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커피숍 '진진당'까지 왔습니다.
  긴장하면서 커피숍의 유리문을 밀어 열자 별세계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나를 맞았습니다. 어둑한 가게 안은 검게 빛나는 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숟가락으로 커피를 젓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선배는 이마데 강 거리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마치 봄날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그 햇살 속에서 턱을 괴고 앉아 어쩐지 낮잠 자는 고양이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배 밑바닥에서부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가볍고 작은 고양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초원에 누운 기분이랄까요.
  선배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리하여 선배 곁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392~393쪽, 모리미 토미히코(모리미 도미히코), 작가정신


  모르던 두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무척 신비한 일이다. 그 인연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헤쳐가다 보면 얼마나 아득할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결말은 무척 인상적인 문장으로 마무리짓는다.(소설의 결말부분을 인용했다고 스포일러를 누설했다 뭐라 하지 마시라. 이 소설은 결말까지 가는 과정을 봐야 하는 소설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참으로 담백하게 좋은 문장이다. 

  덧. 이 소설의 만화책도 국내에 정발되었다. 만화책 역시 놓치기 아까운 물건이니 한 번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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