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권태성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200쪽에 불과한, 젊은 작가의 만화책 한 권이다. 오색찬란한 컬러로 성의라도 보였으면 좋으련만 애시 당초 그런 기대 말라는 듯 그림은 모두 무성영화처럼 건조한 흑백연필이다. 입시수험생이 공부하다 연습장에 끼적여 놓은 듯한 투박한 연필 질감의 그림들이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우리가 아주 힘겹게 보내드린 어느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책의 부제는 ‘그에게 보내는 내 마음의 편지’다. 노란 풍선이 떠오르는 숲 사이 길로 자전거를 탄 그의 뒷모습이 애잔한 표지그림은 아이들 동화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너무 눈부시게 맑아 슬프게도 보인다. 불의한 세력에 온몸을 던져 ‘대신 싸워주신’ 그 분에 대한 작가의 회한을 공감한다. 맑은 영화를 한 편 보고난 듯한 감동이다. 작가는 말한다. ‘당신의 존재에 감사했다, 고마웠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이 책은 그분에 대한 작가의 참회록이다. 영화 ’26년’의 ‘그분’과는 참 다른 ‘그분’에 대한 사모곡이다.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으니 내 할 일 다했다고 생각했던 작가였다. 작가는 ‘늘 누군가의 소중함을 그가 떠난 뒤에야 깨닫는 자신이 미울 뿐이고 그래서 더욱 그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서문에서 이 책의 작업동기를 밝히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림이나 활자, 책의 크기 등은 모두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연필질감의 그림은 딱딱하고 현란한 요즘의 만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러움을 준다. 주인공 ‘혜인’의 얼굴과 대통령님의 얼굴을 참 예쁘고 편안하게 그렸다. 본문은 160여 쪽에 불과하나 대통령님과 연결된 주인공의 일대기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 이야기를 이루었고 후반 40여 쪽의 작업노트는 책을 두 번 세 번 다시 보게 만들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깊은 정성을 담아 표현해 낸 작가의 마음씀씀이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치유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같이 이 책을 본 13살 첫째가 선거가 무엇인지, 그분이 누구인지 묻는다. 이 책의 작가를 안단다. 그가 그린 ‘다시 태어나 꽃으로’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만화천자문을 좋아하는 7살 둘째는 재밌었단다. 아이들도 함께 보기 좋은 책이다.


둘째가 덧붙인 말이 귓전에 자꾸 남는다. “아빠, 근데 좀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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