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쿠라산 인들의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하려 한다. 그들은 수전노로 유명한데, 특히 마르우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수전노이다.

  우리의 친구가 이렇게 전했다.
  마르와지는 손님이 오거나 방문한 손님이 오래 앉아 있으면 이렇게 묻는다.
  "점심은 드셨는가?" 만약 손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것참 아쉽군. 내가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 했는데……"라고 말한다. 그러나 손님이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참 아쉽군. 내가 좋은 후식을 대접하려 했는데……"라고 말함으로써 손님에게는 아무것도 대접하지 않고 주인의 체면도 잃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기 일쑤이다.


<수전노> 32쪽, 알 자히드, 문학과지성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전노에 대한 이야기는 웃음거리로 많이 쓰인다. 그들의 행위는 왜 웃음거리가 되는가? 그들이 아끼기만 하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것에서 아끼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수전노가 웃음거리가 되는 이유는, 전혀 필요없는 것조차 아끼거나, 그 아낌이 너무 지나쳐 공동체와 거스르거나, 혹은 아껴서는 안 될 상황에서도 아끼는 모습 때문이다.
  유머란 보편적인 모습에서 일탈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연스레 행동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작 유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는지를 깨닫지 못한다.(웃기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사람들은 제외하자.) 자신의 삶의 방식이 어디가 어그러지고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세상의 보편적인 모습이 엉망진창이라면, 거기서 바르게 행동하는 것 역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남이 나를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인가, 아니면 남의 잘못인가? 이를 분별하기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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