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공업 부문에서 노동자의 기술과 교육 및 감독 요건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링 정방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기술은 19세기에 개발된 방적 기술로서 부분적으로는 필요로 하는 노동자의 기술수준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다. 링 정방공이 하는 일이라고는 다음 다섯 가지 과업이 전부다,


① 피어싱piecing: 작업 중 끊어진 실 조각을 한데 모으기.
② 크릴링creeling: 미방적 상태의 면화를 링 스펀들에 공급하는 보빈(일종의 실패)들을 제자리에 배열하기.
③ 크리닝cleaning: 정방기에 쌓인 실 꼬투리 제거하기.
④ 도핑doffing: 면사가 다 감긴 보빈을 제거하고 빈 로빈을 대신 채워 넣기. 보통 전문 도핑공들이 정기적으로 이 작업을 수행한다.
⑤ 패트롤링patrolling: 기계들을 돌아보면서 스펀들을 중심으로 위의 ①~③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하기.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업 구성은 극히 단순하다. 각 정방공spinner(인도에서는 'piecer'라고 함)이 스핀들 한 세트에 배정되었다. 정방공은 동일한 경로로 움직이면서 자신에게 배정된 스핀들 세트를 관리했다. 각각의 스핀들을 살펴보면서 피어싱, 크릴링 혹은 크리닝 등이 필요한지 확인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정방공의 일과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방공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없어도 되고 하다못해 별다른 힘이나 꼼꼼함도 갖출 필요가 없었다. 미리 어떤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이들은 그저 이 스핀들에서 저 스핀들로 이동하면서 위 세 가지 작업이 필요한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직공장은 각 직공에게 배정된 스핀들 가운데 작동이 정지된 것이 몇 개인지 파악하고 이 비율을 다른 직공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직공들의 근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448~449쪽, 그레고리 클라크, 한스미디어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화가 가져온 놀라운 일 중에서, 육체 노동의 다양성이 상당히 사라진 걸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각각의 육체 노동 직업마다 요구하는 특정한 자질이 요구되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직업의 개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계의 발전은 과정의 단순화를 가져오고, 이는 그러한 개성 없이도 충분히 효율적인, 어쩌면 더욱 대량의 생산이 가능해지도록 이끌었다.
  여기에서 노동의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정말로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고용인은 최소한 자신이 몸담은 일의 각각의 과정을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기계를 통한 노동의 단순화는 점차 기계만 잘 사면 그 기계로 정확히 뭘 하는지를 몰라도 고용인으로 행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책의 흥미로운 구절을 읽어서 간단히 옮겨 써 보며, 생각 하나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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