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Georg Lukacs)가 말했듯, 훌륭한 포토몽타주는 좋은 농담의 효과를 가진다. 하트필드의 수많은 훌륭한 농담들은 나치 연설을 글자 그대로 '번역'해 놓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재미 속에 나치의 흉포함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만세, 버터가 동났다! Hurrah, the Butter is Finished!>(1935년 12월 19일)의 아래쪽에 실린 문구는 괴링의 연설에서 인용한 것이다 괴링은 함부르크에서 행한 연설에서, "철은 항상 한 국가를 튼튼하게 하고, 버터와 돼지기름은 사람을 뚱뚱하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하트필드는 배경에 히틀러 사진이 벽지 무늬로 사용되는 가운데, 한 가족이 기꺼이 철을 씹어먹고 있는 장면을 보여 준다.
<포토몽타주> 57~63쪽, 돈 애즈, 시공사
포토몽타주는 사진들을 오려붙여서 원래 사진들이 가지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혹은 상징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이러한 뜻밖의 만남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물의 본성을 더욱더 부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마 하트필드의 작품은 후자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나는 정치적 언행이 가진 비유법의 요상함을 다시 한 번 본다. 분명 괴링의 저 비유는 개인의 사치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한 희생을 우선하라고 요구하는 요지의 말일 것이다. 그러나 저 말을 실제 사진을 통해 '글자 그대로(Sic)' 표현하면,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혹시 이는 말로만 하는 정치의 본질은 요상하기만 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사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