 읊었던 싯구에서 ‘나의 발자국이 훗날 이정표가 되리니’, 그리고 ‘함께 가면 길이 된다’, ‘우리의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 ‘진달래꽃은 북상하고 단풍은 남하한다’ 등 남북통일과 평화와 화해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진다. 그 밖에도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별은 밤이 깊을수록 빛나게 되어있고 봄은 먼 들판에서 먼저 온다’하며 대북사업에 대한 결코 꺾이지 않을 ‘불굴의 의지’를 스스로에게 다지면서 만천하에 외치고 있다.

 

청년 김경성은 포천에서 나고 자랐다. 먼 길을 달려 학교에 다녔으며 중학교 대 이미 주산 6단의 실력을 지녔다. 축구선수였다가 군에 남은 친구 삼웅과의 약속을 지켜 후에 고향에 축구센터를 세운다. 은행원의 월급이 10만원이던 시절, 300만원을 받는 학원강사였고 군대에서는 포병 계산병으로 복무하며 각종 포술경연대회를 휩쓸었다. 생명보험사에 취직하여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다가 축구와의 인연이 깊어져 중국의 홍타센터를 인수하고 남북 유소년 축구단의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교류시합을 주선하며 통일운동의 민간전사가 된다.

 

아리랑은 우리의 민족혼을 깨우는 가락이다.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춤사위이며 듣다보면 소리없이 눈물 흘리게 하는 역사다. 저자 김경성의 ‘불굴의 아리랑’은 이런 아리랑이다. 본래의 아리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감동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전두환 정권의 조치로 학원 강사를 접었어도, 이명박 정권의 조치로 대북사업이 중단되었어도 그의 아리랑은 가락으로 춤으로 소리없는 눈물로 이어진다.

 

중국의 저명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접근이 아닌 지경학적 접근만이 남북한의 공존을 보장하고 강대국 간 대립과 충돌이 아닌 화해, 협력 구도를 실현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한다. 저자는 ‘정치와 민간교류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겨울 한강물이 얼어 배는 다닐 수 없을지라도 얼음밑 물고기는 원래대로 자유로이 물을 오가야 한다. 그래야 봄이 와 얼음 녹으면 살아있는 강을 다시 배로 건널 수 있으리라.

 

저자는 북한의 사업파트너 강경수와 만날 때마다 ‘홀로아리랑’을 손잡고 불렀다. 잘 준비하던 경평축구가 느닷없는 핵실험으로 중단될 때에도, 남아공월드컵 공동응원이 정치적 이유로 무산될 때에도, 금강산 관광객이 피격되고 천안함이 가라앉고 광명성호가 날아올라 남북이 대치하는 시련이 찾아왔을 때에도 술잔을 기울이며 홀로아리랑을 불렀다.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하고 가족을 챙기지 못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남북민간사업은 그를 돌진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빛이었다. 남북사업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같이 가야 할 사업이다. 그는 언제나 남북사업 만큼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어 모든 물이 모인다고 외친다.

  

민간의 눈에도 남과 북은 아직 많이 다르다. 술자리 안주로 나온 것을 보고 ‘북에선 오징어를 낙지라 하고 낙지를 오징어라 한다’며 실랑이질한다. 강진에 북한의 유소년팀이 왔을 때 어느 단체에서 ‘북한 선수단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놨는데, 북한 대표가 ‘북한이라는 표현을 북측 또는 조선이라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현수막을 아예 제거해 버리기도 한다. 

 

조선일보 취재단을 이끌고 북에 갔을 때 팽팽하게 대립하는 그들을 보며 남북교류의 현실과 해법을 발견한다. 그는 ‘조선일보가 대한민국 언론사 중 최고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 소회한다. ‘승인배 단장은 사명감과 애사심이 강하고 능력도 뛰어났다’고도 밝힌다. 그러나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 뒤의 것이 아니었을까? “남한의 조선일보 입장, 그리고 북한의 노동신문 입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상대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논쟁을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 성과를 내고 신뢰를 쌓고 조금씩 양측이 서로의 양보를 키워나가는 것이 남북 교류의 중요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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