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가 아무리 원한다 해도 달 착륙을 계획하고, 발전시켜,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인 자본과 노동력, 기술을 갖지 못했다. 러시아(당시 소련)는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나 그 후 실제 벌어진 우주경쟁에서 그다지 뒤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자본·노동·기술 가운데 어느 한 요소만이라도 빠졌다면 미국이 달 착륙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어떤 국가가 두각을 나타내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요소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잘못 쓰이거나 잘못 배분된다면 그 나라는 단지 경제적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몰락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파산하는 날> 33~34쪽, 담비사 모요, 중앙북스
자본, 노동, 기술, 이 세가지 요소는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 지겹도록 나온다. 특히 경제성장론에서, 솔로우 모형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이론이 저 세 가지 요소를 통해 경제성장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어떤 복잡한 현상도 몇 가지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간략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제를 보는 시각에서 자본, 노동, 기술이라는 세 요소로 경제의 구성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뜬금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 요소의 관계는 꽤나 밀접한 듯 하다. 자본만 많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 역시 마찬가지이며,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이 세 요소가 모두 필요하며, 적절하게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성장이론의 기본이다. 한 국가가 가진 현재의 세 요소의 상태를 통해 그 국가의 경제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현재 상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역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노동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듯 하다. 실업 문제만 봐도 노동의 수요공급 부분에 문제가 있음은 명확하다. 자본 부문 역시 불안정해 보인다. 외국 자본의 잠식 문제, 혹은 부동산 문제 등의 여러 문제가 계속해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기술은 어떠한가? 기술적 발전에 있어서 점점 그 환경이 열악해져 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공밀레'라고 불리는 이공계에 대한 홀대와 박대의 모습이 그러한 한 단면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꽤 문제가 심각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성장은 커녕 경제적으로 후퇴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 이게 그저 겉핥기로만 경제학을 아는 나의 주책맞은 방정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