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수상쩍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누가 보는 것이 걱정이라도 되는 사람처럼 어서 피아노를 안으로 들여놓고 싶어 안달이라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덮개와 다리는 떨어져나가고, 현의 반 이상이 사라지고, 건반의 상아는 샛노랗게 변색되고, 건반 여러 개가 망가져 있었다. 따라서 감정가가 아닌 평범한 행인이라면 이 악기의 의미를 상상도 할 수 없을 듯했다.
  뤼크는 나더러 수레를 잘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서둘러 우리가 방금 나온 문에서 나무 경사로를 옮겨 공방 문에 갖다놓았다. 뤼크는 다시 피아노의 좁은 꼬리 쪽에 자리를 잡더니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밀었다. 수레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피아노가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피아노는 '주차금지' 표지판이 붙은 금속장대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내가 미친 듯이 피아노 끝을 잡고 늘어진 덕분에 연약한 캐비닛이 장대와 부딪치는 것을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뤼크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꺠닫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나는 피아노의 넓은 쪽 끝을 두 손으로 잡고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현들이 공허한 금속성으로 웅웅거리고 있었다. 뤼크와 나는 서로 마주보았다. 둘 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피아노를 잡은 손에 힘을 풀고, 다시 피아노의 중심을 잘 맞추었다. "침착하게."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마터면 참사를 맞이할 뻔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뤼크도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맞아요. 침착하게."
  안으로 들어가 옷과 손의 먼지를 털어낸 뒤 뤼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방금 들여온 피아노를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베토벤의 피아노에요!"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260~261쪽, 사드 카하트, 뿌리와이파리

  고물 폐품 피아노처럼 보이는 물건이지만, 그 물건에 '베토벤이 사용한'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피아노의 가치는 차마 따질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 클래식 음악가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 있어 베토벤의 피아노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성유물일 것이다.
  내가 보는 눈으로는 하찮은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갖고노는 아이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장난감일 것이다. 나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책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종이낭비에 불과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이 차이는 우리가 마음 속으로 매기는 가치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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