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 - 김인숙 글라라 수녀의 행복 산문집
김인숙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한 수도자의 정갈하고 아름다운 일상이 나에게 행복의 인사를 전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은 늘 분주히 일렁거려도 매 순간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살레시오 수녀회의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이 쓴 이 행복 산문집이 간결하고 선명한 시로 다가와 편안하고 따스하다. 작고 소소한 일상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인숙 수녀님은 청소년들의 전인교육에 헌신하고 계신 수도자이면서, 작가의 삶을 살고 계신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면서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럴 때 자신이 선택한 삶이 의미가 있고 행복 또한 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이 되어 어떤 때는 물질이 인간의 정신을 압도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것을 자각할 때 가장 기본이 되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이 산문집은 현재의 생각이나 하던 일을 잠시 다 내려놓고 가을 길을 산책하듯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한 수도자의 아름답고 성실한 삶을 통해, 그러나 얼마나 치열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내 삶의 숨은 행복을 깨닫게 된다.

 

수도자는 일생동안 청빈, 정결, 순명의 3대 서약과 언제든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소임을 이동하는 순간에 절대 순명해야하는 것을 ‘떠나야할 때’라는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떠남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또 다시 빈손으로 서 있는 자, ‘그가 수도자’라는 글은 한참동안 나의 마음에 침묵의 시간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수도자란 자신만의 삶이 아닌 세상 전체를 위해 존재하면서 아낌없이 기쁘게 헌신하는 삶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된다.

 

‘감사’라는 글에서 수도자는 한 그루의 나무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주어진 처지에서 불평 없이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인격과, 또 나뭇잎처럼 여름의 한 때를 마냥 즐기고 떠날 줄 아는 자세, 거름으로 돌아가 훗날 생명이 되는 낮은 자리의 침묵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신성의 빛과 은총에 온전히 의지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일생, 그런 일생을 살고 있는 저자는 ‘평범한 용기’라는 글처럼 평범을 비범하게 살아온 오십대의 중반에 이르러 이 아름답고 꾸밈없는 진솔한 삶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책 중간 중간에 진하지 않은 물감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는 산 속 깊은 곳에서 만날 것 같은 향기로운 꽃잎과 잎사귀와 작은 새들, 나무들, 작은 것 속에 담긴 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글과 그림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날마다 기도’처럼 수도자로 살아가는 삶이 감사중의 감사이고 미래의 행복이라는 저자의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30년 전 수녀회 입회 전날, 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생생한 기억과 서원의 삶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의 고뇌가 담긴 ‘바치는 글’에서 ‘행복한가요?’ 라는 질문에 “매일 노력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저자의 말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30년 50년 100년을 살아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행복한 자유의지와 매일 노력하는 정진의 마음이 나에게 따스한 치유를 주는 글이었다. “매일 노력합니다.”라는 이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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