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즈 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9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범우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율리시즈(스)를 완독한 뭇독자들의 입에서 나올법한 한결 같은 소리 

 "아.. 다 읽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종잡기 힘든 의식흐름의 향연들, 다양한 문체들의 실험들.. 몽환(환각)과 현실, 종교와 정치, 역사, 과학, 의 영역들을 넘나들며 독자들을 혼돈과 심오한 수면 속에 몰아넣는 .. 이 책, 

"다 읽었다" 

는 자족감보다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급기야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내가 읽었어도 읽은 게 아니다" 

라는  

그러면서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손톱 만큼도 나지 않는..   

솔직히 읽고도 모르겠으면 모르겠는 거다. 애당초 독자들의 수준 따위는 고려대상도 아니었는데 제임스 조이스에게 친절하고 쉬운 안내를 바라는 게 잘못인게지.   

 내가 아일랜드인이 아니기 때문에, 더블리너가 아니기 때문에 아일랜드와 유럽의 정치와 역사에 무지하기 때문에 공감적인 글읽기에 많은 장애를 받고 수시로 글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접었다 폈다 하기를 수없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다행히 율리시즈의 형식적인 틀을 빌려온 호머의 <오딧세이아>와 전작인 <더블린 사람들>을 불량하게나마 선독했기 때문에 갈피를 잡기 힘든 와중에서도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거칠게 말해 '개고생'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김종건 선생의 노고어린 번역과 방대하고 친절한 각주를 밧줄 삼아 험난한 모험길을 건성으로나마 끝까지 할 수 있었다.      

대개 이 책이 어려운 것은 블룸씨 때문이 아니라 스티븐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븐 디덜러스가 등장하는 1장에서 질려버리고 책을 놓기 쉬운데 이 부분만 넘으면 그럭저럭 독서가 된다. 1장 이외에 몇몇 장들에서 스티븐이 등장하는 부분은 솔직히 심오하게 지루하며 재미도 없고 이해 하기가 어려웠다. 스티븐과 블룸은 크게 보면 인문학 대 자연과학으로 대별될 수 있다. 블룸의 심오.지루한 자연과학적 시각 역시 심심찮게 등장해서 독서에 장애를 주긴 하지만 그래도 스티븐의 '대단한' 인문학에 비하면 독서가 훨씬 수월했다.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점은 왜 아일랜드인들은 책의 시간적 배경이 되었던 1904년 6월 16일을 기념하여 매년 6월 같은 날에 블룸스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주된 주인공은 물론 블룸이 틀림없지만 젊은 문학도 스티븐 디덜러스도 상당히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아일랜드인들/더블리너들 역시 현학적이고 고급예술 취향의 스티븐보다는 서민적이며 지극히 세속적이며, 게다가 오쟁이진 불쌍한 남자의 하루 16시간의 행적에 더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미루고 미루다 반의무적으로 읽은 것이었는데  그만한 목적은 성취한 듯해서 힘겹고 지겨웠지만(!) 나름 보람 있는 독서였다. 힘든 숙제를 끝났을 때 그 기분이랄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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